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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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의 <미친 사랑>은 그의 나이 38세가 되던 1924년 3월, [오사카아사히신문]에 연재되어 당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지만 87회를 끝으로 게재가 중단되었다. 시대적 배경을 굳이 떠올릴것 없이 음악과 문학등 검열의 제재가 삼엄했음을 암시하지만 작가는 이후 소설을 끝까지 완성했고, [여성]이라는 잡지에 1924년 11월호 부터 다시 연재되었다. 변화하는 세계정세와 더불어 억눌렸던 젊음들이 새로움을 갈구하듯 모더니즘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와 맞물려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노벨상 후보로 네 번이나 오른 작가이기도 하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은 <미친 사랑>이 처음이지만 첫 페이지를 다 읽기도 전에 뭔지모를 익숙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조금씩 조금씩 세계문학으로 넓혀왔던 나의 독서 흐름 때문일것이라 생각된다.

 

문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익숙하지만 소설의 본질인 마조히즘, 마조히스트적 사랑에 대하여는 간접적 이해밖에 할 수 없는 평범한 독자이기에 소설의 표면 뒤에 가려진  조지의 마음을 완전히 파헤치기에는 힘들었으며 ,요부로 등장하는 나오미에게 동화 혹은 그녀를 허구의 등장인물로 인지하지 못할만큼 충격이 컸기에 한번의 일독으로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다. 차후에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숨겨졌던 이면이 보일라나..? 내가 읽었던 감상은 여기까지이고, 이 소설의 줄기는 정말 간단하다. 

 

시골 부농 출신 조지는 도쿄의 전기회사의 기사로 150엔의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1920년대 공무원 초봉이 70엔이라는 주석을 보면 상당한 월급을 받는 직업이기에 조지의 넉넉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조지가 어느날 카페에 들른다. 그리고 묘한 아름다움과 우울이 공존하는 열다섯 살 카페 여급 나오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녀를 아름답게 가꿔주기를 원하여 함께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 한 소녀를 친구로 삼아 아침저녁으로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밝고 명랑하게, 말하자면 놀이 같은 기분으로 한 지붕 아래 산다는 것은 정식으로 가정을 꾸리는 것과는 다른 각별한 재미가 있을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 14p-

 

당시 상류사회의 지표가 되었던 하이칼라로 나오미를 키우며 느껴가는 소소한 즐거움, 행복은 조지를 무한 행복으로 밀어넣지만 점점 방탕한 요부로 변해가는 나오미를 지켜보며 그녀를 향한 애증으로 걷잡을 수 없는 방황에 이르게 한다. 

 

-그녀는 두뇌 쪽에서는 내 기대를 배반했지만 육체 쪽에서는 점점 더 내 이상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아름다움을 더해갔던 것입니다. '바보 같은 계집',.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더 속절없이 그 아름다움에 유혹당하고 맙니다. 나는 차츰 그녀를 '키워주자'는 순수한 마음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내가 거꾸로 질질 끌려가게 되었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때달았을 때는 벌써 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72p-

 

자신을 비롯한 여러 남자들을 조종하면서 방탕한 삶을 영위하는 나오미 곁을 떠나야 한다고 이성은 호소 하지만 ,조지는 감전된 이성에 반항하듯 그녀를 잊을 수 없어 고뇌하고 , 그런 조지의 고뇌를 알듯 모를듯 요염한 매력을 흩뿌리며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가지게 된다는 간단한 줄기를 300p 넘게 이끌면서도 지루함 없이 독자를 소설 속으로 안내하는걸 보면 잘 쓰여진 소설임에는 분명한가보다. 어린 나오미를 상류사회 귀부인으로 키워가며 느꼈던 행복한 만족은 서서히 조지를 망가뜨리고 ,파멸에 가깝도록 숭배하는 대상에게 굴종할 수 밖에 없었던  마조히즘 성향의 한 남자가 써내려간 미친 사랑의 수기.

 

<미친 사랑>의 원제는 <치인의 사랑>이라고 한다. 김석희 번역가의 해설에 따르면 치인(痴 人)이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라 풀이되어 있고, 痴 의 뜻으로는 미치광이라는 뜻도 포함되었기에 미치광이의 사랑이라 풀이할수도 있다. 실제로 이 책의 영어 번역본의 제목은 나오미,프랑스는 비상식적인 사랑, 독일어는 나오미,만족할 줄 모르는 사랑,이탈리어는 어느 바보의 사랑으로 번역되었으며, 한참의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출간되는 번역본이니 만큼  새로운 제목인 <미친 사랑>으로 출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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