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 할 독서 목록 작성이 내 마음 조절 방편이 된 듯 하다. 조선 건국을 상징계, 실재계 등의 라캉 용어로 푼 강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읽어야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상계는 허상과 비현실적 인식에 의해 지배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정신과 의사 김종주는 상상계란 나와 너의 양자관계로 구성된 계라는 설명을 한다; '이청준과 라깡' 126 페이지)
상징계는 마음이 세상의 균열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견디며 자신의 욕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지점이다.(김서영 지음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58 페이지) 중요한 점은 라깡 이야기가 아니다.(이 내용들은 오래 정교화해야 할 부분이다.)
세상에 숨은 실력자들이 너무 많다. 문효라는 이름의 역사 저술가의 책들이 눈에 띄고 그 가운데 '조선의 글쟁이들'이 특히 관심을 끈다.
평범한 제목이 걸리지만 이 책에는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 어우당 유몽인", "언어의 연금술사 손곡 이달", "조선의 아나키스트 교산 허균", "조선의 페미니스트 허난설헌" 등 읽을 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옛글의 정취와 아름다움에 반해 고전을 탐닉중인 숨어있는 실력자, 춘천에 살면서 자연을 벗삼아 삶을 즐기는 가운데 새로운 글쓰기에 힘쓰고 있다는 저자 소개가 묘한 감동과 부러움을 동시에 자극한다.
'치심, 마음 다스리기'에서 저자는 이덕무에 대해 이렇게 논한다.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따뜻한 눈초리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이덕무는 꿋꿋이 책 곁을 떠나지 않았다. 책만이 그의 안식처였고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몇해 전 나는 내 읽기가 카프카의 '성(城)'을 닮아가고 있다는 글을 썼다. '성(城)'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는 K의 무모(無謀)와 무망(無望)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무모와 무망으로 나를 설명할 것이 아니라 "성(城)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개"이며 "모든 것이 싸움이며 투쟁"이라는 카프카의 말로 나를 추스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