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억년을 찾아서
고영구 외 지음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0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는 크게 지질시대와 역사시대로 나뉜다. 별의 시대(cosmic age), 지질시대, 역사시대로 나누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질시대를 지구가 우주공간에서 형성되어 제 모습을 갖춘 시기와 지질학적인 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때를 구분해 전자를 천문학상의 시대라는 의미의 星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역사시대는 대략 1만년전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 지질시대가 지구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구의 나이는 46억년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랜 생물 화석은 오스트레일리아 와라우나 층군에서 발견된 약 35억년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다. 지구 역사에서 거의 40억년을 차지하는 선캄브리아기는 매우 긴 시기이지만 화석기록은 매우 빈약하게 남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생대 생물의 주인공으로 주저하지 않고 삼엽충을 꼽는다. 중생대는 공룡, 암모나이트, 겉씨식물로 대표되는 시대다. 중생대에는 소철과 은행(銀杏)으로 대표되는 겉씨식물들이 번성하였다.

 

신생대는 중생대 백악기 이후에 등장한 속씨식물과 포유류로 대변되는 시대다.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것처럼 중생대 백악기 말의 소행성 충돌로 지구는 큰 재앙을 맞았다. 공룡들의 지배하에서 침묵하던 포유류들은 서서히 공룡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급속도로 차지하면서 신생대를 포유류의 시대로 만들었다. 신생대에 들어서서 속씨식물이 발전하여 외떡잎식물들이 등장하였고 진정한 의미의 초원이 만들어졌다.

 

지구의 나이 46억년은 지구 밖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미행성체의 잔해인 운석의 나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엽록상 남조류 집적체다. 이것이 지구에 산소를 공급해 동물이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소청도에서 우리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날 수 있다.(조류는 藻類로 쓴다. 조는 마름 조자다. 마름이란 바늘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의 수초를 말한다.)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선캄브리아기의 것이다.

 

태백의 것은 고생대 후기 바다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과거 그곳이 수심이 얕은 바다이거나 호숫가였음을 말해준다. 원시 지구의 대기에 우세했던 이산화탄소는 석회암이 되어 바다에 퇴적되었다. 만일 이산화탄소가 엄청난 양의 석회암으로 지구 표피에 저장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진화한 다양한 동물 및 인간이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임진강 상류 일대에는 석회암, 규암, 점판암, 결정편암 등을 중심으로 한 변성암류와 고생대 퇴적암류가 분포한다.

 

추가령 열곡(裂谷)대를 경계로 하여 남과 북이 현저한 차이를 드러낸다. 추가령 열곡대 북쪽에는 선캄브리아기 변성암류와 고생대 지층이 우세하게 분포한다. 이들이 임진강 벨트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최근 이곳이 중국에서 이어져 한반도의 한가운데에서 대륙과 대륙이 충돌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있다. 대륙 충돌을 확인해주는 결정적 증거는 다이아몬드나 석영이 고밀도로 뭉친 코어사이트 등 초고압 변성암대의 존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다이아몬드나 뭉친 코어사이트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고압 변성광물인 각섬석을 포함하는 각섬암과 석류석이 발견된다. 각섬암은 임진강대의 남쪽 경계부에 해당하는 연천군 미산면 마전리와 포천군 관인면 중리 등 한탄강 부근 도로변에서 발견되었다. 이 각섬암을 분석한 결과 형성 당시 10-14kbar의 고압조건 즉 지하 50km에서 만들어져 지표로 올라온 것으로 밝혀졌다.

 

절대연령 측정 결과 이 각섬암의 원암인 반려암이 만들어진 것은 선(先) 캄브리아기 후기인 9억 5천만년전으로 드러났다. 석류석 결정이 만들어진 것은 2억 3천만년전으로 밝혀졌다. 이 2억 3천만년전은 중국을 이루는 두 대륙이 충돌한 시기와 일치하므로 임진강 벨트를 중심으로 충돌대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암석의 주요 부분은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광물의 표본실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옛날에 분출한 화산암이나 진흙, 모래 등의 퇴적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당시의 지구자기의 방향을 알아볼 수 있는 단서가 있다. 광물이나 퇴적물 입자가 당시 지구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서 배열되는 경우가 많아 그 때의 지구 자가의 방향뿐 아니라 시대까지도 추정하게 하는 것이다. 홍도가 붉은 이유는 규암 내에 얼마간 함유된 철 성분이 풍화, 침식될 때 산화되어 붉은 색을 띄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쇠가 녹슬면 붉은 색을 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석영은 무색 내지 흰색을 띠지만 규암이나 사암에 함유된 미량의 철 성분이 산화환경에서 암석이 되어 붉어진다. 홍도는 낮에는 밝은 홍색이 되고 석양 무렵에는 섬 전체가 붉게 물들이기에 붙은 이름이다. 석회암동굴은 지표수가 지하로 스며들고 그 물이 낮은 위치의 출구를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통로로 형성된 지형이다. 석회암 동굴의 나이는 대개 부풀려 선전된다.

 

이 때의 연령은 모암(母巖)인 석회암의 것이지 동굴과는 무관하다. 자연은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의 석회암 지대에서는 땅속에 석회암으로 지하궁궐을 세웠지만 화산쇄설층으로 이루어진 제주도에서는 용암을 힘차게 흘려보내 무섭고 웅장한 용암동굴을 세워놓았다. 제주도에 용암동굴이 발달한 이유는 제주도의 용암이 유동성이 크고 점성이 적은 현무암질 용암이기 때문이다. 용암동굴은 용암 속에 포함되어 있는 탄산가스나 수증기 등 고온의 가스 압력 때문에 천장이 아치모양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미래의 에너지는 석탄이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고생대 석탄기와 페름기 초는 따뜻하고 습윤하여 식물이 번성하여 큰 삼림을 이루었다. 이 시대의 식물(인목, 봉인목, 노목 등 양치식물)은 대체로 습지나 얕은 물밑에 뿌리를 내렸으며 죽은 후 쌓여 오랜 시간이 경과되고 대단히 두꺼운 식물의 충적층을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식물층은 산소 부족으로 쉽게 썩지 않고 보존되어 석탄의 초기에 해당하는 토탄(peat)이 생성된다.

 

이 후 지각의 침강으로 그 위에 퇴적물이 두텁게 쌓여 위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받는 동안 식물 구성성분인 수소, 질소, 산소의 대부분이 서서히 달아나버리고 후에는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석탄이 생성된다. 화석기록에 의하면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말기인 약 2억5천만년전에 지구상에 처음 나타났다. 퇴적암의 나이를 이야기할 때는 화성암, 변성암과는 다른 개념을 가져야 한다. 화성암은 지질학적으로는 일시에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용암이 분출되어 굳은 시간,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 물질이 식어 암석이 되는 시간이 암석의 나이가 된다. 변성암은 변성작용을 받아 변성 광물이 형성된 시간이 나이가 된다. 퇴적암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나의 나이를 갖기는 어렵다. 100미터 두께의 퇴적암의 경우 하부에서 상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층의 나이가 전부 다르다. 수백 개의 나이를 갖는 것이다.

 

화강암은 석영과 알칼리 장석, 얼마간의 소다사장석과 유색광물로 이루어진 중립 내지 조립질 암석이다. 지하 약 50~60km의 심도 즉 하부지각이나 상부맨틀에 해당하는 깊이에서 만들어진 화강암질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올라오다가 천천히 식으면서 굳어 만들어지는 것으로 산성 심성암에 속한다. 추가령 열곡대는 원산 영흥만에서 시작하여 서울에 이르는 좁고 낮은 긴 골짜기다. 서쪽의 마식령 산맥과 동쪽의 광주산맥 사이에서 발달하였다.

 

지질학적 측면에서 토양단면은 통기대, 포화대, 기반암으로 구분된다. 통기대는 지하수면 상부에 위치하며 토양 공극이 공기로 채워져 있으며 지표수가 지하수면으로 이동하는 통로다. 포화대는 토양 공극이 지하수로 채워져 있다. 통기대와 포화대 사이에는 지하수면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그랜드캐넌을 간다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어도 그것이 진정한 지질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은 것이라도 하나 하나 깊게 관찰하고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자연사박물관을 통해 약간의 지질여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이 별로 없다.(이 책의 출간 일자는 2003년 2월이다. 2003년 7월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지질 또는 지구과학은 갈증을 일으키는 대상이다. 좋은 책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수밖에 없다. 지질공원 해설을 하며 내가 부족한 부분,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책을 읽었다. 통독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발췌식으로 읽을 다른 지질 또는 지구과학 책들을 찾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