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 듣기의 기술이 바꾸는 모든 것에 대하여
케이트 머피 지음, 김성환.최설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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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기술이라 정의했다. 기술이란 지식과 노력이 요구되는 대상이라는 말이다. 사랑은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또는 감정이지만 거기서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듣기는 어떤가?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못 견디고 조급해 하고 자기 세계에 빠져 타자에 귀기울이지 않는 시대에 듣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산업조직심리학 박사 출신의 인터뷰 전문 기자인 케이트 머피의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를 통해 그 점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듣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저자는 누군가의 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 정의한다.(30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모든 것이 듣기와 연관되며(23 페이지) 듣기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미덕이다.(40 페이지)

 

듣기는 창의성의 원동력이다.(126 페이지) 듣기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기술이다. 온갖 유형의 사람들과 미리 짜인 각본 없이 제삼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상호작용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습득되는 매우 특별한 기술이 듣기인 것이다.(43 페이지)

 

말을 건네는 사람은 물론 말하는 ‘당신‘ 자신까지도 잘 이해하게 해주는 미덕이 듣기다. 듣기는 상대가 말하는 바를 완전히 이해하려는 과정이기도 하다.(61 페이지) 듣기는 더 나아가 생존에 필수적이기까지 하다.(57 페이지) 청각이 물리적 측면이자 수동적 측면이라면 듣기는 마음가짐의 측면이자 능동적 측면이다.

 

우리는 듣기라는 매우 특별한 기술을 통해 이해에 이른다. 듣기의 목표인 이해 역시 노력을 필요로 한다.(45 페이지) 그렇다면 소통이 잘 되는 대화 당사자들은 감정 차원의 만족에만 머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뇌파 공명(共鳴)으로 드러난다.(45 페이지) 어린 시절 양육자와 아이의 애착에도 적용되는 공명은 내부로 침투하여 감정뿐 아니라 몸까지 뒤흔들어놓는 목소리를 통해 실현된다.(57 페이지)

 

잘 먹어야 한다(Il faut bien manger)는 말이 있지만 잘 들어야 한다. 잘 듣는 것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통해 상대를 향한 배려와 관심을 표출하는 행위다.(54 페이지) 사람은 자기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을 때(26 페이지), 그리고 의미 있는 교감의 기회를 놓칠 때(55 페이지) 외로움을 느낀다.(55 페이지)

 

듣기란 호기심을 연료로 타오르는 불이다. 누군가에게 호기심이 부족하다면 이는 제대로 된 질문을 받지 못한 탓이다.(64 페이지) 호기심이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나 질문에 의해 자극된다. 듣기 능력은 끊임없이 정제되고 증대되면서 예술적 경지에 가까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83 페이지) 그런데 우리는 자신에게마저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감정을 지닌 존재들이다. 타자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지만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한계 안에서 최선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 중 누구도 항상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없다(40 페이지)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의 낡은 신경 연결망을 강화(50 페이지)해서는 안 되듯 상대에 주의를 기울여 그의 새로운 변화상을 반영해 바라보아야 한다(79 페이지)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신의 말을 다른 식으로 되풀이할 때보다 설명이나 평가가 담긴 말을 건넬 때 더 이해받았다고 느낀다는 점이다.(93 페이지) 단 주의할 사실은 사람은 냉철한 이성보다 정서에 더 이끌린다는 점이다.(97 페이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잘 듣는 기술은 주의력과 집중력,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 등을 모두 필요로 한다. 이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102 페이지) 저자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주의가 산만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음에 할 점잖거나 인상적인 말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04 페이지)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똑똑한 사람일수록 옆길로 새는 경우가 많고 상대의 말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성이 높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점잖거나 인상적인 말들을 생각하려 하지 말거나 평소 대단한 내공을 쌓아 상대에 온전히 귀 기울여도 그런 말들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리라. 공부하지 않고 생각하기만 잘 하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역설적인 사실은 올바른 표현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상대의 말을 더 놓치게 되고 그 결과 잘못된 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108 페이지)

 

저자는 생각이나 주의력이 분산되면 그 상태를 알아차리고 초점을 회복하라는, 명상을 응용한 해결책을 제시한다.(106 페이지) 또한 상대의 말이 끝나고 잠시 멈춰서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볼 것도 주문한다.(108 페이지) 투쟁 - 도피 반응이 있다. 투쟁(fight)할지 도피(flight)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상대가 말하는 사람의 신념에 적대적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경우 뇌는 곰에게 쫓길 때와 같은 활동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115 페이지)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반대 의견을 품은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표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마다 숨을 고르면서 상대의 논리적 결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을 던질 것을 생각하라고 말한다.(119 페이지) 자신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짜증을 내지도 않고 논박하느라 온라인상에서 악담을 퍼붓지도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반대되는 관점에 귀 기울여 자신의 생각을 재조직하는 과정을 배움이라 표현했다.(123 페이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우선 누구나 자신의 한계와 상황, 관점을 바로 보고 생각하는 훈련을 부단히 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무책임하거나 사리에 어긋난 편협한 생각과 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저자는 현상의 이면에 자리하는 더 깊은 의미를 이해하려 애쓸 것을, 말끔한 해명이나 즉각적 해답을 이끌어내려고 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이런 열린 태도가 편협함의 반대이자 창의성의 뿌리다.(124, 125 페이지) 이런 인지 복잡성은 너그러움은 물론 바람직한 것을 생산하는 능력과 관계된다. 듣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동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의 관점도 타당할 수 있다는 사실과 상대방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다수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126 페이지)

 

책에는 거부감 없는 질문으로 사람들의 사생활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나오미라는 전문 모더레이터도 등장한다. 나오미의 비결은 듣는 데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엄청난 양의 말을 듣는다는 뜻이다. 이는 전공 관련 서적만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책을 읽고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을 닮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관건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제대로 된 이해에 도달하려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143 페이지) 잘 들어야 적절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 웃음은 정직성과 친밀성, 친근감의 부산물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유머는 듣기에서 비롯되는 유대감의 한 형태다.(158 페이지) 이야기를 통제하려는 사람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듣기 능력이 탁월하고 대화의 함의를 탐지해내는 능력을 대화 민감성이라 한다. 이는 공감의 전제 조건이다. 공감이란 예전 경험에서 느끼거나 배운 감정들을 소환하여 나중의 경험에 적용하는 능력이다.(162 페이지) 대화 민감성은 다양한 경험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며 모순되는 관점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인 인지 복잡성과도 관계한다.(126, 162 페이지)

 

귀 기울일 말은 여섯 번째 감각인 직관이 축적된 인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162 페이지) 거짓과 속임수는 겨짓말을 하는 사람과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사람의 합작품이라는 말도 흥미롭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잘 듣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애매한 점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도 한 요인이다. 번거롭기 때문에 질문하지 않기도 하고 물으면 둔한 사람으로 여겨질까봐 질문하지 않기도 한다.(던지지 않은 질문이야말로 최악의 질문이라는 말이 있다.; 193 페이지)

 

우리가 혼잣말을 할 때 사용하는 두뇌 영역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는 두뇌 영역이 완전히 일치한다(180 페이지)는 사실도 흥미롭다. 우리가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은 이로 인해서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내적 독백의 어조와 질을 결정한다. 내적 독백은 인지 복잡성을 증진시키고 강화한다. 자신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기비판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남을 비방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지닌 사람은 질적으로 다르다.(181 페이지) 독서가 내적 독백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읽는 동안 우리는 머릿속에서 단어들을 나름대로 소리내기 때문이다.(183 페이지) 여성이 남성보다 듣기 능력이 뛰어나지만 형편 없는 여성들도 있고 비범한 남성들도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잘 듣지 않으려는 것은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내적 혼돈과 마주치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라고 말한다.(196 페이지) 상대의 고민을 들어준다 해도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할뿐 그들에게 무엇을 하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말하는 순간 신뢰를 잃는다고 덧붙인다.(197 페이지)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신의 말을 다른 식으로 되풀이할 때보다 설명이나 평가가 담긴 말을 건넬 때 더 이해받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93 페이지) 상대의 말을 평하는 것과 상대에게 무엇을 하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말하는 것은 다른가? 평가 정도는 하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인가 싶다.

 

저자는 상대가 당신의 경험으로부터 도움을 얻기 위해 당신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해결책을 제시해주어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신의 경험담이나 충고 등은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203 페이지) 어떤 경우든 가르치려 하고 교정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

 

들어야 말할 수 있듯 들으려면 질문해야 한다. 단 의미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상대의 내면에 이미 잠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에 가만히 귀 기울이기만 해도 당신은 그들 스스로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도록 도울 수 있다.“(202 페이지)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 개방적이고 호기심 어린 질문은 없고 현실적인 질문들로만 채워지면 문제다.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상대의 이야기의 일부가 되길 원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겠는가?”(207 페이지) 이 부분에서 다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의 한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 자기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사람은 어머니다운 양심, 아버지다운 양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어머니다운 양심이란 어떤 악행이나 범죄도 너에 대한 나의 사랑, 너의 삶과 행복에 대한 나의 소망을 빼앗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다운 양심은 네가 잘못을 했다면 너는 잘못의 결과를 받아들어야 하고 나의 마음에 들고 싶으면 너는 네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잘 듣는 것은 이해하고 배려하고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제이기에 성숙한 사람이 되는 첫 걸음이 아닐지?

 

서양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0.5초 이상 지속되는 침묵을 반감이나 거부, 외면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서둘러 말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침묵이 단 4초 동안만 지속되어도 사람들은 그 침묵을 자신의 견해에 대한 경계로 간주하고 기존 견해를 수정하거나 누그러뜨리곤 한다.(252 페이지) 하지만 훌륭한 듣기 능력을 갖추려면 침묵의 순간들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253 페이지)

 

상대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 대화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254 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효용성 있는 청취 대상에는 뒷담화도 포함된다.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딋담화를 들은 사람들은 그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자극 받고 부정적인 뒷담화를 들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좋은 느낌을 품게 된다고 한다.(260 페이지)

 

이 부분에서 떠올리게 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도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은 뒷담화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뒷담화라 할 수는 없지만 유용하다는 점에서 뒷담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특정 학문이나 이론에 대한 후일담은 비교적 죄책감이나 부담감 적게 늘어놓을 수 있다. 어떻든 뒷담화는 적응에 필수적인 지적 활동이다.(262 페이지)

 

영국의 진화심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는 진정으로 악의적인 뒷담화는 전체의 3~4%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뒷담화는 사회 공동체 내에서의 지위(변화)에 대한 것이다. 뒷담화에 귀 기울여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뒷담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은 원숭이의 털 고르기 행위다. 원시 인류는 원숭이들처럼 서로 털 고르기를 해주는 행위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유지했다. 하지만 점차 지성이 발달하고 활동의 복잡성과 공동체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언어가 털 고르기를 대신하게 되었다.(263 페이지)

 

털 고르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일대일로 할 수밖에 없지만 뒷담화는 시간도 더 적게 들고 몇 명이서 함께 할 수 있다; 우리는 채집과 사냥을 하는 동안 동료들과 협력함으로써 종으로서 생존할 수 있었다. 말하기 만큼 듣기도 중요하다. 복잡해지고, 간접적인 면이 강해지고, 고립적인 삶을 사는 우리들은 그 만큼 듣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들어야 한다. 듣기는 우리를 인간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핵심 요인이다.(269 페이지) 우리 중 누구도 항상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없다(40 페이지)는 말을 하는 저자는 모든 사람의 말에 다 귀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누구에게 우리의 시간을 내주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273 페이지)

 

영국의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는 우리가 대화 상황에서 1) 진실, 2)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정보들‘, 3)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진행, 4) 간략하고 질서 있고 모호하지 않은 내용 등을 기대한다고 정리했다. 문득 나는 자유분방하지 못한 채 뒷담화도 논리를 갖추고 두서 있게 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저자는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대화는 어떤 형태로든 각인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내가 전한 지식 및 뒷담화 형태의 정보가 대화 상대자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뒷담화조차 논리적으로 한 것은 사람들의 비판에 직면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나도 상대도 시간이 제한적이기에 가능한 한 의미 있는 말을 하려 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관심을 거두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바로 상대방의 비판 때문이라고 말한다.(289 페이지) 저자는 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 한 마디로 하면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단 저자는 비판이 부당하다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오해를 풀어 자신의 진의를 전달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 점이 중요하다.

 

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지만 지식 전달이 주(主)이기에 무방하다고 생각해왔다. 지식 전달이라고 했지만 자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관종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진단이다. 관종이라는 말을 한 사람에게 묻고 싶다. 정녕 그대는 말할 거리, 자랑할 지식이 많음에도 자제하는가?

 

전에 썼지만 나는 자랑을 많이 하기에 공손한 어조로, 가르친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말한다. 나는 가르치려 하지 않고 공유하려 한다.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지인이 생각을 물은 뒤 자기 답변에 귀 기울여주었을 때 그때까지 받은 것 중 가장 큰 찬사를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는 말을 했다.(296 페이지) 백번 공감하고도 남는 말이다.

 

이 책은 귀한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다. 나를 잘 아는 친구의 배려라고 생각하고 받았다. 감사하다. 모두(冒頭)애서 에리히 프롬을 인용했기에 하는 말이지만 프롬은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 사람, 사상, 자연과 관련된 주제에 거리를 두기 위하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말을 했다.(범우사 출판 ’정신분석과 듣기 예술‘ 225 페이지)

 

이 말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위해 또는 관심의 출발점으로 삼아 나를 이야기 해왔다. 중요한 것은 이해하기와 수용하기다. 내게 중요한 책을 선물해준 친구의 말에 더 아니 제대로 귀 기울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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