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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평점 :
<미치 앨봄 :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 " 곧 인간은 모든 날을 세게 될 거야. 그리고 하루를 더 작은 조각,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셀 거고 결국 그렇게 세느라 자신을 소모하게 될 거야.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세상의 경이는 잃어버리겠지." -
우리는 늘 시간과 함께 산다.삶이 곧 시간이고 시간이 곧 삶인 우리들 세상. 탁상 다이어리에는 예정된 약속과 시간이 적혀있고,개인의 휴대폰 알람은 언제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려주는 꼭 필요한 존재처럼 되어 늘 시간을 재고, 또 재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또 마친다. 십분만 더 있었더라면 이 일을 마무리 지었을 텐데.. 십년만 더 젊었더라면 이러이러한 일을 했을텐데.. 한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 늘 시간에 쫓기듯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하루가 25시간이었으면 하고 바랄지도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25시간 처럼 사용하는 방법을 깨우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 보다 저만치 앞서 달려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렇듯 시간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 속에 들어앉아 조금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삶을 살기위한 도구로 인식되었다. 시간이 없다고 , 바쁜 걸음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목적 없는 걸음은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나날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내가 무척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다. 빛바랜 겉표지만큼 여러 번 내 손을 거쳐 책장에 안착하고 있는 그 책의 저자 미치 앨봄이 새로운 형식의 책을 출간했다. <8년의 동행>도 그렇고 2013년 올해 출간된 새로운 책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도 동화적인 요소가 다분하여 읽기 편안했다. 읽기 편한 만큼 받아들이기 쉬웠고, 받아들이기 쉬운 만큼의 간단한 깨달음도 얻었다. 지구촌 어느 곳에는 지금도 자살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고, 생의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조금 더 삶을 연장시키고 싶어하는 미지의 인물도 존재하리라. 이 책속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다. 한 사람은 부유한 투자전문가로 무엇이든 이윤창출에 목적을 둔 삶을 살아왔던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 빅토르이고 , 또 한사람은 너무 짧은 생을 살았지만 이제 그만 삶의 끈을 놓으려는 열여덟의 여학생 세라다.
온몸에 퍼진 암세포와 신장 투석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빅토르는 영원불멸의 삶을 살기위해 인체냉동시스템에 접근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려는데... 두 사람 앞에 시간의 아버지 도르가 나타난다. 그는 시간이 없었던 세상에서 최초로 세는 법을 알기위한 도전을 시작했고, 그가 발견한 것들이 시초가 되어 후손들은 점차 정교한 시간으로 가다듬고 시간 안에 갇혀 산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만큼 시간이라는 것은 늘 당연시해왔기에 내 앞에 놓여진 시간, 지나간 시간, 그리고 다가올 시간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더 나은 내일이라는 포장으로 불안을 덮어가며 살아왔지만...
사랑하는 아내 앨리의 죽음을 멈추고 싶었던 도르는 죽지 못하는 형벌을 안고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의 시간타령을 6천년 동안 들어야 했지만, 이제 시간의 아버지 도르가 세상에 내려왔다. 더 살고 싶은 빅토르와, 내일을 멈추고 싶었던 세라 앞에... 그들 세사람의 여정이 차례로 교차하듯 진행되는 이 소설은 늘 시간을 상기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간을 보내다. 시간을 낭비하다. 시간을 죽이다. 시간을 잃어버리다. 시간에 늦지 안게, 시간에 맞춰, 시간을 들여서,시간을 아껴서,오랜 시간, 제시간에.시간을 놓쳐서..........그 시간을 기억하다, 시간을 지키다. 시간을 내다. 시간을 기록하다. 시간을 지연시키다...- 37p- 생각해보면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시간을 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시간이 없었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시간을 세느라 자신을 소모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세상의 경이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최초의 타임 키퍼 도르와 함께 한 인생 여행은 지금까지 잃어버렸던 세상의 경이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