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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소녀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2년 12월
평점 :
<오페라 소녀>
이재익 작가는 <압구정 소년들>로 처음 알게되었는데, 쉽게 읽힌다는 점이 그의 책을 또다시 찾게되는 매력이다. 그의 새 작품인 <오페라 소녀>의 책 표지는 흰 바탕에 작은 그림이 전부인데, 화려한 책표지가 넘쳐나는 책판매대에서 오히려 클레식한 느낌이 나는 단순한 디자인도 나름 괜찮을것 같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표지 뒷면을 보니 오페라 유령이 생각난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 유령>은 영화로 본 것 말고 , 오래전에~~ 그러니까 도서관이 아닌 동네 책 대여점에서 700원을 주고 빌려본 뒤 영상과는 또다른 감동으로 몇 날을 몸살을 앓듯 책을 끌어안고 지낸 뒤, 책을 구입했지만 집나간 책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재차 확인시켜주듯 누가 빌려간 뒤 소식이 끊겨버렸는데 이 참에 다시 구입해야겠다.
<오페라 소녀>의 주인공은 앞을 못보는 열여덟살 맹인 소녀와 한때는 잘나가는 성악가였지만 큰 교통사고 후 얼굴의 절반을 잃어버리고 10 여년의 세월 동안 은둔 생활을 하는 기현이다. 열여덟 맹인 소녀는 혼자 힘으로 성악을 노래했고 민주가 프로듀서로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리허설에서는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본방송에서는 끔찍한 괴성을 질러 시청자를 비롯한 모든이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그 후 소녀의 동영상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소녀의 말못할 사정을 짐작한 프로듀서 민주는 소녀의 재능을 꽃피워볼 생각이었던 차에 택시기사 기현을 우연히 만났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기현을 돈으로 매수하여 맹인 소녀에게 오페라를 가르쳐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스승과 제자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만큼 애잔하게 펼쳐지는데 ,이소설을 크게 3등분으로 나누어보면 첫 1/3은 쉽게 읽히고 재미는 있었지만 아무런 감동을 전해주지 못한 그저 그런 도입이었다. 색채에 비교해보면 무채색이라 표현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3/2에 가서는 진행이 조금 빨라지면서 글자 속에서 흘러나오는 오페라를 듣고,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주었다. 이것은 여타의 현대소설과는 약간 다른 면이었기에 신선했고, 잘 몰랐던 오페라 가수와 노래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는 또다른 재미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3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흔한 말로 여심을 울리는 그런 스토리로 진행된다. 이 소설은 마음먹고 읽으면 몇 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을만큼 쉽게 쉽게 흘러가는데 ,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전 ,새벽 부터 읽기 시작해 몇 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훌쩍훌쩍.. 울면서, 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올 만큼 짠한 이야기는 흡사 어린시절에 보았던 <엄마 없는 하늘 아래>가 생각날 정도였다. 정윤희와 똑순이 김민희가 주인공이었던 흑백영화는 어린날의 내 가슴을 온통 할퀴듯 그렇게 오랜세월 기억나는 영화인데 <오페라 소녀>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