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십 분 정도의 한옥 해설을 들었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땅으로 간다는 의미의 신혼체백(神魂體魄) 사상에 따라 지하실을 짓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조상들에게 지하는 말 그대로 죽은 자들의 공간이었다.

어제는 집을 짓는 꿈을 꾸었다. 새로 지은 것인지 고친 것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꿈을 잘 꾸지 않는데 더구나 집에 대한 꿈이라니.. 한옥 시나리오를 짜느라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우리 전통 건물 중 높은 것이 없는 것도 그래서일까? 이는 아마도 기술적인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서 지하실을 어두운 집의 존재로 보았다.

그는 지하실의 몽상을 통해 우리들은 심연의 비현실감을 허용한다는 말을 했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한옥 시나리오를 짜며 느낀 점이 있다. 화려하고 멋진 공간만 찾아다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온 나도 그간 궁, 능, 묘(廟), 한옥 마을 등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김시덕의 신간 ‘서울선언‘은 그런 점에서 나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줄 책이다.

저자는 경복궁 근처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고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도 극소수인데 우리는 왜 시민 대다수가 사는 공간에 관심이 없고 함부로 없애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란 질문을 던진다.

대학때 문화 연구 답사 모임에 속해 사찰과 고택 등을 찾아다니다가 그것이 영 마뜩지 않아 늘 일행과 떨어져 사찰 대신 사하촌, 고택 대신 농가를 찾아다녔다는 인병선(짚풀 생활사 박물관 초대 관장) 님이 생각난다.

최근 내가 확인한 것은 한옥으로 유명한 종로의 한 문화센터를 찾는 사람들과 담당자의 인식 차이이다.

인식 차이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한옥이나 역사가 아닌 맛집 정보나 관광 정보를 알고자 하는데 담당자는 해설사에게 30분 정도의 해설을 할 것을 주문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나와 크게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설사로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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