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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지혜 - 한 세기를 살아온 인생 철학자, 알리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희망의 선율
캐롤라인 스토신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백 년의 지혜>
111세의 알리스 헤르츠좀머는 세계 최고령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피아니스트로 살아오셨단다. 할머니의 어머니는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으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같은 인물들과 교류를 했고,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자녀들은 문학과 음악에 심취했고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피아노에 관심이 없으며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쌍둥이 자매와 성향이 달랐던 알리스는 낙천적인 성격이었으며, 어린시절 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보였고,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회를 개최할 정도의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그리고 사업가인 레오폴트 좀머와 결혼해 아들 라피를 얻어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어느날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 정책에 술렁이던 유럽 주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고향 체코슬로바키아는 바람 앞의 촛불 마냥 흔들리고 , 그녀의 부모님은 수용소로 끌려간다. 이웃은 밀고자가 되어버렸고, 끊임없는 유혈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 잠 들기조차 버거운 눈앞의 참담한 현실을 견뎌내야만 하는 그들 모두의 절박함이 내게로 와닿는다.. 수용소로 끌려가는 칠십이 넘은 부모님의 구부정한 등을 바라봐야 하는 자녀들의 비애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마는 혹독한 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생존자들의 회고록이 넘치도록 출간되었기에 여기서 또 한 페이지의 아픔을 보태어 본다.
-알리스는 연달아 음악회에 참여하면서, 나치 병사들이 강등 뒤쪽이나 창밖에서 음악을 귀감아듣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부츠와 나치 표장이 달린 회색 재킷 차림의 청년들에게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죽음을 뜻하는 나치 표장을 단 병사 중에는 가끔 아름다운 청년들도 있었다.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떤 사람들일까? 왜 이들은 여기 있을까? 어떻게 음악을 사랑하면서 , 나치 표장을 달고 악마를 섬길까? 그들이 정말로 유대인을 증오할까? 이들은 자원했을까, 아니면 강제 징집되어 끌려왔을까? 그들은 나치의 선전을 믿을까? 아니면 그들 역시 그녀처럼 살아남아서 집에 돌아가기만을 바랄까? - 53p-
음악이 그녀 자신이 되었고, 그녀 자신이 음악이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던 극한의 고통을 넘어왔던 할머니의 회상과 현재의 삶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에세이 <백 년의 지혜>는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았던 삶의 고비들이 알리스 할머니의 발자국으로 살아나 책 속에서 꾹 꾹 눌려지듯 눈앞에 그려진다. 너무 선명해 지워질 수 없을것 같고, 세월의 풍화 작용에 의해서도 사라지지 않을 화석으로 남아있을 발자취들을 따르다보면 우리가 처한 현실, 현재의 고통, 얽힌 매듭, 눈앞의 아픔에 좌절하고,절망하며 주저앉고 싶을 때,, 할머님의 주름진 손등이 내게로 와닿을것만 같다. 인생은 선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