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 - 우리는 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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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오야오 (姚堯)는 응용심리학 박사이자 국가 2급 심리상담사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은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 장애, 최면, 호스피스의 위상에 대해 쓴 책이다. 책 도입부에 신박한 정의가 하나 나온다. ‘잠재의식이라 쓰고 실수라 읽는다‘는 것이다. 의식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잠재의식으로 모두 이양(移讓)하지만 이양에는 한계가 있다.

 

의식이 잠재의식에 이양하는 것들이 쌓이면 또는 한계를 넘으면 의식이 역공을 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앓는 것이다. 의식이 어지른 방을 잠재의식이 깨끗이 청소한다. 잠재의식은 감각기관이 전달하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보완한다. 우리가 보는 빛, 듣는 소리, 느끼는 온도 등은 모두 잠재의식이 처리해야 실제 모습 그대로 표현된다.

 

잠재의식이 사라지면 세상은 의미를 가진 3차원 입체 영상의 조합이 아니라 화소와 색이 엉망으로 뒤죽박죽된 상태로 보일 것이다. 물론 우리 대뇌 속에 의식과 잠재의식은 불가분의 관계, 보완 관계다. 잠재의식은 곧바로 해결하고 의식은 사후 다시 처리한다. 가령 가느다랗고 긴 물체를 뱀으로 보고 초보적 판단을 하는 것은 잠재의식이고 그것을 분석해 그저 나뭇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의식이다.

 

잠재의식은 순간적으로 주목하고 의식은 장기적으로 고려한다. 잠재의식은 자동으로 막고 의식은 수동으로 막는다. 암시는 잠재의식이 주는 히든카드다. 암시는 모두에게 작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또는 상대방이 암시의 내용을 실제로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작용을 달리한다. 로젠탈 효과 또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생각해보라.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인슐린 부족)을 갖는 당뇨병과 달리 여러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 행동주의, 정신분석주의, 인본주의가 크게 삼국을 이루고 그 외에 인지주의, 기능주의, 형태주의 등의 작은 제후국들이 각각 유파를 형성하여 논쟁하고 있다. 저자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세상 만물에는 상생상극의 이치가 존재하기에 우울함에도 천적이 곧 출현할 것이라는 말이다.

 

아브라함 매슬로의 인본주의 이론을 불러들여 등 따뜻하고 배가 불러야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한 저자는 잠을 달리기 하는 소년에 비유하며 반드시 자야 한다는 수면 강박이 무섭다고 결론 짓는다. 달리기 소년의 비유란 잠에도 단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잠재의식과 꿈(의 예지기능)을 말하며 단원의 종지(終止)를 찍은 저자는 최면을 이야기한다. 제목은 아홉 단계를 오르내리는 오묘한 궁전이다. 나인 듯 내가 아닌 나와 같은 나라는 소제목을 언급한 저자의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이란 전체의 제목과 상응하게 보이는 이 배치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아홉 단계란 영화 <인셉션>보다 더 황홀한 최면 속 지하 궁전이란 제목 하에 저자가 말하는 단계는 1단계(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졸음이 온다.), 2단계(눈을 뜨고 싶어도 결코 눈이 떠지지 않는다), 3단계(몸이 돌덩이처럼 굳기 시작한다), 4단계(최면술사의 행동을 기계적으로 따라 한다.), 5단계(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 6단계(몽유 상태에 이르다.), 7단계(복잡한 동작의 몽유가 일어난다), 8단계(환각의 전 단계에 도달한다), 9단계(환각의 절정, 모든 것이 실제 같다) 등이다.

 

최면과 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지막 장은 죽음, 생을 찬양하는 최고의 순간 ? 호스피스다. 죽음을 노래하는 레퀴엠 5악장이란 제목이 인상적이다. 1악장은 자신에게 방어벽을 쌓다, 2악장은 하늘을 향해 욕설을 퍼붓다, 3악장은 떼를 쓰듯 철없이 요구하다, 4악장은 우울함을 연주하다, 5악장은 죽음을 받아들이다다.

 

저자는 죽음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순간이라 말한다. 책 가장 마지막에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와 지식은 모두 무의식을 거쳐 편집된 내용”이라는 이론 물리학 박사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연과학이나 수학과는 무관한 것이 아닐지? 흥미롭게 읽었다. 생각할 거리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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