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경제학자 피에로 스라파는 생산 체계의 외부에서 부과되는 요인이 경제 법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해명하였다.“ 읽은 지 25년이 지난 이 글은 경제학자의 글이 아니라 국문학자의 글이다.

 

이 글에는 이런 부분만이 아니라 이윤율, 잉여가치 등의 경제용어는 물론 가변자본, 불변자본 등과 관계된 C + V + mV - (C + V)(1+r) 같은 수식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상상력과 원근법에서 읽은 도식과 욕망이란 글인데 저자 김인환 교수의 또 다른 책인 글쓰기의 방법’(2005년 출간)을 지난 달 알라딘 중고서점 건대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도 전작의 문제의식 및 수식 활용과 차원이 같은 글이 있다. 주역(周易) 책을 쓰기도 한 김 교수의 최근 작은 과학과 문학 : 한국 대학 복구론이다.(2018626일 출간) 나는 저자로부터 주역 관련 지식을 얻으려는 마음 이상으로 경제에 대한 수학적 기술(記述)로부터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최근 작에서 저자는 문학과 과학의 쉽게 넘어설 수 없는 경계를 전제한 뒤 언어와 수학은 실재를 기술하는 연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함으로써 지금껏 보여온 자신의 인식을 확인시켜주었다. 나에게는 문학평론가의 글 가운데 김인환 교수의 글이 가장 스타일적으로 맞는다.

 

플라톤과 조지 오웰을 대비시킨 글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조금 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경험하지 않은 많은 것을 알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였고, 조지 오웰은 많은 것을 경험하는 인간이 왜 그토록 무지한가라고 질문하였다.“(‘글쓰기의 방법’ 51 페이지)

 

저자는 책의 내용은 유한하고 현실의 계기는 무한하기 때문에 책은 현실이 아니며 현실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책벌레가 되지 말라는 말 즉 책만 읽지 말고 자연을 관찰하고 사회를 경험하라는 말을, 그러나 경험이 독서보다 반드시 삶에 더 유효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데에 독서의 신비가 있다는 말로 논파(論破?)한다.(같은 책 115 페이지)

 

저자는 우리는 사랑이나 우정에는 지식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지식의 영역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같은 책 117, 118 페이지)

 

글이 마치 얼마 전 유은정의 심리학 책인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샀고 선안남의 심리학 책인 진짜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를 사려는 나를 설명하려는 것 같이 되었지만 그것은 아니고 이 책들은 30대 남녀 또는 여성들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말하자면 두 책은 타자에 대한 간접 대면(對面)의 책들이다.(경험이란 말 대신 대면이란 말을 사용한 것은 의도적이다. 젊은 그들을 경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로부터 배우겠다는 의미이다.)

 

연애를 잘한다는 것은 인기 많은 남자를 많이 만나거나 끊임없이 연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유은정의 조언(‘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썸이 주는 심리적 이득‘: 203 페이지)이 눈에 띈다.

 

'썸이 주는 심리적 이득즉 썸타는 것이 주는 이득을 말하는 이 글에서 저자는 불같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기 세계를 포기하는 것이란 귀띔을 한다. ”책들 사이의 맥락을 고려할 것을 주문하는 김인환 교수의 어법을 빌자면 심리학 책을 읽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나와 불가피하게 이어져 무관할 수 없는 타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식(儀式)을 대표하는 방편이다. , 바쁜데 불요불급한 책을 읽으려는 나의 나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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