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사 동기가 업무 차원에서 받은 메일 말미에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란 시가 함께 수록되었다며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간단하게 느낌을 적어봤습니다.
‘선운사에서‘란 시 참 좋습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듯 쓰지만 최고의 내공을 보이는 명필을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전공(서양미술)과 문단 데뷔(시집)와 최근 출판(장편 소설 청동정원; 2014년)이 다 다른 최영미 님의 대표 시이지요.
‘선운사에서‘를 비롯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 실린 시들이 다 좋지만 제게 최영미 시인은 미술강연자나 소설가로 더 인식되는 분이지요.
최영미 님은 쇠와 살이 맞부딪히던 시대(작가가 통과한 80년대 초 대학시절)를 청동시대라 표현했지요.
우연이지만 같은 해에 태어난 강신애 시인의 시 가운데 ˝내 생의 중세가 조용히 청동녹 슬어가는˝이란 표현이 있는 ‘오래된 서랍‘이란 시가 있습니다.
시인에게 그곳은 의식 맨 아래의 서랍이고 오래된 서랍이지요.
최영미 시인에게 ‘선운사에서‘를 쓴 시절은 비록 청동시대의 한 시기였겠지만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는 그래서 좋은 것 같습니다. 평온하기만 해 보이는 나희덕 시인(1966 - )도 시와 다르게 수필에는 상처와 얼룩이 핍진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강신애 시인은 ˝맨 아래 서랍은 열어보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최영미 님은 다른 듯 합니다.
돌층계 위에서 플라톤을 읽을 때마다 총성이 울렸고 목련 철이 오면 친구들이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으나 그럼에도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던 시를 쓴, 최영미, 강신애 시인의 한 살 위의 기형도(1960 -1989) 시인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