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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 - 연구 주제 선정부터 설계, 실행, 평가까지
케빈 엘리엇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12월
평점 :
과학철학자 케빈 엘리엇의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는 가치 배제의 이상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편에 선 책이다. 가치 배제의 이상이란 가치가 과학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사회적, 윤리적 가치는 과학적 추론의 많은 중심적 측면에서 필수적이며 피할 수 없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과학이 잘못된 가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한 작업은 과학에 미치는 가치가 언제 적절하고 언제 적절하지 않은지에 대해 밝힌 것이다.
저자는 과학이 어떤 분야에서도 가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령 물리학의 이론적인 분야에서조차도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는 여전히 자신들의 주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쓸지, 새로운 발견을 어떤 프레임으로 어떻게 홍보해야 최선인지 등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저자는 희망적 사고의 부적절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투명성, 대표성, 참여라는 세 조건에 집중한다.
과학자들은 가능한 한 데이터, 방법, 모형, 가정을 투명하게 다루어서 그들의 연구가 특정 가치에 의해 지지되거나 영향을 받는 방식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는 사회적, 윤리적 우선순위를 대표하는 주요 가치를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명확하고 널리 인정된 윤리적 원칙을 이용할 수 있으면 과학에 영향을 주는 가치의 지침으로 사용해야 한다.
윤리적 원칙이 잘 정착되어 있지 않으면 과학은 사회적 우선순위가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가치의 역량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한다. 과학자, 시민, 정책 입안자들은 과학자를 비롯해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한 형태로 참여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목표로 하는 것은 가치가 특정(어떤 과정과 방법론을 택할지, 어떤 모형을 개발할지, 어떤 통계기법을 사용할지, 과학적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지) 결정들에 관련되는 방식을 강조하여 과학자들이 더 투명하고 더 사려 깊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가치의 역할은 세 가지이다. 첫째, 가치는 연구 주제들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까다로운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과학 연구의 공적자금을 배분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떻게 해야 최선인지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일으킨다. 셋째, 민간 부분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연구를 평가하고 이런 연구가 윤리적, 사회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는 방식을 모색할 때 중요하다.
저자는 성(性)에 따른 인지능력 차이에 대한 연구 분야에서는 복잡한 과학적 증거들을 만나면 기존 개념에 도전하는 증거로 인정하기보다 기존 가정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토머스 쿤이 말한 특정 이론에 대한 반증사례 앞에서 저항하는 또는 그 사례를 인정하지 않는 과학자들의 태도를 연상하게 한다. 저자는 자금을 선택할 때 사회적 가치만을 유일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는 또한 과학자들이 학문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자연 세계에 대해 가장 큰 통찰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프로젝트를 고려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가치가 다양하므로 상충하는 우선 순위를 어떻게 다룰지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울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치는 여전히 자금 지원에 대한 결정과 명백히 관련이 있다. 과학은 과학자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말할 때뿐만 아니라 침묵할 때도 약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이 이용 가능한 증거가 특정한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진정으로 믿을 때, 그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하도록 환영할 만한 가치가 부여된다. 객관성은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확신에 찬 결론을 제시할 때뿐만 아니라 판단을 유보하도록 강요당할 때도 위협 받을 수 있다. 객관성이 과학자들에게 궁극적인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다른 모든 가치보다 객관성을 우선시함으로써 여전히 사회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사회는 과학계가 신중하고 객관적이라고 믿음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위협이 출연했을 때 과학자들로부터 솔직하고 쉽게 이해되는 경고를 받을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객관성이란 편견 없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그 정보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한 노력도 포함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자들이 신중하게 발언할 때 대중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대중의 적절한 관심을 끌기 위해 과감하고 간결한 주장을 할 필요도 있으며 이것이 때로는 사회적으로 더 책임 있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자들이 결론을 설명할 때 그에 따른 주의사항과 불확실성을 함께 설명해도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될 때 이러한 명확성이 쉽게 무시되기도 한다. 99%의 통계적 유의 수준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떤 실험결과가 우연히 일어날 가능성이 1%만 넘어도 과학자들은 그 가설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의 일부 분야에서는 90% 이상의 통계적 유의 수준을 선택하는 것이 실제로 일반적이다.
본문에는 환경규제를 이전의 공산주의의 위협과 견줄만한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뛰어난 물리학자들 이야기가 나온다. 대중의 확증 편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과학을 놓고 벌어지는 현대 사회의 많은 논쟁이 사람들 사이에 깊이 뿌리박힌 가치로부터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고 묻는다.
많은 경우 완벽하게 중립적이고 가치가 개입되지 않은 정보 제공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어떤 가치들을 다른 가치를 보다 더 크게 지지하게 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성찰하는 것이다.
저자는 네 가지 사항을 확실히 할 것을 주장한다. 1) 새로운 연구 결과가 이전의 발견과 과학의 다른 분야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설명하기, 2) 과학적 결과가 궁극적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히 하기, 3) 결과의 본질에 대한 오해를 방지하기, 4) 사람들의 목표, 가치, 어젠다, 세계관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명확히 하기 등이다.
저자는 태피스트리 은유를 언급한다.(’태피스트리; tapestry‘는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또는 그런 직물을 제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태피스트리 은유에 따르면 과학적 추론은 과학자들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모여야 하는 수많은 성분이나 실마리들로 짜인 태피스트리라고 할 수 있다. 태피스트리의 은유는 과학의 분야에서 적어도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강조한다. 1) 과학적 추론에서 분석적이거나 규칙에 지배되는 성분들은 가치에 영향을 받는 성분들과 서로 깊이 얽혀 있다. 2) 가치의 역할은 과학적 추론의 다른 측면으로부터 분석을 위해 분리할 수 있다. 3) 가치의 특정한 영향은 과학 전반으로 파는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이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완전히 투명하게 하는 것은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인정되지만 데이터와 연구방법에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는 과학자들의 최근의 노력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연구를 면밀히 조사하고 그 연구가 어떤 가치를 더 우대하는지 알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정치, 윤리, 종교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견해가 엇갈릴 수 있지만 과학은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고 하나의 사유로서 결정을 내릴 때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반론이 가진 문제는 그것이 최첨단 연구에 대해서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의 일부 영역은 매우 잘 정착되어 있지만(예를 들어 물리학이나 화학의 기본원리를 생각할 수 있다.) 과학의 많은 부분을 그렇지 않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생물학적 요인, 독성 화학물질, 건강에 미치는 영향, 새로운 농업기술을 개발하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할 때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여지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가치의 역할을 인정하면 잃을 것은 적고 얻을 것은 훨씬 많다.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 모두 어떤 결론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이용 가능한 증거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최우선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 불일치가 때로 과학의 객관성을 촉진할 것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공공기관, 민간기관, 시민 집단, 학자, 과학자의 사려 깊은 참여를 통해 가치에 기여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으로 연구에 지침이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