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행성 물리학, 판 구조론, 지구 내부 화산 원리 등을 연구하는 예일대학교 교수 데이비드 비코비치의 책이다. 그는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은 전체 여덟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우주와 은하, 2장 별과 원소, 3장 태양계와 행성, 4장 지구의 대륙과 내부, 5장 바다와 대기, 6장 기후와 서식 가능성, 7장 생명, 8장 인류와 문명 등이다.

 

저자는 어두운 밤 하늘을 이야기하며 그것은 우주의 시작임을 언급한다. 우주의 나이가 무한대라면 즉 시작이 없다면 밤하늘은 어둡지 않을 것이다. 무한대의 나이를 가정한다면 아무리 멀어도 빛이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고 공간이 팽창한다는 것은 우주에게 생일이 있다는 의미다.

 

우주의 경계면 바깥에는 빛도, 물질도, 에너지도 없고 시간과 공간도 없다. 세상에 그런 공간이 어디에 있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세상이란 우주의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계 바깥이 어떤 곳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애써 상상할 필요는 없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과 에너지의 70%는 암흑 에너지이고 25%는 암흑물질이다.

 

별과 행성, 인간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은 나머지 5%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은 거의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은하와 같이 큰 규모의 우주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한정된 감각으로는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 최초의 기체 구름은 주성분이 수소와 헬륨이었기 때문에 이로부터 지구와 같은 행성이 탄생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다면 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그 많은 원소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리튬, 베릴륨, 탄소, 산소, 질소, 납, 철 등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을 통해 만들어졌다. 우리 태양은 핵융합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중력에 의한 수축을 버티면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의 중심 온도는 1,500만도c다. 질량이 태양의 15배 이상 되는 별들은 중심 온도가 1,500만 도c에 도달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 수축하면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온도가 1억도c에 도달하면 헬륨이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탄소와 산소를 만들고 이보다 큰 초거성들은 핵융합을 여러 번 반복하여 철까지 만들 수 있다.

 

무거운 원소를 생산하는 핵융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헬륨 원자핵인 알파입자의 융합이다.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세 개의 알파입자가 두 차례 반응을 거쳐 탄소로 변환하는 3중 알파입자 반응은 매우 드물게 그리고 어렵게 일어나는 사건이어서 산소보다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태양계에서 수소와 헬륨 다음으로 흔한 물질은 알파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지구와 생명체를 구성하는 탄소, 산소, 실리콘, 마그네슘, 칼슘, 철 등의 핵심 성분이다. 지구의 생명체들이 탄소에 기반을 두게 된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탄소는 알파입자 연쇄 반응에서 제일 먼저 생성되는 원소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결합 능력이 뛰어나서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생명의 기본단위인 유기분자는 주로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다. 만일 원시지구에 각기 다른 원소를 생명의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들이 무더기로 등장했다면 탄소에 기반을 둔 생명체가 압도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다.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질소와 인도 탄소에서 시작된 연쇄 핵융합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당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들은 과거 어느 날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단 물에 포함되어 있는 수소는 빅뱅 직후 만들어졌다. 별의 후손이라고 하면 무슨 외계인이나 신성한 존재를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가 별의 직계후손인 셈이다. 인간은 육지에 기반을 둔 생명체이고 최초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태어났으므로 진화의 한 단계에서 우리의 먼 선조들에게는 물 밖에서 생명활동을 이어갈 만한 육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륙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환경이다. 그러나 대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해하려면 지구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지구의 내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면 깊이 6,400km에 달하는 금속과 바위층을 직간접으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구의 내부는 멀리 떨어진 은하보다 훨씬 관측하기 어렵다.

 

첨단 망원경을 이용하면 50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은하까지 촬영할 수 있지만 6,400km에 불과한 지구의 내부는 아직도 태반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구의 내부에 관한 지식은 대부분은 지구를 관통하는 탄성파를 분석하여 알아낸 것이다. 이 분야를 지진학이라 한다. 지구의 평균 밀도는 5.5g/세제곱 cm다. 물의 밀도는 1g/ 세제곱 cm다. 돌의 밀도는 3g/세제곱 cm다.

 

대부분의 금속은 10g/ 세제곱 cm다. 그러므로 지구의 밀도는 바위와 금속의 중간쯤 되며 내부 깊은 것은 압력이 매우 높다. 지구 내부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 바깥은 가벼운 바위로 이루어진 얇은 지각이고 그 밑으로 지구 반지름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거운 바위로 이루어진 맨틀로 되었으며 가장 깊은 중심부 맨틀보다 무거운 철 코어가 자리잡고 있다.

 

맨틀과 핵의 두께는 거의 같지만 맨틀이 핵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부피는 맨틀이 압도적으로 크다. 실제로 지구 전체에서 맨틀이 차지하는 비율은 80%가 넘는다. 밀도가 다르다는 것은 온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핵을 둘러싸고 있는 맨틀은 마그네슘, 철, 실리콘(규소), 산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큰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거쳐 생성된 원소들이다.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지각은 실리콘과 산소를 비롯하여 칼슘, 포타슘, 알루미늄, 나트륨 등 다양한 광물질이 섞여 있다. 처음 이 다양한 원소들은 골고루 섞여 있었으나 융해 과정을 거쳐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맨틀은 매우 거대하고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냉각 과정뿐 아니라 지질학적 변화 흔적까지 곳곳에 남아 있다.

 

시생대의 맨틀은 여전히 뜨거웠으나 몇 군데 중요한 지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굳은 상태였다. 한편 우라늄, 토륨 등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와 칼륨의 불안정한 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에너지는 맨틀에 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었다. 뜨거운 것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현상을 열대류 또는 자유대류라 한다.

 

맨틀은 물론이고 바다와 대기, 행성과 별, 그리고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커피 잔에서도 항상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구 대류는 태풍과 뇌우를 일으키고 태양 대류는 흑점을 만든다. 단 대류가 일어나려면 물질의 유동성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뜨겁고 가벼운 물질과 차갑고 무거운 물체가 쉽게 자리를 바꿀 수 있다. 맨틀은 고체 상태였지만 긴 시간 규모에서 볼 때 유체처럼 행동한다.

 

빙하가 높거나 흔들리지 않고 갈라지지도 않으면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류는 유체가 열을 식히는 방법 중 하나다. 지표면 근처의 차가운 물질이 대류를 타고 가라앉아서 내부의 뜨거운 물질과 섞이면 전체 온도는 내려간다. 중심부의 뜨거운 물질이 대류를 타고 위로 올라가 표면의 차가운 물질과 섞일 때도 빠른 속도로 열이 손실된다. 그러므로 지구는 자신과 같은 크기의 거대한 돌덩어리보다 식는 속도가 빠르다.

 

그래도 맨틀 대류 자체는 워낙 느리게 진행되기에 인간적 관점에서 보면 거의 정체 상태나 다름없다. 외핵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흐를 수 있고 주성분이 전기적 도체인 철이기 때문에 전류를 실어나를 수 있다. 외핵에서 일어나는 유체운동은 주로 대류와 지구 자전에 의해 발생하며 여기에 걸려 있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 전류가 발생한다. 이 과정은 발전기의 작동 원리와 비슷하다.

 

지질학자들은 판구조론 혁명을 불러일으킨 1등공신으로 해저확장의 발견을 꼽는다. 지구의 표면이 움직이고 있다는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대두된 것은 1930년대였는데 당시 유행했던 대륙이동설은 판구조론과 사뭇 다른 이론이었다. 독일의 기상학자 베게너가 처음 제안했던 대륙이동설은 대륙이 대양 지각을 밀어내면서 마치 빙하처럼 표류 한다는 이론(후일 이런 식의 이동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인 판구조론은 지표면 전체가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뉜 채 각자 상대적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개개의 조각 위에 놓인 대륙들은 판이 이동할 때마다 무임승차한 승객처럼 따라서 움직인다는 이론이다.

 

지각판이 갈라진 이유는 미스테리다. 우리가 아는 한 다른 행성 표면은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있지 않다. 해저 확장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지각판들이 서로 멀어지는데 한 지역에서 멀어지면 다른 지역에서는 가까워져야 한다. 하나의 판이 이웃한 판으로부터 멀어지면 반대편의 또 다른 판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데 섭입대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지질구조판이 처음 생성된 뜨거운 지역에서 멀어지면 차갑고 무거워지면서 서서히 흐르는 맨틀 쪽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해양에서 분출한 용암이 물과 반응하면 각섬석(角閃石; amphibole)이나 사문석(蛇紋石; serpentine) 같은 함수광물(含水鑛物)이 생성된다. 함수광물이 맨틀의 특정 깊이(약 100km)에 도달하면 온도와 압력이 너무 높아 수분을 밖으로 토해내는데 이 수분은 섭입판의 상부로 올라왔다가 근처의 맨틀바위로 유입된다.

 

이렇게 수화(水化)된 바위는 마른 바위보다 쉽게 녹기 때문에 수분을 머금은 맨틀에 용해된다. 실리카를 가장 많이 함유한 마그마는 화강암으로 이는 차가운 용해 과정의 전형적 산물이다. 화강암은 지각이 녹았다가 굳고 또 녹으면서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이는 가벼워서 맨틀에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욕조 배수구 위에 떠다니는 장난감처럼 섭입대 근처에 계속 쌓인다.

 

그러므로 화강암은 지각 위에 점점 더 두껍게 쌓여 대륙지각의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124, 125 페이지) 맨틀에 섞여 있던 규산염과 화강암이 융해와 분리를 반복하면서 대륙을 이룰 정도로 누적될 때까지 20억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초대륙의 이합집산 주기를 윌슨 주기라 한다.(윌슨은 캐나다의 지질학자 '투조 윌슨; Tuzo Wilson'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지질구조판과 물은 오랜 세월 지구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지질구조판, 물, 적절한 온도는 삼각대의 다리처럼 하나가 존재하기 위해 둘이 필요한 관계였다.) 두께가 100km에 달하는 판의 경계면 전체를 매끄럽게 만들 정도로 물이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토록 압력이 높은 곳에 다량의 물이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빠르게 변형된 판의 경계면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바위들은 특히 작은 광물 알갱이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런 바위를 압쇄암이라 한다.

 

이 알갱이들이 바위를 부드럽게 만들어서 판의 경계면이 매끄러워졌고 판이 미끄러지면서 경계면 바위에 손상을 입혀 알갱이는 더욱 작아졌다. 아마도 대륙의 경계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광물 알갱이는 혼자 있을 때 서서히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바위는 일종의 치유과정을 거쳐 다시 견고해지고 이런 과정은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진행된다.

 

현재 바닷물의 총 무게는 맨틀 무게의 0.05%에 불과하다. 고체 맨틀의 대류는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 뜨거운 바위가 압력이 낮은 표면으로 올라오면 쉽게 녹고 녹은 바위는 대부분 대양지각이 되었다. 고체 맨틀의 일부가 녹아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후 지표면으로 배달되면 화산을 통해 분출된다. 화산은 지면에도 있고 깊은 바닷속에도 있다. 그러므로 대기와 바다가 지구 내부에 존재했다는 가설도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대기의 압력이 1기압일 때 물은 100도c에서 끓지만 기압이 높으면 더 높은 온도에서 끓는다. 부엌에서 쓰는 압력솥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지구의 대기압이 60 기압이었던 시절 물은 200~ 300 도c에서도 액체상태로 존재했다. 정확한 비등점은 270 도c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물과 바위에 스며들면서 기온이 서서히 내려갔다. 온실효과가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날씨란 대기의 가장 낮은 층인 대류층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류권의 고도는 지표면에서 약 10km까지로 이 영역에서 빠르고 변화무쌍한 열역학적 대류가 일어난다. 대류권 위의 공기층을 성층권이라 한다. 대류권과 달리 성층권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성층권의 온도가 높은 이유는 오존 때문이다. 오존은 생성되거나 분해될 때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흡수한다.

 

오존층이 없다면 지구 생명체들은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동물은 식물에게 산소, 오존이라는 이중의 신세를 지는 것이다. 성층권은 고도 50km까지 계속된다. 성층권 위로 고도 100km까지를 중간권이라 한다. 중간권에서는 열복사가 훨씬 효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성층권보다 온도가 낮다. 중간권 위로는 온도가 훨씬 높고 밀도가 희박한 열권이 있고 그 위로 1만 km까지를 외권이라 한다. 외권 밖으로 나가야 비로소 우주(행성간 공간)라 할 수 있다.

 

행성이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물이 얼어붙고(화성), 너무 가까우면 증발해 버린다.(금성) 행성에 물이 존재하려면 골디락스 영역에 놓여 있어야 한다. 희귀 지구 가설에 의하면 지구는 은하수의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은 덕분에 생명체 탄생의 적절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일 우리의 태양계가 은하의 중심에 가까웠다면 초대형 블랙홀이 내뿜는 가공할 복사 에너지에 초토화 되었을 것이다.

 

또한 지구는 탄생 시기도 적절했고(생명이 필요한 원소들이 모두 만들어진 후에 탄생했다.) 물이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태양과의 거리도 적당했다. 천문학적 조건 외에도 지구는 지질구조판을 가지고 있어서 안정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달의 조력(潮力)에 의한 조수현상 덕분에 수상 생물이 육지생물 진화할 수 있었다.

 

조간대(潮間帶)에 사는 생물들은 물이 찼을 때 물속에서 살다가 물이 빠지면 육지 생활을 하면서 육상생물의 첨병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는 자전축의 공전면에 대하여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이 주기적으로 변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행성이 떨어지거나 대형 화산이 폭발하여 생명체가 대량으로 멸종한 적도 있고 초대륙이 형성된 후에는 해안선이 급감하여 연안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량멸종이 일어날 때마다 지구의 생태계는 새롭게 정리되어 생물학적 다양성과 진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는 생명이란 화학반응을 이용해 주변 환경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취하여 성장하고 번식하는 생물학적 개체를 말한다고 설명한다.(209, 210 페이지)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결과물이 반응 자체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자가촉매적이다.

 

무기화학반응 중 생명 활동의 특성을 그대로 빼닮은 것도 있다. 가령 불은 호기성 생물처럼 물질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광합성과 정반대) 불은 생명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연료(나무, 잔디 등)를 소모하기 위해 멀리 퍼져나가고 발화할 때까지 연료를 태우면서 자신의 활동을 촉진한다. 그러나 불은 물이나 이산화탄소와 같이 단순한 분자만 재생산할 수 있다.

 

불은 습도에 강한 것과 약한 것이 따로 있지 않아서 주변에 습기가 많으면 그냥 꺼진다. 생명체는 물 이외에 포도당, 지방산,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 등 네 가지 기본 요소로 이루어졌고 이들은 다섯 종류(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로 이루어졌다. 수소는 빅뱅 직후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지표면에 사는 생명체는 예나 지금이나 직간접적으로 광합성에 의존해왔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구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사건은 생명체의 출현이고 두 번째는 광합성의 개발이다. 지구에 생물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태양에너지와 급변한 대기, 그리고 광합성 덕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광합성을 어린 학생들도 아는 기초 지식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새로 발견되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는 지금으로부터 700만년전에 진화나무에서 분화되어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견된 초기 인류의 화석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이 사실을 입증한다. 인간이 침팬지와 작별을 한 결정적 계기는 직립보행이다. 대형 유인원도 두 발로 걸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직립보행의 가설들 중 셋이 눈길을 끈다. 1) 음식을 손으로 운반하면 은밀한 곳에 저장해놓을 수 있어 끼니때마다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2) 먼곳까지 볼 수 있어 포식자를 피하고 음식을 찾는 데 유리하다. 3) 두 발로 서서 양팔을 휘두르면 몸집이 실제보다 커보여 상대방을 위협하여 우위를 점하거나 더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다 등이다.

 

직립보행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 우리가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빙하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대기가 뜨겁고 습했던 5천만년 - 3천만년전에 태어났다면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했을 것이다. 사람의 땀은 춥고 건조한 날씨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저자는 지질학자로서 재러드 다이아몬드가‘총, 균, 쇠’에서 제기한 근대사에서 식민지 확장 사업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의문에 대해 논한다. 다이아몬드는 그 원인을 대륙의 방향성에서 찾는다. 대륙의 방향성을 결정한 것은 판의 구조다. 거대한 대륙의 한복판에 자리한 유라시아 문명은 주로 동서 방향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제국 전체에 걸쳐 기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적인 기후대가 수백, 수천 km에 걸쳐 비슷하더라도 도중에 사막이나 강이 있으면 수십 km 간격을 두고도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지질구조판 중 유라시아 판은 지질학적으로 유리한 점이 많았다.

 

대륙의 축이 동서방향으로 뻗어 있어서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영토확장을 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농경민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다른 대륙들은 대부분 남북방향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기후가 비슷한 동서방향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어려웠고 남북으로 진출하면 국물과 가축들이 서식가능 지역을 벗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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