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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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세계적인 코끼리 연구가다. 나미비아 잠비아 지역에서 코끼리 개체 수를 연구하는 일자리를 제안받은 저자는 ’코끼리도 장레식장에 간다‘에서 주된 연구 대상인 코끼리뿐 아니라 침팬지, 오랑우탄, 늑대, 개, 사자, 얼룩말, 고래, 홍학, 물고기, 곤충 등을 폭넓게 논했다. 이 동물들 가운데 코끼리, 돌고래, 침팬지는 장례를 치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동물의 의례와 인간의 의례는 다르지 않고 다르지 않아야만 한다.“ 다르지 않다는 말은 본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다르지 않아야만 한다는 말은 그럼에도 다르게 보거나 다르게 행하는 사회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파편화된 듯 보이는 인간을 여전히 사회적 동물로 보는 저자는 바나나와 인간의 유전자가 50% 일치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할 수 없을까?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넓은 의미로 의례는 종교, 숭배, 영적 관습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평범한 행동에 의미가 깃들면 의례가 된다. 의례는 참여자의 호르몬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인간과 동물에게 사회적 고립이란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주된 위협 요인이기에 우리는 의례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건강을 유지한다. 저자는 의례를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로 본다. 물론 우리는 의례 기술을 잃은 지 오래다.

 

책은 열 가지 의례를 말한다. 인사 의례, 집단 의례, 구애 의례, 선물 의례, 소리 의례, 무언 의례, 놀이 의례, 애도 의례, 회복 의례, 여행 의례 등이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문화의 인사 의례를 접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의 공존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사시 겸손을 표해야 한다. 인간의 의례는 다양하고 동물의 인사 의례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인간의 인사 의례는 줄어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코끼리의 예다. 그들의 인사는 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에서 진화했다. 서로 입에 코를 가져다 대어 다른 코끼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내는 것으로 먹어도 되는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을 가려낼 수 없을 때 하는 행동이다. 주둥이를 핥는 늑대의 인사도 같은 차원에서 발전한 것이다.

 

18세기 미국의 퀘이커 교도들은 계층, 권위, 지위를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고개 숙이기, 허리나 무릎 구부리기 대신 악수로 인사를 대신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강조하려는 차원이었다. 저자는 진심을 담아 인사할 것을 권한다.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인간 사회의 집단 의례가 사냥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고 믿는다.

 

창으로만 잡을 수 없는 매머드나 마스토돈 같은 거대 동물을 사냥하려면 고도의 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집단의례를 치러왔다. 그 증거는 동굴벽화와 고고학 유적지에 영구히 남아 있다. 지난 몇백만년 동안 인간의 뇌 크기는 세 배로 커졌다. 집단의 규모가 커졌고 생활에 혁신이 일어났고 사회적으로 학습했고 문화가 발달한 덕이다.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진화는 유인원과는 다른 길로 들어섰다. 이 부분에서 인간이 불을 사용해 고기 요리를 해먹음으로써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한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연구에 따르면 똑같은 동작을 취하면서 함께 움직이거나 노래를 부르면 유대감이 샘솟고 신뢰가 쌓인다. 신체 동작을 되풀이 하면 사랑과 행복을 일으키는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된다.

 

코끼리는 반복된 울음소리를 통해 무리를 모으는 동시에 계획과 행동을 조절한다. 구애 의례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의 구애 의례 목적은 동물들과 다르지 않아서 그것을 통해 여성은 남성의 특성을 판단할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선물 의례를 특별히 관심 있게 읽었다. 갈라파고스제도 이야기가 나와서다. 그곳의 에스파뇰라섬에는 멸종 위기종인 코끼리거북이가 산다.

 

이들의 절반 정도는 110세 코끼리거북인 디에고의 후손이다. 디에고는 구애할 때 야생 토마토를 선물로 준다. 초창기 인류가 수렵채집을 하던 사회에셔는 음식을 나누는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식량 확보는 불안정한 상황을 대비하는 보험인 셈이었다. 수컷 코끼리는 실랑이를 한 뒤 화해를 청하기 위해 다른 코끼리의 입에 자신의 코를 가져다 댄다.

 

소리 의례편에서도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전공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코끼리가 진흙 목욕을 좋아하지만 우르술라(암컷 코끼리)의 진흙 목욕 사랑은 특별하다. 가뭄 때문에 물웅덩이를 찾는 일이 중차대한 일이 된 상황에서 코끼리들은 평소와 달리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저자는 말하기는 너무나 중요한 활동인데 진화론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왜 말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지만 동물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뛰어난 소통 기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코끼리는 저주파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코끼리가 으르렁거리는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코끼리의 소리는 공기를 통해 몇 킬로미터까지 전파된다. 그래서 코끼리는 먹이를 찾는 동안 서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은 소리의 한 영역이다. 저자는 인지과학자 데이비드 휴런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즐거움을 찾는 행동 역시 진화론적인 적응 행동이라는 것이다.

 

휴런은 인간이 구석기시대부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소리 의례와 대조적인 무언(無言) 의례가 다음으로 이어진다. 늑대들은 무언 의례로 자신의 낮은 서열을 증명하지만 어떤 동물은 무언으로 자신의 높은 서열을 내세운다. 동물 세계처럼 인간 세계도 무언 의례가 존재한다. 무언 의례에는 힘을 과시하고 짝을 찾기 위해 냄새를 풍기는 행동도 포함된다.

 

미소, 가만히 바라보기 등은 중요 무언 의례다.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코끼리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이동 경로를 기억한다. 건기가 끝날 때쯤 코끼리들은 신선한 음식과 물을 얻기 위해 비가 오는 길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이때 그들이 걸어가는 길은 항상 똑같다. 매번 좋아하는 과일나무 앞을 똑같이 지나간다.

 

저자는 코끼리가 자신이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놀이 의례편에서 호모 에렉투스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저자는 호모 에렉투스가 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없지만 더 많이 놀기를 즐겼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환경이 사막으로 바뀌었을 때 호모 에렉투스는 적응하지 못했다. 그들이 도구를 발전시켰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연구자들은 그들이 게으르고 혁신 정신이 부족해서 멸종했다고 설명한다. 놀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생존 기술을 익히게 한다. 잘 놀지 못하면 새로운 경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지고 어려움이 닥칠 때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기 어려워진다. 호모 에렉투스가 멸종한 것은 환경 변화 때문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할 생존 기술을 갖추는 데 필요한 놀이에 소홀한 탓으로 변화한 환경에 적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임을 알게 하는 글이다.

 

놀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 충분히 놀지 못하면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 놀이를 하면 ADHD 증세가 약해진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의 생존은 얼마나 잘 노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새로운 것들을 말한다. 애도 의례편에서는 애도 행동에 육체적이고도 심리적인 커다란 대가가 따른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B. J 킹은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에서 그것은 동물들이 애도 기간에 혼자 지내면서 충분히 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도 의례편에 책의 제목이기도 한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란 챕터가 있다. 저자는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의 동물 무리에 탄저병이 돌았을 때 죽은 친척을 보러 오는 코끼리들은 지켜보았다. 코끼리는 아프거나 다쳤을 때 물 가까이에서 지내므로 강이나 물 웅덩이 바로 옆에서 죽는 경우가 많다.

 

학자들은 코끼리들이 죽은 코끼리 앞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누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행동은 아니라고 말한다. 암컷 코끼리의 측두샘에서는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헤어진 가족이나 친구를 다시 만날 때 액체가 분비되는데 죽은 코끼리를 발견했을 때도 동일한 액체를 분비했다. 코끼리의 생리적인 변화는 그가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끼리들이 죽은 코끼리를 찾아가는 의식(儀式)은 인간이 장례식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야생 코끼리가 죽은 코끼리의 몸에 흙을 뿌리거나 나뭇가지를 덮어 매장한다는 보고서가 많다. 초기 인류도 매장을 중요시했다. 구석기 시대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이 증거를 찾아낸 결과 40만년전부터 부장(副葬) 풍습이 있었고 30만년전부터 특별히 죽은 사람을 위해 땅을 마련했다.

 

자신의 가족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저자는 놀랍도록 회복력이 뛰어난 동물인 인간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의례를 행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회복 의례편에서 저자는 동물들도 예민한 감각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시간의 흐름을 파악한다고 말한다. 고래나 새와 같은 동물들처럼 인간의 하루 리듬도 낮의 길이와 햇빛이 노출된 양에 영향을 받는다.

 

마지막 편은 여행 의례다. 여행은 사치로 여길 수도 있지만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불타는 숲은 동물을 이동하게 한다‘란 챕터에서 저자는 자연 발화로 인한 화재는 생태계에서 흔히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현대인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기온이 상승한 탓에 많은 곳에서 큰 화재가 자주 일어난다. 화재가 나면 자연에서는 식물의 분포가 달라지므로 새의 이동 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화재는 이동하는 동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긍정적인 유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연과 직접 연결되는 느낌을 체험하는 방법으로는 자연 속에 오롯이 들어가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말하는 저자는 자연보호주의자이기도 하다. 인간은 여행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행복해진다고 한다. 저자는 코끼리들의 재회를 지켜보는 일은 특권처럼 느꼈다고 말한다.

 

인간은 코끼리, 고래, 늑대 등 의식이 있는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다. 자연에 빠져드는 것도 여행이라는 저자의 책을 통해 여러 동물들에 대해 알았다. 무엇보다 코끼리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자연에 빠져드는 것, 거기에 지질(地質) 공부에 깊이 들어가는 것도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깃털 달린 여행자‘도 읽어야겠고 읽다가 놓아둔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도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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