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도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 장편소설 : 표류도>

대하소설 <토지>, < 김약국의 딸들>로 잘 알려진  고 박경리 작가님이 1959년에 발표한 <표류도>는 두 번째 장편소설이며, 독자들의 호응이 높아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제2회 내성문학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네이버) 이 소설의 기본 줄기는 불륜을 소재로 한 연애 소설이었지만 팔랑팔랑... 책장을 넘길적마다 사랑과 불륜 그리고  윤리의식 보다는 한 여인의 삶이 내게로 와버렸다. 6.25 이후 사랑하던 사람이 사망하였고 그의 아이를 홀로 낳은 미혼모 강현회.. s대학 사학과를 나온 인재였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쉽사리 길을 내어주지 않았기에 다방 마돈나를 운영하며 마담으로 자기 앞에 놓여진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와 아버지의 불륜으로 잉태된 이복동생 현기의 뒷바라지를 하며 가장으로서의 삶을 억척스레 열어나가는 그녀의 조용한 미소 속에 숨겨진 강인함. 어머니로서 , 딸로서, 누이로서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독자인 내가 손톱만큼이나마 짐작 할 수 있을까마는 그녀를 통한 또다른 삶의 무게를 느껴보고자 했기에 연애소설이라 분류되었지만 사람과 삶이 내게 먼저 스며들었나보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한평생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왔던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불륜이 망측스럽다 혀끝을 차지만 , 그런 어머니를 향해 '당신의 정절 보다 내 배덕이 훨씬 더 위대하다' 생각할 만큼 당돌한 여인이기도 하다.   마음은 서로에게 달려가버린 현실에서  현회와 상현의 불륜이 소설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내뱉지 못한 그녀의 마음들이 글에 투영되어 반사되듯 내게로 와버렸다. - 누구한테서 빼앗고, 누구한테 줄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사랑은 그 사람의, 상현 씨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범하지는 못한다. - 106p- 이렇듯 현회의 마음속을 헤집어가며  소설을 읽자니 통상의 윤리 저 너머에 있는 여인을 만들어놓은 박경리 작가님의 의도 대로 책을 읽었는가를 거듭 생각하기 보다 , 사랑과 불륜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하나의 큰 줄기지만 , 그 큰 줄기 안에 머물고 있는  또하나의 줄기인 사람과 삶에 대해 거듭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강인한 채찍으로 내 마음을 후려쳤다. 나를 현실에 적응시켜야 한다. 내 생명이 있기 위하여 나를 변혁시켜야 한다. 겨울이 와 산야에 흰 눈이 덮이게 되면 털이 하얗게 변하고, 여름이 와서 숲이 우거지면 나무껍질처럼 털이 다갈색으로 변하는 토끼라는 짐스의 생리를 나는 닮아가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얼마나 유구한 세월을 두고 인간과 자연 속에서 그 끈질긴 싸움을 해왔던가. 끊임없이 자기를 변혁하고 현실에 적응해가며 생명을 지탱해오지 않았던가.

 

우리는 사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주변의 죽음보다 자기 자신의 일이 더 절신한 문제입니다. 일은 산다는 뜻이요, 사람은 움직이는 섬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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