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一切)가 다 설움을 건너가는 길이다..“.. 장석남 시인의 감꽃의 마지막 구절을 읊는다. 시인이 건너는 길이 다 설움의 대상들이라면 나에게 건넘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큰 강을 건너는 것은 이롭다는 의미의 이섭대천(利涉大川)이란 말을 보며 나는 작은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생각(이섭소천: 利涉小川)을 한다. 겨울의 내를 건너듯 한다는 뜻의 여()란 단어를 넣어 당호를 삼은 여유당(與猶堂) 정약용도 나만큼 조심하고 두려워 했는가 보다.

 

다산(茶山)의 아들이 술 실력만 아버지를 닮았듯 나는 두려움의 정서에서만 다산을 닮았다. 물론 다산은 정치적 이유로 그랬고 나는 지극히 실존적인 이유로 그렇다. 그런 내가 오늘은 장석남 시인과 닮은 듯 다르게 건넘은 슬픈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은 맑게 갠 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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