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고궁박물관 청나라 아침 심양 고궁전(간단). 경복궁(메인) 해설을 앞두고 임시 동참자 한 선생님의 주차 문제를 위한 답을 찾았다. 인근 광화문 교보문고에 2시간 주차를 하기로 정한 것이다. 책과 교보 핫트랙스의 문구 등에 대한 구입 실적을 가지고 부여하는 혜택 등급 가운데 나는 프렌즈 등급이어서 3만원 이상의 책을 구입하면 2시간 무료 주차를 할 수 있다.

 

바로 드림 시스템으로 하루 전에 책을 주문해 해설 시작 시각(10) 30분 전이자 교보 개장 시간인 930분에 책을 수령하고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 경복궁으로 가기로 했다. 문제는 어떤 책을 고르는지였다. 늘 결정 장애에 시달리는 나는 요즘 상황으로는 지질, 고고학/ 인류학, 나무, 역사 등을 편향되지 않게 골라야 하기에 더 어려웠다,

 

결론은 리처드 세넷의 짓기와 거주하기’(할인 적용해 19, 800), 오가와 요코(小天洋子)어디서나 불쑥 얼굴을 내미는 뜻밖의 수학’(할인 적용해 10, 800)으로 하기로 했다.(합계 30,600)

 

리차드 세넷은 투게더의 저자여서 기억에 남는다. 오가와란 이름이 마음에 든다. 작을 소()와 내 천()을 쓰는 이름이다. 요코라는 성()도 그렇다. 큰 바다 양()과 아들 자()를 쓰는 단어다. 바다에서 비롯된 생명을 뜻하는 듯 하다. 작은 내와 큰 바다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독일어 바흐(Bach)가 냇물이란 사실이 생각난다. 물론 바흐는 폴 뒤 부셰의 말대로 순회음악가를 뜻하는 동유럽 방언이지만 작은 내라는 말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 경우 바흐는 시내가 아니라 바다라는 베토벤의 말을 인용할 수 있다. 책을 고르며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상에는 실력자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책을 고르고 생각하고 읽고 쓰고 고치고 되새기지만 현실에 잘 적응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오늘은 금액에 맞춰 최소의 구입을 했지만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고 대단한 저자와 책의 향연에 경의와 부러움을 함께 느낀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내 지식은 너무 초라해 늘 겸손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더하지 않을 수 없다.

 

주역(周易)의 중천건괘에 현룡재전(見龍在田) 이견대인(利見大人),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이란 말이 있다.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 즉 실력자를 만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나에게 대인 즉 실력자는 도서(圖書)이고 그 저자다. 중천건괘의 마지막은 항룡유회(亢龍有悔). 너무 높이 나는 용은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책을 읽는 데서 후회할 일은 무엇일까? 지나치게 비경제적인 즉 비전략적 읽기가 아닐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산만하게 읽는 경우에 해당한다. 기분을 좋게 하고 시를 읊게 하고 춤을 추게 하는 촉매(觸媒)인 술도 마구잡이로 마시면 반응이 일어나지 않듯(인사불성) 너무 지나친 비전략적 읽기도 잡스런 쓰기 정도를 낳을 뿐이리라. 이를 늘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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