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슬픈 날이었다. 여섯 차례로 준비, 계획했던 하나의 일정이 취소되었고 한 차례 가질 동기 모임은 참석 인원이 적어 일정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각자 맡은 역할과 처지 때문에 동기들이 다 모일 날을 도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다. 그 만큼 바쁘고 역동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행무상을 슬퍼할 수도 있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진리이니 순응의 지혜를 도출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든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가운데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란 구절을 음미하고 있던 중에 일정 취소 소식을 들었다.

문제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기는 쉬워도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잘 믿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나는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의 심경도 헤아릴 여유가 나에게 있음을 감사한다.

오늘 허수경 시인의 암투병 소식도 들었다. 나는 줄곧 비슷한 연배의 시인인 그의 시를 애송해왔다.
˝무를 수도 없는 참혹˝이란 구절 때문인지 그의 투병은 더욱 마음이 쓰인다.

요즘 나는 상대를 많이 위로하고 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행동의 일환일 수 있다.

취소된 일정은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으로 대신할 생각이다. 좀더 충실하고 철저한 공부를 하자.

오늘은 시인들의 시집을 해설할 때 예외 없이 두 번 이상 정독한다는 조재룡 교수를 보며 많은 것을 느낀 하루이기도 하다.

해피 엔딩이란 말을 조심스럽게 떠올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