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재인폭포에 태고종 소속의 비구니께서 오셨지요. 첫 대면임에도 반가워 오랜 인연인 것처럼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습니다. 두서 없게도 운수납자라는 말이 생각나 말씀드렸었지요. 雲水衲子인데 저는 납을 막연히 회색을 뜻하는 것으로 알았었어요. 찾아보니 구름처럼, 물처럼 떠도는 수행자를 뜻하는데 납자(衲子)란 기운(수선한) 옷을 입은 사람 즉 승려를 의미하네요.
수선한다는 의미의 한자가 두 가지 있지요. 선(繕)과 선(敾)입니다. 두 번째 선은 잘 아시듯 겸재 정선(鄭敾)의 선이기도 하지요. 요즘 세태와는 맞지 않지만 승려란 납의를 입은 사람이지요. 동료 이선생님은 비구니 스님과 헤어지며 포옹을 했어요. 언니 같이 느껴져서 그랬을까요? 아버지를 여읜 지 얼마 안 된 마음이 그런 의식(儀式)을 하도록 했을까요?
최신작인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가 생각났습니다. 동물의 의례와 인간의 의례는 다르지 않다며 저자(코끼리 연구가 케이틀린 오코넬)는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열가지 의례를 언급했어요. 동료 이선생님과 비구니 스님의 만남, 짧은 대화, 포옹, 헤어짐은 하나의 의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의례들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