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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등 사유 없음 - 세력의 주가급등 패턴을 찾는 공시 매뉴얼
장지웅 지음 / (주)이상미디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주가급등 사유 없음’은 아주 전문적인 책이다. 저자 장지웅은 인수합병 분야의 전문가다. 저자는 이 책을 단순화시켜 접근한 책으로 소개한다. 어려운 용어를 알려거나 가르치려 하지 말고 어려운 용어들이 대략 어떤 의미인지 알면 족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불확실한 요소만 따라가는 투자는 단기적인 운에 편승한 위험한 습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리고 주가의 상승 이유는 찾기 쉽지만 주가가 왜 저점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머무는지, 어느 시점에 어떠한 이유로 저점에서 벗어나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주가 상승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상식적인 근거를 나열하거나, 검증이 어려워 모호한 영역인 세력이라는 용어를 아무 종목에나 갖다 붙이는 경우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참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주식과 투자를 대하는 요령을 귀띔한다. 비유도 적절히 한다. 밀푀유나베, 사랑 등등...어떤가? 저자의 말은 가슴 아프기도 할 것이다. 가령 차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나만큼은 잃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은 결국 쓰디쓴 투자 실패로 되돌아온다는 말...
주식도 심리에 좌우되고 더구나 맹목적이기 쉽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냉정해야 한다. 세력 이야기도 하자. 세력들은 사전 작업을 위해 1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 입장(43 페이지)하고 세력주는 폭락장도 버틴다(48 페이지)는 말. 세력에게 있어 시너지나 경영은 아무 의미도 없고 누가 하든 상관 없고 오직 M&A를 수단으로 자본 차익을 챙기는 것이 목적이다.(69 페이지)
개인 투자자만 주가의 등락에 마음 졸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기는 길은 분명 있다.(71 페이지) 저자는 말한다. 과도한 망상과 자신감에 사로잡혀 복용법을 어기고 남용할 거라면 당장 이 책을 덮으라고. 그런 분은 평생 주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다른 용어는 모르더라도 메자닌 채권이란 말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메자닌 채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메자닌)을 가진 채권이다. 메자닌이란 원래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를 말한다.
이제 다시 세력 이야기를 하자. 세력이 종목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가총액의 규모다. 기준은 2천억이다.(89 페이지) CB(Convertible Bond; 전환사채)와 BW(Bond with Warrant;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다고 해서 전부 세력주는 아니다. 핵심은 흐름 속에서 기회비용에 집착하는 세력의 통일성이 드러나는가에 있다.(103 페이지)
구체적인 예를 보자. 주당 1,000원에 거래되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하자. 그런데 주가가 폭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니 채권자가 반대매매로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채권자가 회수도 안 하고 느긋하면 십중팔구 꿍꿍이가 있는 세력주다.(119, 120 페이지)
일반적인 자금 출처는 회사 유보금, 증자, 담보대출, CB나 BW, 주주출자 등 다섯 가지인데 세력은 어떤 방식을 택할까? 예상과 다르게 세력은 다소 생소하게 신사업은 보통 주식교환이나 교환사채를 발행해 추진하고 신규투자는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133 페이지) 저자는 실전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먼저 소개한 뒤 독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다양한 이해도를 고려하여 세력의 작전 시나리오를 큰 그림에서 포괄적으로 정리한다.
모두(冒頭)에서 전문적이라는 말을 했지만 단순화시켜 접근했다는 말처럼 설명을 쉽고 상세하게 해준 덕분에 스토리텔링을 대하는 듯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저자는 설명한 이야기를 큰 무리 없이 잘 따라오고 있다면 다시 탄탄한 스토리로 머릿속에 정리해보자고, 가치투자나 보수적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독자라면 주의하고 피해야 할 패턴을 확실히 숙지하는 기회로 삼길 권한다고 말한다.(189 페이지)
세력들은 금감원 앞에서도 당당할 만큼 진화한다.(195 페이지) 안심스럽게도(?) 저자는 세력이 실패하는 여섯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전부 옮기기보다 두 가지를 든다면 그 하나는 기존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실권을 내놓지 않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대표이사와 최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있을 때다.(202 페이지)
책 제목처럼 저자는 ‘아무도 모른다.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이란 말을 한다. 테마나 재료가 붙어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밖에서 바라보는 결과론적 해석일 뿐이다. 중요한 말을 보자. “주식시장이란 테마와 명분을 찾아 헤매는 욕망이 가격이라는 숫자로 바로 환원되는 신기한 곳이다”.(209 페이지)
저자는 처음 주식을 접했을 때 대표이사나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으면 욕심 없고 착한 사람이고, 그런 리더가 이끄는 회사라면 분명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해줄 것이고, 실수해도 눈감아주는 가족 같은 회사일 것 같았고, 당연히 충성스러운 직원들도 많아 실적 역시 아주 좋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하고 주식시장 무서운 줄 몰랐던 시절이라고 말한다.(223 페이지)
주식과 관련된 소문은 참으로 다양하다. 주식에 발을 담근 이라면 구구절절 사연이 많을 것이다. 주식 이야기 중 세력과 작전은 언제나 빠지지 않는 흥미로운 소재다. 영화 같은 배신 이야기를 사람들은 특히 재밌어 한다.(235 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세력이란 부정적이고 불법적인 의미의 세력도 있지만 주로 합법적인 M&A 판을 만드는 세력이다.(236 페이지)
종결부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주식 관련 책을 몇 권 읽지 않은 가운데 ‘주가급등 사유 없음’은 가장 인상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잘못된 상식에 함몰되어 난처한 지경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준다는 의미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영화 이야기를 한다. ‘아수라‘, 절박하고 비루한 인간들의 삶이 모여들어 끝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스토리의 영화다.
“세력에 가담한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아수라의 한복판으로 말려 들어간다.”(293 페이지) “M&A와 세력에게 있어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시세차익을 만드는 건 번외편일 뿐이다. 오히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거래 담당자 등 수많은 관계에서의 수 싸움이 본편에 가깝다. 결국 세력도 별 수 없는 비루한 인간이기에 각개 전투로 몸부림치고,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혈투를 벌이며 살아간다.”(295 페이지)
참으로 드라마틱한 말이다. ’세력보다 지저분한 마귀라는 존재’라는 챕터를 보자. 세력은 최대한 자본시장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며 시장의 규칙을 따른다. 마귀는 법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법을 어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대신 책임을 뒤집어씌울 바지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귀가 조직폭력배 부류는 아니다. 마귀 중에는 사채업자가 많다. 불법임을 알면서도 마귀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마귀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실형을 받지 않도록 세팅을 해놓았다거나 형을 살더라도 그 이후를 책임져줄 만큼 큰 금액을 제시하는 등의 약속이다.
“검찰이 구형의 기준으로 삼는 자본시장법은 애매한 부분이 정말 많다. 그래서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기도 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주가조작, 시장질서 교란, 자금유용, 횡령, 배임 등 자본시장법 관련 위반 사례가 현실에서 뚜렷하게 입증되는 경우는 드물다.(318 페이지)
저자는 다시 시작이니 모든 시장참여자가 같은 출발선에 섰다며 이제부터는 세력에 당하지 말고 당신이 돈을 위해 세력을 고용하는 투자자로 건승하길 응원한다고 말한다.(331 페이지) 참 독특한 책이고 교훈적인 책이다.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차근한 마음으로 다시 읽어야겠다. 흥미로운 점은 내가 주식 관련 전문가가 결코 아니지만 저자의 내공을 보니 나도 도 한 번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어림 없는 일이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