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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모성 : 미나토 가나에>
- 불이 나던 그날, 아무래도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고백> ,< 속죄>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독자에게 던지는 물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잔혹하리만치 묘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 단 한권의 책으로 인해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몹시 궁금해 장바구니에 담아둘만큼 강렬했던 이 책.. <모성>을 읽어가며 온몸이 따끔거리는 경험을 했더랬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게 진짜 모성이 존재할까..이십여년의 세월동안 엄마로 살면서 문득문득 고개를 쳐드는 생각들이 비단 내게만 찾아온 감정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지금도 직진하고 있는 도로 위의 자동차 처럼 가끔씩 모성에 대해,. 부모에 대한 생각들이 고개를 치켜든다. 나는 부모 자격이 있을까.. 내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일까.. 모성이란 무엇일까.. 예로부터 내려온 관습 혹은 타인들에 의해 생성된 감정들의 찌끄러기는 혹시 아닐까.. 내 안에 얽어매어두었던 감정의 찌끄러기들을 파헤치다 보면 진짜가 나타날까..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지금의 노력 그대로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갔다.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자식의 돈을 빼앗아 파친코를 하러 다니는 여자도 이러한 성질 ( 모성)을 갖추고 있을까. 세간에서는 여자, 암컷에게 모성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취급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선천적으로 지니고는 있지만 환경 때문에 진화하거나 퇴화해가는 것일까. - 54p-
- 모성은 인간이라면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 학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다수의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 모성애가 없다고 지탄받으면 그 엄마는 학습 능력이 아니라 인격을 부정당하는 착각에 빠져서, 자기는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틀림없이 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말로 위장하려고 한다. - 55p -
어린날의 딸이었던 나와 엄마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지금의 내 아이들과 엄마가 되어있는 내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생계를 위해 늘 바빴던 엄마의 등을 보며 성장해왔던 어린 딸이었던 나와 ,엄마의 죽음 이후 딸을 사랑할 수 없었지만 엄마의 유언 대로 딸을 금지옥엽 귀하게 키우려 했던 작품 속의 엄마와 딸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모성이 무엇인가를 곱씹어본다. 천둥 번개가 무섭게 내리치던 그날, 그토록 사랑하던 엄마와 딸이 장롱 밑에 매몰된 현장에서 엄마는 누구를 먼저 구해야 했을까.. 딸의 마음을 헤아린 엄마는 혀를 깨물어 자결을 택했기에 결국 딸이었던 엄마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에 이르렀지만 그녀가 꿈꾸었던 인생의 마법은 깨져버렸다. 평생토록 엄마와 함께 살고픈 그녀는 엄마와 함께 꿈꾸던 삶을 잃은 후 묘하게 뒤틀린 사람들로 가득찬 시댁으로 들어갔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은 지옥에 가까웠고 엄마의 고된 시집살이를 지켜보는 딸은 엄마를 지켜내려 하면 할수록 모녀 사이는 갈등으로 내달리며 예기치 못한 구덩이 속으로 빠져들어만 가는데...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은 17세 여학생이 자신의 집 4층에서 정원으로 뛰어내렸던 일이 기사화 되고, 엄마와 딸의 고백으로 이루어졌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부모, 모성에 대한 생각도 해봤고 , 어린날의 나와 엄마를 추억했으며 , 현재 엄마인 나와 내 아이들의 관계, 마음들을 되새겨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지만 작가가 던지는 물음에 대한 답을 준비하기에는 조금 더..어쩌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