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신분석가의 책에서 읽은 '잠자는 사람을 깨우고 수면제 먹을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는 의사' 이야기로 서두를 뗀 뒤 내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답시고 말을 들려주는 것이 그 의사처럼 이미 잘 살고 있는 사람을 도움이 필요하기라도 하듯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글로 시작하는 장문(長文)의 편지를 써 보냈는데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었는지 그 사람으로부터 에너지가 바닥 나 있으니 어떤 어떤 류()의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는 답을 받고 나만 생각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고 난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 그것은 글이 고백하는 류인지 자랑하는 류인지 도움을 주려는 류인지 받으려는 류인지 모를 작품(!)이 된 것이기보다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추스르지 못했기 때문이나 더욱 문제인 것은 그가 지금껏 내 글을 읽어준 감사함이 새삼 감지되기에 미안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이렇듯 분명함에도 나는 다시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홀로 씁쓸함을 되새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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