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으로 본 동아시아 정원의 미 - 시적 풍경과 회화적 풍경 아시아의 미 (Asian beauty) 6
박은영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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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庭園)이란 말 역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용어이다. 우리는 원래 원림(園林)이란 말을 사용했다. ()은 마당과 동산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하며 저자는 우리의 원()은 원정(園亭), 중국은 원림(園林), 일본은 정원(庭園)으로 호칭한다.

 

저자는 원정(園亭)을 보는 두 가지 풍경을 제시한다. 하나는 시적 풍경, 다른 하나는 회화적 풍경이다. 시적 풍경은 문학적 상상을 통해 채색되는 것이고 회화적 풍경은 그림으로 채색되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시인은 계절이라는 시간을 마음대로 불러온다. 그런가 하면 화가는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15 페이지) 시는 공간적 한계가 전제되고 그림은 시간적 제약이 전제된다.(37 페이지)

 

풍경으로 본 동아시아 정원의 미는 시와 그림이라는 두 얼굴을 통해 세 나라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간 여정을 담은 책이다.

 

경관(景觀)을 이해하는 것은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 과학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려는 태도이다. 풍경은 상대적으로 감성적이며 정감(情感)에 의존하기에 주관적으로 그려지는 하나의 심상이라는 의미가 있다.(25, 26 페이지)

 

시적 풍경은 마음의 그림이다. 시적 풍경은 상상에 의해서, 회화적 풍경은 연상에 의해 생명을 갖게 된다.(27 페이지) 우리의 원정에서 연못에는 시적 풍경과 회화적 풍경이 공존한다.(29 페이지)

 

시와 그림은 원림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적 골격을 제공했다. 그리고 완성 이후에는 원림의 자연미를 완상(玩賞: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는 것)할 수 있게 했는바 완상한 원림 곳곳을 다시 시와 그림의 소재로 삼는 것이 원림의 역사였다.(29 페이지)

 

회화적 풍경은 화가의 눈과 보는 이의 마음 사이에 만들어지는 또 다른 풍경이다.(39 페이지) 그림이 창조한 풍경을 회화적 풍경이라 한다.(41 페이지) 시적 풍경은 반드시 시를 읽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55 페이지)

 

그림은 표현된 사물 자체에 관심이 집중되도록 유도하지만 시는 독자에게 언어를 던져줄 뿐 더욱더 상상을 유발하게 해 이미지 층을 두껍게 형성한다.(60 페이지) 그림은 정태적이고 평면적인 예술이어서 동태적이고 입체적인 내용을 한 폭에 모두 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제화시(題畫詩)는 바로 이런 결점을 보완한다. 시와 그림이 한 화면 속에 있는 이상 제시(題詩)의 위치는 당연히 전체 화면의 구도에 영향을 준다.(61 페이지)

 

우리 선비는 기화요초(琪花瑤草: 옥같이 고운 풀에 핀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를 멀리했다. 조선의 문사는 꽃과 나무를 감각적인 매력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인격을 부여해 그 소재를 사람이 지켜야 할 유가적 덕목의 상징으로 보았다.(87 페이지)

 

자세한 관찰을 통해 특징적 형식(패턴, 정형, 규칙)을 찾아내는 과정을 과학에서는 일반화라 하고 예술에서는 추상화라 한다. 예술 역시 추상화를 통해 사물의 여러 얼굴을 읽으려 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사물의 속성은 언제나 불완전해서 그 일부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 속성은 추상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92 페이지)

 

예술에서 추상화의 길은 필연적이다. 자연의 추상화는 예술에서 이른바 틀 짜기(프레이밍)라는 방법으로 구현된다. 틀 짜기는 제약이 없는 열린 주위 환경의 맥락(context)에서 특정 부분(텍스트)을 잘라내는 행위를 말한다. 예술가가 주위의 모든 사물로부터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이를 추출하는 과정이다.(93, 94 페이지)

 

세계를 전체로 바라보지 않고 부분을 통해 전체를 조감하는 것이 틀 짜기이다. 부분의 조합을 통해 인식되는 전체는 처음의 전체와 다르다. 예술적 상상력은 이런 틀 짜기에서 발생한다.

 

원림(園林)은 자연을 가두는 일이다.(100 페이지) 한국 원정에서 틀 짜기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 녹색의 자연 뿐이다. 문틀 자체에 특별한 장식이 없고 바라보는 그대로의 자연을 감상하게 되어 있다. 변하는 것은 사시사철의 색깔, 바람, 안개, 그리고 눈(snow)이다.(105 페이지)

 

정원에서는 자연미를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체험한다. 정적인 상태에서 자연미를 읽는 정관(靜觀)과 원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동관(動觀)이다.(111 페이지) 정관과 동관은 본질적으로 상대적 개념이다. 정지의 뜻이 없는 움직임이 없듯 움직임 속에 머뭇거리는 정지 개념이 없는 동적 풍경 체험은 불가능하다.(112 페이지)

 

저자는 다비드상을 예로 들며 그 상()에서 대리석이 갖지 않는 다른 성질(다비드라는 인간의 성격)이 나타날 때 우리는 이런 현상을 예술적 창조 또는 재현이라 말한다고 설명한다.(117 페이지)

 

원림은 인간의 우주에 대한 이상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심미적 수단이다. 고대부터 중국의 통치자는 원림을 지상의 신선세계로 건설하고자 했다.. 그러나 봉건제 하의 민가에서는 대규모로 원림을 조성할 수 없어 점차 작은 규모 안에 거대한 자연을 끌어들이는 수법을 발전시켰다.(129 페이지)

 

원림은 그림과 시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예술 분야다. 시화서가 일체라는 생각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시대 변천에 따라 자연스럽게 융합된 것이다.(159 페이지) 원림은 가장 완벽한 공간예술이며 원림 조성은 인간에 의한 자연의 의미를 재현하는 예술행위다. 즉 원림은 자연을 통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나에 관한 생각이 공간에 나타나는 예술이다. (162 페이지)

 

지배계급에 의해 향유되었던 시, , 서의 문화적 맥락을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면 동아시아 원림문화의 진정한 미적 표현과 정서, 나아가 미적 체험을 경험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원림을 보고 느끼기 이전에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163 페이지)

 

원이라는 개념은 회화에서 추구하는 미학적 사유이면서 동시에 공간 구축에도 적용되는 예술적 사고방식이다.(167 페이지) 중국 원림 속 자연이 인간에 의한 자연이라면 한국 원정에서 자연은 자연 속의 자연이라 할 수 있다.(175 페이지)

 

일본의 정원은 불교의 선종과 관련이 깊다.(175 페이지) 일본 정원에서 자연은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관조(觀照)의 대상이다.(176 페이지)

 

선비가 관직에서 물러나 칩거하면 은둔이고 세속을 멀리해 별서(別墅)를 짓고 살면 복거(卜居)라고 한다.(203 페이지)

 

한국에서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귀거래(歸去來)와 도원경(桃源境)에 대한 향수는 점차 그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같은 귀향이지만 과거에는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모순에 대한 해결책으로 귀거래를 택한 반면 지금은 건강, 가족, 직업, 안전, 소통 등 새로운 가치에 대한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목표에 따라 움직인다.(286 페이지)

 

현대 정원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문화적 가치가 변화하는 보편적 추세에 따라 서서히 변할 것은 틀림 없다.(287, 288 페이지) 정원이 자연을 가두고 그 속에서 자연을 다시 생각하는 공간적 장치라는 개념은 아마도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전제할 때 미래의 정원에서 시적 회화적 풍경은 어떻게 전개될지가 곧 미래 정원의 형식과 내용이 될 것이다.(288 페이지)

 

저자는 21세기에 들어와 세계적으로 각국의 문화가 거로 충돌하고 섞이는 정도가 심대하다고 전제하며 그러므로 한 나라의 원림문화를 독자적, 배타적으로 말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원림미를 조감하는 데 큰 의미가 없다고 결론짓는다. 상대적으로만 구별할 수 있는 미묘한 형식과 상징의 차이만이 있기 때문이다.(293 페이지)

 

물론 저자가 말했듯 사람들은 한마디로 그 특징을 말하고 듣기를 원한다.(293 페이지) 동아시아의 원림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 요소는 종교이다. 중국의 경우는 도가 사상이 지배했고 일본은 불교 특히 선불교가 크게 작용했고 한국은 그 위에 유가적 가치관이 덧씌워져 발전해왔다.(294 페이지)

 

원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그림 같다는 느낌으로 통하고 이것은 곧 원림에서 회화적 풍경으로 인식된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시적 풍경이다. 원정에서는 이 두 얼굴이 서로 교차한다.(295 페이지)

 

그러나 시와 그림이 그 자체로 우리 마음속에 끝까지 남지 않듯 정원미를 음미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다. 이것은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정신적 가치와 동일하다.(295 페이지)

 

원정에서 자연은 그냥 산천에 펼쳐지는 구름과 산과 강과 꽃나무 그대로가 아니다. 오히려 이것들이 장인(匠人)의 손에 의해 어떻게 달리 아름답게 창조되었는가를 발견하는데 그 가치가 있다.(29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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