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히데키(湯川秀樹)194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다. 어제 한 개구리 책에서 모호한 문장을 보고 그를 생각했다.(‘애매; 曖昧는 일본식 한자고 모호; 模糊는 우리 한자다. 그래서 모호란 말을 썼다.

 

모호란 말을 쓰는 데는 하나의 덕이 더 있다.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Mohorovicic discontinuity)이란 용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이렇게라도 지구과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말을 끌어다쓰는...)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란 지각과 맨틀 사이의 경계면을 말하는 것으로 크로아티아 태생의 유고슬라비아의 지구물리학자 모호로비치치에 의해 발견되었다.

 

원더풀 사이언스의 저자 나탈리 앤지어는 맨틀이란 외투를 의미하는 독일어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말을 했다. 맨틀이란 지각 바로 아래에 있으면서 (외투처럼) 외핵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암석층이다.

 

유가와는 논문의 영문을 몇 번이나 수정했다. 그는 군더더기를 싫어해 문장을 계속 간결해서 수정하는 것을 넘어 문장에 적합한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해 단어 선택에 극도로 신중을 기했다. 이런 태도는 영어 논문은 물론 일본어 보고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문장을 쓰면 완성된 문장은 어느 한 단어도 삭제할 수 없고 교체할 수 없게 된다. “시퍼렇게 간 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문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는 훗날 명문장가로 알려졌다. 유가와는 이론은 세 가지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1) ’관계 있는 모든 현상을 설명해야 한다‘, 2) ’아름다워야 한다‘(단순명쾌해서 아름다워야 한다.) 3) ’증명할 수 있는 실험을 논문에서 제시해야 한다등이다.(고토 히데키 지음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204, 205 페이지)

 

유가와 히데키에 대한 글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다음의 말이다. ”주희(朱熹)의 세계는 음표 하나만 빠져도 전체가 무너질 듯한 조화로운 교향악의 세계이다. 그것은 또한 세계의 영원한 질서와 시간 속에서의 운동을 화해시키고 있다.“(이정우 지음 인간의 얼굴‘ 124 페이지)

 

전기한 모호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수원청개구리는 일본과 한국의 청개구리가 지리적으로 격리되기 훨씬 전인 250만년전에 청개구리로부터 갈라져나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일부 청개구리 집단이 원래 육지였던 황해 어딘가에 살다가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오랜 기간 섬에 고립되어 수원청개구리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훨씬 전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 숫자를 말하지 않은 점, 지리적으로란 말은 군더더기란 점(지리적으로 격리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청개구리로부터 수원청개구리가 갈라져 나온 뒤 일본과 한국의 청개구리가 격리되었다는 뜻인지? 그렇다면 그렇게 쓰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훨씬 전이란 수사(修辭)를 쓰려고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떻든 수원청개구리에 대해 알게 되어 다행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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