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 - 성서에 생애를 바친 개혁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0
도쿠젠 요시카즈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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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젠 요시카즈(德善義和: 1932 - )마르틴 루터는 이와나미 문고로 나온 책이다. 저자는 신학박사이자 목사이다. 루터는 말에 생애를 바친 인물이다.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고 서로마 제국이 라틴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하자 그리스도교 교회는 스스로를 로마 카톨릭이라 칭했다.

 

중세 말 내내 교회는 라틴어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고해성사는 민중을 위하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의식 중 하나였다. 이때 언어는 라틴어가 아닌 독일어였다. 민중의 마음과 성서의 가르침을 이어준 가장 친밀하며 유일한 접점이었다.

 

고해성사만으로는 불안을 해소할 수 없었다. 성직자가 대신 참회를 해주었다. 여기서 진화한 제도가 면벌부 제도였다. 교회는 이익을 추구하며 돈을 받고 면벌부를 팔았다. 루터가 배운 아이제나흐의 성게오르크 학교는 200년 후 바흐가 배운 곳이기도 하다. 루터는 에르푸르트 법대 학생이 되었다.

 

루터는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판 한가운데서 벼락을 맞고 쓰러졌다. 루터는 공포 속에서 성 안나(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호 성인), 살려주시면 수도사가 되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살아난 루터는 서원대로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수도사가 되었다.

 

이 수도회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계보를 잇는 프란치스코회 계열이었다. 은둔 수도회가 아닌 도시에서 지내는 탁발 수도회였다. 탁발은 스스로 부족한 존재임을 마음에 새기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이후 전통으로 자리잡은 행위였다.

 

저자는 루터가 종교 개혁을 추진한 이유 중 하나로 수도원의 타락을 꼽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수도원의 가장 좋은 부분에 잠재한 뿌리 깊은 문제 즉 자기만족과 거만을 깨달은 결과라는 것이다.

 

루터는 개체야말로 실재이며(유명론) 실재는 의지와 능력에 의해 확인된다는 오컴의 논의에 익숙했다. 유명론(唯名論)은 인간 총체(보편)란 이름 뿐이며, 존재하는 것은 개개의 개체라고 보는 입장이다. 루터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서들을 읽음으로써 인간이란 죄 있는 존재이며 무()인 존재라서 은혜로운 구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는 중세 철학과 신학을 지탱해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1511년 루터는 수도회의 명을 받고 학적을 비텐베르크대학으로 옮긴다. 루터는 이곳에서 신학 연구를 계속했고 이듬해는 신학 박사가 되어 성서 교수로 임명되었다.

 

성서 강의를 하던 루터는 당신의 의로움으로 저를 해방시켜주십시오.”라는 구절(시편 312)에 걸렸다. 신의 의로움을 분노, 심판, 벌이란 맥락에서 파악해온 루터는 신의 의로움과 인간의 구원이란 결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루터는 그리스도가 신의 의로움과 인간의 구원을 매개한다고 이해했다. 신의 의로움이란 신에게서 인간에게로 의로움이 선물로 주어진다는 의미다. 독일에는 네 개의 루터의 도시가 있다. 탄생지 아이슬레벤, 라틴어학교를 다닌 아이제나흐, 수도사의 길에 들어선 에르푸르트, 수도원의 명으로 간 비텐베르크(여기서 그 유명한 95개 반박문이 내걸린다.) 등이다.

 

비텐베르크는 당시 인구 2000명의 소도시였다. 나치 시대에 유대인 학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루터는 인간의 죄에 대해서, 그 죄에서 구원해주는 은혜로운 의로움에 대해서, 오직 믿음에 의해서만 구원을 받는다는 점에 대해서 가르쳤다.

 

루터에게 성서 강의는 성서에 관한 자신의 이해를 학생들과 나누는 활동이었다. 종교개혁이란 기본적으로 성서를 읽은 운동이다. 이는 성서를 혼자 읽는 것에서 나아가 모두와 함께 읽고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나누는 운동임을 의미한다. 그 모두에 해당하는 첫 사람들이 비텐베르크 대학 학생들이었다.

 

루터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 성서 읽기 나눔 활동을 펼쳤다. 성서가 라틴어로 쓰인 시대에 독일어로 말해주자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루터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고 설교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었다. 죄를 강조하는 다른 설교자들은 필연적으로 면벌부 판매로 나아갔다.

 

면벌부는 당시 민중의 요구에 부응한 행동이었다. 문제는 불안해 하는 민중의 요구에 편승해 민중의 영혼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한 것이었다. 면벌부 시스템에는 자기 자신을 체크하는 기능이 없었다. 루터는 이를 지적했다.(75 페이지)

 

7세기경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고해성사는 초기에는 수도사들이 짊어졌던 민중의 죗값을 배려한 진지한 행위였다. 면벌부로 인해 급기야는 몸으로 직접 벌을 필요도, 대리인을 쓸 필요도 없어졌다. 95개의 논제를 통해 루터가 성직자와 신학자들에게 묻고자 한 것은 단순한 교회비판이 아니라 민중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었다.(88 페이지)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은 모두 성서의 말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는가? 루터는 95개조 논제를 통해 그렇게 물었다. 15187월 루터를 60일 이내에 로마로 소환해 이단 심판에 부치겠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독일 민중, 제후 등이 맹렬히 반발했다. 루터는 원래 루더였다. 95개 논제를 발표한 시점부터 루터라 이름했다.

 

1518년 아우크스부르크 심문, 1519년 라이프치히 토론, 1521년 보름스 심문이 루터가 맞이한 3대 시련이었다. 보름스 심문은 최고재판소 판결을 의미한다.(106 페이지) 보름스 심문에서 루터는 저의 양심은 신의 말씀을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교황과 공의회를 믿지 않습니다.”란 말을 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칼 5세는 루터에 대해 제국 내에서의 일체의 법적 보호를 박탈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보름스에서 비텐베르크로 가던 중 루터가 자취를 감춘다, 선제후 궁정 고문관들이 벌인 눈속임의 유괴극이었다.

 

루터는 바르트부르크성에 은닉되었다. 루터는 작은 밧모섬에서라고 발신처를 쓴 편지를 보냈다. 밧모섬은 에개해 남동부의 작은 섬으로 요한이 이 섬에 들어갔다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은 곳이다. 루터는 이 섬에서 저술을 했고 신약성서를 번역했다.

 

루터의 관심 대상은 성서의 문자와 어구를 얼마나 세밀하게 다루느냐가 아니라 성서에 담긴 신의 은혜로운 말 즉 복음이었다.(123 페이지) 루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종교개혁은 철학이 신학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립적인 학문으로 발전하도록 해주었다. 종교개혁은 근본적으로 교회라는 제작 거점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회화는 점차 교회 밖으로 나와 시민 예술의 한 축을 이루었다. 음악도 조금 늦었지만 마찬가지였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단순히 교회의 추락을 바로잡는 것이었다면 글자 그대로 리폼이었을 뿐 리포메이션이라 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152, 153 페이지)

 

그것이 개혁을 넘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사람들의 신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찬송가가 그리스도교 예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지만 교회에 모인 사람들이 부르는 찬송가 문화를 만든 것이 루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175 페이지)

 

민중이 부르는 찬송가를 코랄이라 한다. 루터는 평생 약 50편의 코랄을 작사했고 그중 몇 곡은 작곡도 했다. 성서의 말에 근거한 루터의 개혁은 교회 내부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주목할 것은 학교 교육 개혁이다. 당시 독일 사람들의 문자 해독률은 높지 않았다.

 

초등교육은 교회와 수도원에서 사제와 수도사들이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수준이었다. 루터와 에라스무스의 관계도 흥미롭다. 인간 의지에 대해서 에라스무스는 학문의 문제로 받아들였고 루터는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였다.(197, 198 페이지)

 

루터는 죄에 사로잡힌 인간에게는 자유의지는 없으며 신을 따르든 악마를 따르든 의지는 노예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이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을 한층 첨예화한 결과다. 에라스무스는 어느 정도까지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루터의 필생의 작업은 성서 번역이었다. 그는 성서의 말이 가리키는 진리를 평생 추구하고 전파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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