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편이 되는 말하기 - 나의 말과 생각, 운명을 바꾸는 36가지 언어 기술
황시투안 지음 / 미디어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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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말)와 sword(칼)는 같은 것으로 다뤄진다. 말은 칼처럼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고,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은 언어를 통해 설득하거나 설득당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말은 자신이다. 우리는 본문에 나오는 혜앙처럼 상대를 말로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게으르다.

 

‘다 내 편이 되는 말하기’는 그런 능력을 키우게 하는 책이다.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을 가르치는 책이다. 저자는 점술사의 상위 분류 기법을 소개한다.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하여 세부적인 부분을 하나의 큰 화면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범위가 넓기에 당신이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 그 안에 포함된다. 가령 오늘 벤츠를 타고 왔군요란 말은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왔군요란 말은 맞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단 상위 분류는 문제를 더 크게 키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문제에 갇히게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에 그 제품이 우리 회사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서 작을 경우 안심하게 하는 것이 하위분류다. 저자는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자신의 주관을 포기하고 창의성을 희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며 아이의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횡적 분류 기술을 사용하라고 덧붙인다.

 

한 그룹에서 다른 그룹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횡적 분류를 사용하면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지을 수 있고 원래 갇혀 있던 틀에서 빠져나와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에게 사고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동차의 횡적 분류는 배, 비행기 등이다. 상위 분류는 교통 수단이다. 하위 분류는 승용차, 화물차 등이다. 상위 분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하위 분류는 사건을 더 명료하게 해 주고, 횡적 분류는 선택지를 늘려준다.

 

하위 분류는 세부적인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한편 의견 불일치란 부작용도 있다. 조율이 필요한 것이다. 세 분류를 조합해 지혜로운 대화를 하면 좋다. 말이 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분 나쁜 말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책에는 유명 심리치료사 밀턴 에릭슨 이야기가 나온다. 최면, 비지시적 치료의 창시자다. 우리 뇌는 불확실한 일에 대해 답을 얻으려 하고 미완성된 일에 대해 완성하려는 충동을 보인다. 뇌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인위적 공백을 만들어 뇌가 상상을 통해 그것을 채우게 하는 것이 최면이다.

 

에릭슨은 최면이란 내담자가 의식하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트랜스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지시적으로 자연스럽게 트랜스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의식보다 잠재의식이 더 지혜롭다는 말이다. 최면은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다. “청소할래? 숙제할래?”, “지금 바로 보고서 제출하시겠어요? 아니면 퇴근 전에 하시겠어요?”를 예로 들어보자. 상대에게 하나의 빈 공간을 만들어 그로 하여금 스스로 채우게 하고 자유롭게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얼핏 스스로 결정한 것 같지만 말하는 사람이 설정한 범위에 따라 결정되었다. 당사자의 의식은 범위를 잘 알아 차리지 못한다. 사람의 잠재의식은 부정어를 처리하지 못한다. 빨간 사과를 떠올리지 마세요라고 하면 머릿속에 즉각 빨간 사과가 떠오르는 식이다. “원하시면 눈을 감아도 좋습니다.”란 말과 “눈을 감아주세요.”란 말은 차이가 크다. 전자와 후자는 방어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여백을 두자. 말이 길다고 많은 것을 담는 것은 아니다. 알맞은 시기에 그에 어울리는 공백을 남기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당신은 **보다 잘할 수 있어요.”란 말보다 “당신은 더 잘할 수 있어요.”처럼 비교 대상을 말하지 않도록 하자. “빨리 가서 숙제해. 숙제 다 하기 전에는 절대 못 놀아.”보다 “숙제부터 다 하고 놀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은데, 어때?” 같은 말을 하자.

 

교묘한 암시가 직접 표현보다 낫다는 점을 기억하자. 최면 어법이 상위 분류 틀이라면 메타언어는 하위 분류 기반의 틀 부수기 언어 기술이다. 생략, 왜곡, 일반화의 세 가지다.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지식은 하나의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지식을 힘으로 바꿀 수 있다.(‘칸트에게 신체적 경험은 경험이 아닌 생리적 운동이다. 이 운동이 하나의 의미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의식의 구조에 입각해 정리되어야 한다.’; 이정우 지음 ‘시뮬라크르의 시대’ 참고. ‘제 아무리 뛰어난 질과 양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숙고하지 않으면 힘이 될 수 없다.’; 이영진 지음 ‘아리스토텔레스 영혼 사용설명서’ 참고.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공자의 말씀.)

 

저자는 언어의 마술을 안 것만으로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끊임없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불합리한 말에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하자. 모든 사람이 모두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도 유용하다. 미국의 가족 치료 일인자 사티어 여사는 내담자가 저는 큰 문제에 빠졌어요라고 말하면 당신이 만난 상황을 설명해주세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또한 요즘 제 생활에 고난이 너무 많습니다라고 말하면 지금 당신의 생활은 도전으로 가득하군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안 된다는 말은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바꾸자. 상대 행동에서 숨은 긍정적 동기를 찾자.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말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상상 속에서 말한 것을 사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말이 생각난다. 세상 모든 일은 우리가 집착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저자는 바둑을 처음 배웠을 때 있었던 말을 들려준다. 계속 지는 저자에게 친구가 한 그 한순간에만 이기려고 해보아야 소용 없으니 전체를 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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