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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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위안(陳禹安)은 심리를 통한 역사 연구의 선구자적 존재다.‘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는 삼국지에 나오는 모사(謀士)와 지략(智略)의 대명사 제갈량을 현대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제갈량, 세상이 원하다(1부), 제갈량, 때를 알고 나서다(2부), 제갈량, 진가를 선보이다(3부), 제갈량, 승부수를 던지다(4부) 등으로 구성되었다.

 

융중에 살던 농부였던 제갈량은 모든 사람이 제갈량은 결코 출사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한 인물이었다. 융중은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양양시 서쪽 지점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제갈량이 그의 청년 시기인 17∼27세까지 생활한 곳이다. 한번은 최주평, 석광원, 맹공위, 서원직(서서; 徐庶) 등 네 사람이 제갈량과 대화를 했었다.

 

제갈량이“자네들이 출사하면 어떤 관직에까지 오를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 말에 네 사람이 제갈량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제갈량은 미소만 지었다. 간절히 원하지만 발설하지 않은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 없다.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을 쓴 것이다. 제갈량은 준수한 용모와 체격조건은 물론 뛰어난 지혜를 가졌었다. 역사적 업적으로 말하면 제갈량은 진시황, 한무제, 당태종, 송태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갈량을 더 인정했다. 대중은 진실을 알면서도 꾸며낸 이야기를 믿고 싶어 한다. 제갈량에 필적할 사람은 주(周) 나라 문왕을 도와 주나라 800년 강산을 세운 강태공과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장량 등이다. 서서(徐庶)가 유비에게 제갈량을 천거하며 말했다. "제갈공명은 와룡(臥龍)입니다.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그를 쓰지 않으십니까?" 유비가 말했다. "그대가 데리고 오시오." 서서가 말했다. "이 사람은 가서 만나볼 수는 있으나 몸을 굽혀 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장군께서 의당 몸을 낮추시고 방문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유비가 제갈량을 직접 방문했고 세 번 만에 만날 수 있었다.

 

사마휘와 서서는 제갈량을 주나라 800년 강산의 기틀을 세운 강태공에 비유했다. 주문왕이 강태공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강태공은 서주의 반계(磻溪)에서 온종일 낚시질만 하면서 출사할 기회를 잡았다. 보통 사람은 끝이 구부러진 바늘을 사용하고 물고기를 유인할 미끼를 바늘 끝에 꿰어 낚시 한다.

 

그런데 강태공이 사용한 낚시바늘은 곧게 쭉 뻗어 바느질을 바늘과 다르지 않았다. 미끼도 꿰지 않았으며 물속에 가라안지도 않았다. 심지어 물에서 낚시바늘까지의 거리가 3척이나 되었다. 강태공은 낚싯대를 높이 들며 혼잣말로“물고기야 살고 싶지 않다면 직접 뛰어올라 낚시바늘을 물도록 해라.”라고 말했다. 강태공의 기이한 행동은 서백(西伯; 서쪽지방 제후들의 우두머리; ‘희창; 姬昌‘)의 귀에도 전해졌다.

 

희창은 병사 한 명에게 반계에 가서 강태공을 데리러 오라고 시켰다. 그런데 강태공은 그 병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중얼거렸다.“물려라 물려라 물리라는 물고기는 물리지 않고 새우가 와서 시끄럽게 구는구나.”병사가 돌아와 이 말을 전하자 서백은 이번에는 관리 한 명을 보내 강태공을 모셔오게 했다. 그러나 강태공은 여전히 본 척하지 않으면서 낚시질에 여념이 없었다. “물려라 물려라 물리라는 큰 물고기는 물리지 않고 작은 고기가 와서 시끄럽게 구는구나.”희창은 그제야 강태공이 현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로부터 사흘 동안 희창은 채식만 하고 목욕재계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많은 예물을 준비해 반계에 있는 강태공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강태공은 희창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낚시질에만 빠져있었다. 희창은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 때까지 강태공 뒤에서 공손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게 한 뒤에야 강태공은 희창과 대화를 나눴다.

 

주나라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주문왕이 강태공을 데려 가기 위해 겪은 큰 어려움의 정도와 훗날 강태공이 주문왕을 도와 주나라의 기틀을 다진 일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전자와 후자를 인과 관계로 해석한다. 이는 우리가 곧잘 저지르는 착각이다. 유비는 자신을 주문왕에 비유하며 큰일을 이루려면 반드시 능력이 출중한 인재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중한 인재를 얻기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유비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로 인해 제갈량을 데려가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원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정성에 감동한 제갈량이 틀림없이 은거생활을 접고 자신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게다가 눈보라를 동반한 추위는 유비 자신이 통제할 기회를 줬다. 다시 말해 자신이 이 추위를 이겨내기만 한다면 모든 일이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도록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종종 우연을 필연이라고 믿음으로써 마음의 안녕을 찾는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서 우연이 발생할 때 더욱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 우연이 필연을 부른다고 믿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안정감이 든다면 굳이 거부할 필요가 없다.

 

제갈량은 융중의 초가에 은거할 때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연설한 바 있다. 이름하여 융중대책으로 핵심은 손권과 연합해 조조에 맞서자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유표가 다스리는 형주를 빼앗는 것이다. 저자는 제갈량의 일생일대의 실패를 유표가 다스리던 형주를 빼앗자고 유비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라 말한다. 책의 마지막은 주유의 죽음을 논한 장이다. 주유는 적벽대전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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