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날은 없다 단비청소년 문학 1
조에 벡 지음, 정성원 옮김 / 단비청소년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죽고 싶은 날은 없다>

열여섯 사내아이의 성장 소설인 이 책을 읽어가며 열여섯 보다 한 살 어린 우리 아이를 생각했다. 블로그는 물론이고 카카오 스토리에 쓰는 글을 혹시 누가 볼까봐 꽁꽁 감춰두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공유하는 우리 아이. 아이가 쓴 글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매우 궁금했지만 아이의 사생활이기에 애써 꺼내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기분이 특히 좋아진 날, 자신의 글이 친구들이나 이웃들의 좋다는  호평에 힘입어 가끔씩은 내게도 보여준다. 이러이러한 글을 올렸는데 호응도가 대단했다며 엄마가 보기에는 어떠냐는 조언까지~~ 그럴때 아이가 쓴 글들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애쓰기 보다 아이가 보여주는 만큼, 보이고 싶어하는 만큼만,, 딱 거기까지만 보고자 노력한다. 나도 십대 시절의 비밀 일기를 써봤고,  고민도 해봤으며, 어설픈 자작 소설까지 써봤기에 감추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열여섯 주인공 에드바르트는 개학날이 다가오자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 블로그에 고민을 쓰면서 죽고 싶다는 속내를 써놓지만, 심각한 고민이 있어서라기 보다 친구들에 비해 2차 성장징이 늦게 나타나는 자신의 몸에 불만이 많다.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도 되련만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의 상반신 사진을 찍고 ,아빠가 쓰는 카페인 샴푸가 머리카락을 자라게 한다기에 가슴 털에도 효과가 있을까 싶어 듬뿍 바르기도 하지만 에드바르트의 가슴에는 털한가닥 날 생각도 않고 ,모두들 변성기가 오면서 굵직하게 변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 받는데 반해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가느다랗기에 온통 불만 투성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학급에서 가장 장난꾸러기이자 친구들을 놀리는 맛에 사는 헹크는 키가 작은 에드바르트를 계집애라 부르며 수시로 놀리고 , 에드바르트의 굴욕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전송하기에 이른다. 에드바르트는 건강한 청소년 답게 콘스탄체에게 관심이 있지만 그녀는 미소년인 그를 본체만체 외면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날 에드바르트는 인터넷에서 저작권이 없는 또래 청소년의 사진을 구입하고 페이스북에 가상의 인물을 만들기에 이르렀다.제이슨이라 불리우는 또하나의 에드바르트는 콘스탄체에게 친구신청을 하고 그녀는 그와 친구가 되었다. 가상의 제이슨을 좋아하는 콘스탄체, 콘스탄체의 일상을 알고싶은 실존의 에드바르트, 두 사람은 거짓된 우정을 나누던 중 정체가 탄로날 것을 두려워한 에드바르트는 제이슨을 이제 그만 죽이기로 작정한다. 알레르기로 입원한 병원에서 의료진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한 제이슨. 그런 제이슨의 추모 페이지를 만든 콘스탄체와 헹크는 사귀는 사이로 발전했고, 갑자기 전학온 칼리는 헹크의 못된 행동에 멋지게 선방 날리고 에드바르트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옆집 할아버지가 키우는 푸들의 개똥 때문에 가까워진 타넨바움 할아버지는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는데... 콘스탄체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불러일으킨 작은 거짓말은 세계로 뻗어나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데 에드바르트는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에드바르트와 친구들의 발랄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죽고 싶은 날은 없다>는 한참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 아이들의 속내를 볼 수 있었기에 재미있게 읽었고, 에드바르트의 부모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내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길 원해서,모두들 보내는데 내 아이만 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는 우리나라 부모들과는 달리 그들은 모두가 1,2등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겠지만 강요는 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자리가 있는건데 불안감과 조급증에 짖눌린 나를 보며 반성도 했더랬다. 조에 벡의 <죽고 싶은 날은 없다>는 청소년 성장소설로 재미있게 읽었긴 하지만 번역상의 문제인지,작가의 표현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너무 급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안타까웠다. 

 

- 우린 단지 너한테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란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1이나 2를 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우린 네가 학업성적이 좋아야 살 가치가 있다는 믿음 속에서 자라는 걸 바라지 않거든.-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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