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 - 나의 알 수 없는 기분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처방전
야오나이린 지음, 정세경 옮김, 전홍진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어권의 정신의학과 박사 야오나이린의 ‘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는 뇌와 나의 관계를 쉽게 설명한 친절한 책이다. 1부 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 2부 뇌가 지각하는 세상이 당신이 볼 수 있는 세상, 3부 뇌는 답을 알고 있다 등으로 이루어졌다.

 

우울증이 가장 먼저 나오고 제목에도 등장하는 것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3억명이 우울증의 영향을 받고 그 중 80만명은 목숨을 끊는다. 우울증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유전자다. 우울증은 기억력을 책임지는 해마의 신경세포 20퍼센트를 손상시킬 수 있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많다. 그 중 네 가지를 들어보자. 모노아민 가설, 염증가설, HPA축 변화 가설, 신경가소설 가설 등이다. 저자는 친절하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불안도 같은 유형으로 다루어졌다. 저자는 전문가답게 사회불안장애 환자에게 관계 기술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덧붙여 대인관계의 불안을 대처한 버트런드 러셀의 예도 든다.

 

조증(燥症) 환자가 극도로 흥분된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소모한 후 불쑥 극도로 의기소침한 상태에 빠져든다는 설명을 통해 우리 몸이 에너지와 관련이 깊으며 양극성정동장애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양극성정동장애 환자는 더 빨리 늙는다고 한다. 명상 등을 통해 감정을 잘 조율하고 다스리는 것이 필요함을 절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가벼운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뇌일까? 나일까?란 말이 그것이다. 트라우마에는 물론 우울증에도 적용될 수 있을 말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유산소 운동을 해 해마 손상을 막는다. 명상을 한다. 스트레스도 해석 방법에 달렸음을 인식한다 등이다.

 

저자는 중독은 도파민이 만든 뇌의 욕망일 뿐 행복이 아니라고 말한다. 도파민은 행복 호르몬이 아니라는 뜻이다. 도파민은 당신이 뭔가를 원하게 한다. 또한 당신이 나서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행동이 무의식적인 습관이 되는 과정에서 뇌의 활동은 복측선조체(측좌핵)에서 점차 배측선조체로 옮겨간다. 이 습관이 고착될수록 뇌의 전전두엽이 그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약해진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공부할 때 도파민 분비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원시적 생존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신이 배움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것 자체를 보상으로 여긴다면 좀 더 쉽게 공부에 중독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공부 중독은 좋은 중독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야 하며 너무 큰 기대를 품지 말아야 하며 비교적 빨리 보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한다면 나쁜 중독을 대체할 수 있다.

 

환각은 머릿속 탐정인 시각피질이 추리한 세상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추리하는 것이 시각피질이다. 조현병 환자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 기억력도 떨어진다. 사고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한 가지 일이나 생각에 관해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두서 없이 말하기 십상이다. 심지어 하던 이야기를 잊기도 한다.

 

조현병의 유전 기여율은 85퍼센트에 이른다. 하지만 어떤 하나의 유전자나 몇 개의 유전자로는 그 발병 원리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저자는 최신 연구 성과도 소개한다. 가령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에 대항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숨은 영웅이라는 반전의 결과가 그것이다.(201 페이지)

 

공기 오염이 알츠하이머 발병율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만성 당뇨병도 뇌의 위축을 가속화한다. 운동으로 뇌의 노화를 늦추어야 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이 좋다. 절식(節食)은 뇌의 노화를 늦춘다. 모든 형식의 배움은 대뇌의 노화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다. 적극적 대인관계도 중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창의력(있는 사람)과 사이코패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도파민이다. 사이코패스와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의 공통점은 도파민 분비량이 많아 보통 사람보다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고 신기한 것과 보상을 추구한다. 또한 보통 사람들과 달리 모험이나 처벌을 그다지 꺼리지 않는다. 그들은 승률과 상관없이 모험심을 자극하는 일이어야 흥분한다.

 

저자는 어떤 심리적 특징도 환경을 벗어나 혼자 존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평생 발달하는 뇌의 비밀은 연결에 있다고 말한다. 관건은 꾸준한 기능 훈련에 있다. 흥미롭게도 청소년기부터 성년기가 될 때까지 뇌의 부피는 오히려 감소한다.(239 페이지) 이는 뇌가 쓸모없는 시냅스를 계속 잘라내고 쓸모 있는 시냅스만 강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뇌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뇌는 30세가 되어야 안정을 찾는다. 뇌는 부피가 줄어들수록 안정되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브루스 후드의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에 의하면 지난 2만년 사이 인간의 뇌는 15퍼센트나 줄어들었다.(이 책은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는 글로 포문을 연 인상적인 책이다.)

 

저자는 일생에서 뇌 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아동기에 주입식이나 경쟁을 붙이는 공부는 아이에게 불안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킴을 지적한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뇌 신경세포의 유전자 발현과 뇌 신경망의 구축은 물론이고 아이의 열린 마음과 학습능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자의 견해에 두루 공감하지만 특히 최상의 수면이 최상의 뇌를 만든다는 말에 가장 크게 공감한다. 잠은 몸과 마음을 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같은 말이겠지만 잠을 자면 뇌가 회로를 수정하는 능력을 강화해 정보를 빠르게 배우고 조합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말(253 페이지)에 관심이 간다.

 

잠은 단순히 발육을 위한 원시적 보조기능이나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반응에 머물지 않고 뇌의 신경가소성을 향상시켜준다.(254 페이지) 사람의 뇌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을 신경을 재생한다 하고 이런 특성을 신경가소성이라 한다.(32 페이지)

 

잠을 자면 뇌의 독소를 배출할 수 있다. 자는 동안 일어나는 기억의 공고화는 단순히 하루 종일 겪은 일의 모든 구체적인 사항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많은 구체적인 사항을 전체적인 개념으로 정리하고 창의적으로 재구성한 후 이미 있는 신경 기억망으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259 페이지) 잠 자는 시간은 감정 회복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양질의 잠을 자게 하고 낮에 졸음을 덜 느끼게 하는 효과를 낸다. 심각한 우울증 환자는 해마의 신경세포 중 20퍼센트가 죽음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기억력의 핵심은 신경가소성이다. 정보는 막 뇌에 들어왔을 때 일단 단기기억의 형식으로 해마에 저장되고 다시 몇 시간에서 며칠 안에 종류별로 부호화되어 대뇌피질의 장기기억 저장소(신피질)로 들어간다.

 

적정한 정도로 잘 잊어버리는 사람일수록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뇌는 새로운 자극에 먼저 반응한다. 새로운 반응을 편애한다고 할 수 있다. 진화 과정에서 익숙한 일보다 돌발적 사건에 주목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집중력의 필수 조건은 멍 때리기다. 뇌는 우리가 일이나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을 때도 뇌의 여러 영역에서 광범위한 활동이 일어난다.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 한다.

 

어떤 일에 흥미가 있을수록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런 사실은 감정이 행동을 하도록 한다는 말을 기억하게 한다. 그런데 행동은 기억과 밀접하다. 감성을 담당하는 부분과 기억을 만드는 영역이 중첩되어 있다는 말도 예로 들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은 언제나 답이다. 한 번의 운동으로도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중강도의 운동은 뇌의 실행 기능에 도움을 주고 고강도의 운동은 뇌의 정보 처리에 도움을 준다. 명상은 집중력을 올려준다. 창의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보통 사람보다 강하다.

 

가난은 뇌의 창의력을 떨어뜨린다. 전두엽이 아니라 소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소뇌는 운동을 조절하고 자세와 균형 유지에 필요한 기관이다. 전문 영역과 관련 없는 지식이라 해도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해야 한다. 소재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려도 자신의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양질의 검증받은 과학 지식을 많이 가지라고 권하는 전문가(박문호 박사)의 말이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