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핵산과 기억, 욕망과 단백질의 가공할 혼합물이다. 저물어 가고 있는 이번 세기에는 핵산과 단백질이 우리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다음 세기의 관심사는 기억과 욕망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물음들에 누가 대답해 줄 것인가?“ 프랑수아 자콥의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책에는 그 유명한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다.
헤엄치지 못하는 전갈이 개구리를 설득해 등에 업혀 도강(渡江)하다가 개구리를 쏘아 죽임으로써 개구리와 함께 자신도 물에 빠져 죽은 이야기다. 자콥은 전갈은 멍청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문장이 본령은 아니다. 전갈의 선택은 찌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말하는 자콥에 의하면 우리 역시 우리의 수준에서 우리의 방식대로 우리의 본성에 갇혀 있다. 이것이 본령이다.
자콥의 책은 이런 우울한 면만 보이지 않는다. 자콥은 인간이 구축한 세계관은 과학적이든 신화적이든 언제나 거의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유럽에서 과학과 예술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거의 언제나 함께 꽃을 피웠다는 말도 그렇다. 물론 과학과 예술은 몇 가지 차이를 갖는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