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인신매매와 아동 성매매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는 코번 애디슨의 소설을 읽었다. 읽어가는 내내 힘들었고, 힘들었기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소설 속의 인물이 분명하지만 어디선가 비슷한 일을 겪어가고 있을 수 많은 아이들이 있을거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경험도 했더랬다. 내가 어릴때만해도 인신매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떠돌아다녔다. 길을 걷다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져 매음굴이라 불리우는 곳으로 이송되어 온갖 수모와 고초를 당하는 ,, 아직은 아이의 몸이지만 여인이 되어야만했던  이야기들이 소설로 되살아났다.

 

아할리아와 시타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자상한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집안일을 거들어주는 가족 같은 자야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어느날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쓰나미로 인해 가족 모두를 잃고 만다. 가까스로 살아난 아할리아는 동생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둘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온통 쑥대밭으로 변해버린 세상은 두 소녀에게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을 종용하듯 내몰고 , 자신들이 공부했던 학교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부모님이 주신 선물들을 몸에 지닌 소녀는 길을 나섰지만 세상은 소녀들에게 무자비하기만 하다. 이리저리 속고 , 또 속아 뭄바이 매음굴로 팔려간 소녀들의 하루 하루 삶은 차라리 지옥이라 표현하지도 못할 만큼의 생채기만 남겨준다. 그나마 동생 시타에게는 포주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테지만 , 시타는 포주의 또다른 거래에 이용되고, 작고 여린 시타는 더 험한 세상으로 내쳐졌다.

 

그들을 도우려 애쓰는 변호사 토마스는 반국제인신매매 단체 case에서 자문 변호사로 일하던 중 아할리아의 부탁을 받고 사라진 시타의 행방을 쫓는다. 자의로 지원한것은 아니지만 아할리아와 시타가 갇혀있던 뭄바이 사창가를 몸소 겪고 난 토마스는 자신의 욕망과 결혼생활의 안위를 떠나 어느덧 반 인륜적인 행태와 있을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세상에 혐오를 느끼고 마음 깊은 곳에 잠자고 있었던 의협심까지 일어나 아할리아의 동생 시타를 찾는 일에 온 힘을 다한다. 감추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들의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접전은 소설의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듯 보이지만 하나의 끈으로 엮인 국제 인신매매라는 거대한 그물 앞에 엎치락 뒤치락 하듯 소설은 반전을 머금고 진행된다.

 

이 소설은 저자가 8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소설의 주제를 찾던 중, 국제인신매매의 실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  인도 뭄바이 사창가를 잠입취재하여  현대판 성노예의 현실을 글로 엮어낸 실화 같은 소설이라고 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에는 없는 인물이지만, 그들이 해왔던 그 모든 추악한 일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어왔던 사실이었기에 한권의 책을 읽어가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도 아팠다. 문득문득 아파서 더 읽고 싶지 않을 때도 많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 읽어버리고야 말았다. 아할리아와 시타가 어둠에서 벗어나 태양을 건너 내게로 와닿을때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매를 위한 소리 없는 응원을 힘껏 외쳐야만 했기 때문이기도 했더랬다. 독서하는 내내 한마디 단어로 '힘겨웠다고'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이 말이 가장 적합한듯하다. 많이 힘들고 아픈 소설이지만 많은 이들이 꼭 읽어봐야 할 올해의 소설로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을 꼽아본다.

 

- 변기에 앉은 그녀는 자신의 잔혹한 처지를 깨달았다. 창녀가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라곤, 숨 쉴 수 있는 공기,배를 채울 음식과 물, 비바람을 피랄 지붕,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나누는 정뿐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음을 잘라내야 하리라.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시타를 생각했다. 위층 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생. 겁에 질리고 상처받았지만, 수치르의 매춘업소에 끌려온 지 한 주 반이 지나서도 아직 더럽혀지지 않은 동생. 그녀는 앞으로 닥쳐올 무서운 일에 맞서 동생을 지키는 요새가 되어 주어야 했다. 절망에 질 수 없었다. - 102p-

 

-시타는 숨이 턱 막혔다. 헤로인을 꽉 담은 채 한 줄로 깔끔하게 늘어서 있는 콘돔을 보며, 도시 어딘가 수치르의 매춘굴에 갇혀 있는 언니를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시련을 이겨내리라. 나를 기다리고 있는 언니가 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언니를 다시 찾아내고 말리라. 시타는 나빈에게서 첫 번째 콘돔 알을 하나씩 집어 마지막 알까지 삼켰다. 아팠지만, 어떻게든 넘겼다. - 171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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