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정크>

김혜나 작가는 <제리>로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녀의 첫 번째 소설<제리>를 건너뛴 채 두 번째 소설을 읽었는데 이 소설 한편으로 그녀의 시선이 세상 어디쯤 머물러 있는가 어렴풋이 보여지는것 같다. 물론 책 한권으로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알 수  없겠지만, 왠지 이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세상 속에 머물러 있지만 다수에 머물지 못하고 스스로 소수자의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할것 같다. 이 책 이외에도 그녀의 첫 소설 <제리>를 대충 살펴보니 <정크>와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느꼈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사실 이 책은 19금 표시를 해야할것 같다. 우리 집 책장에 있는 수 천권의 책 중에서 19금으로 분류해 감춰놓은 책이 두 권 있었다.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그 주인공인데 <정크>까지 세 권으로 늘어났다. 위의 두 권은 감춰두다가, 궁금해하던  지인에게 선물했기에 지금은 우리 책장에 없는데 <정크>도 조만간 원하는 사람에게 선물 해야겠다.

 

김혜나 작가는  무라카미 류의 영향을 받은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어떤 내용인지 세세한 부분은 잊었지만,예전에 썼던 리뷰를 살펴보니 '오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과 부분적으로 기억나는 불쾌한 장면들은 여전해 생생한데 ,<정크> 또한 편하게~ 쭉쭉~ 읽어내려갈 수 없었다.<정크>는 불쾌하다는 표현까지는 아니지만 쉽게 책장을 넘길수만은 없었다. 아마도 이런 느낌은 내가 다수에 포함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크. 정크푸드, 쓰레기, 쓰레기 음식,인간쓰레기...이 소설에서 표현되는 정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성적 소수자이면서  이 시대의 루저로 불리우는 한 젊은이의 외로움과 방황을 말하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가 직업인 엄마는 날마다 죽을만큼 술을 마시고 들어와 죽은 듯이 잠을 자고, 가끔 오는 아버지는 몇 만원을 탁자에 두고 아들의 존재가 부재이기를 바라는 모호한 표현을 하며 성재의 가슴에 날카로운 바람을 만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엄마의 화장품으로 얼굴을 색칠하며, 자신에게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우려 했던 성재의 화장은 그를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끌었지만, 그는 어느 곳에도 취업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스무살에 만난 애인 민수형은 어느덧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낳은 이중적인 생활을 하면서 성재와의 밀회를 즐기지만 성재는 민수형이 자신만의 사랑이 아님에 방황한다. 방황의 끝은 언제나 게이들이 모여드는 바에서 찜질방으로 끝나지만, 그래도 언젠가 적당한 회사에 직장인으로 살 수 있을거라는 믿음은 성재의 가슴 한켠에 희망의 불씨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독자인 나는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아주어야 하는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타인의 삶을 관망하듯 외면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아버지가 있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고,애인이 있지만 내 애인이 아니며, 꿈이 있지만 꿈에 다가설 수 없다며 절망하는 성재의 사랑과 절망 사이의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봐야하는 나도 아프긴 마찬가지다. 평범한 내가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과 절망을 어떻게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마는 될 수 있으면 이해해보려고 노력은 해보았다. 물뽕이 무엇인지, 랏슈가 무엇인지, 게이 바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찜질방이나 극장에서 벌어지는 동성애가 편하지는 않다. 88만원 세대라며 취업의 고통을 토론하는 20대의 이야기도 알고,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이 시대의 취업 상황도 안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을 전전할 수 밖에 없기에 아프고 또 아프다는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은 성재가 처한 슬픈 현실에 덧씌워져 어둠의 이중고리를 만들고 있었기에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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