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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1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보이지 않는 다리 1/민음사/줄리 오린저>
책 표지 사진을 찍어 놓으니 상당히 흐릿하다. 그 이유는 표지 겉장이 기름종이 같은 재질로, 다른 책들과 다른 느낌이었고 , 책을 읽어가며 흑백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표지와 사진,내용이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흑백 영화가 많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어긋난 길을 가다가 마지막에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기차 역에서 재회를 하는 장면이 지금까지도 기억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잊었던 그 시절의 감수성을 찾아보았다. 중절모를 쓴 남자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기차 역에서 서로 포옹하던 장면~~ 영화 제목과 내용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그때 느꼈던 설레임이란~~ .
<보이지 않는 다리 >1권의 무대는 헝가리와 프랑스이며 시대적 배경은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점이다. 유럽이 온통 전쟁의 기운에 휩싸였고 독일 내 유대인들은 히틀러의 정책 때문에 여러가지 압력을 받던 그 시절. 남자 주인공 언드러시 레비는 우연히 제출한 건축 모형이 유명 인사의 눈에 띄어 장학금을 받고 프랑스의 에콜 스페시알에 입학 허가를 받는다. 유학에 필요한 돈을 환전하기 위해 들른 은행에서 귀부인과 마주쳤고 그녀는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보낼 소포를 인편으로 배달해줄것을 부탁한다. 젊은 하스 부인에게서 소포를 건네받은 레비는 소포 외에, 하스 노부인은 c.모르겐슈테른 앞으로 보내는 편지 한통을 건네받고 프랑스에 도착하면 우체통에 넣어줄것을 부탁받는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흔쾌히 승낙하고,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으로 유럽을 횡단해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언드러시는 소포와 편지를 전달한뒤 까맣게 잊어버리고 바쁜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나간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던 어느날 극장에서 일하는 마담의 제의로 클러러 모르겐슈테른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마치 예견된 만남이자 운명적 사랑인것처럼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버렸다. 스물 두살의 건축공학도와 서른 한살의 성숙한 여인 클러러는 전생의 연인이, 이 생에 다시 만난것과 같은 불꽃을 내뿜으며 사랑의 항해를 하지만 이별 또한 예견하지 못한 곳으로 부터 시작되기에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만다.
무엇하나 내보일 것 없는 가난한 학생 신분이었던 레비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현재의 자기를 성공적으로 이끈 클러러의 사랑에 안달하며 성숙한 남자, 직업을 가진 진짜 남자가 나타나면 자신을 떠날것이라 믿는 레비의 어린 사랑과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감추며 살아왔던 클러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데...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가 1권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클러러가 열여섯에 낳은 딸 엘리자베트의 출생의 비밀 또한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어린 나이에 출산과 양육을 혼자 감당해야했던 그녀의 고단했던 삶을 짐작하게 만들어 연민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그녀는 부모와 조국 헝가리를 왜 등지고 신분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나? 사랑과 비밀의 기로에 놓인 그녀의 선택은? 언드러시 레비의 어리고 지독한 사랑은 클러러에게 와닿았을까?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신분이 들킬 위험이 있는데 조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할까?..
<보이지 않는 다리 >1권을 읽어가며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거가 있다면 꼭 알아야 할까? 물론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관계가 가장 좋지만 꼭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비밀스러운 과거는 두 사람의 미래에 얼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위에서도 밝혔듯 이 소설의 1권은 남녀의 지독한 사랑을 주제로 만들어진 한편의 흑백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유럽의 어둡고 긴박한 세계 상황은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외의 또다른 긴장을 조성했고 ,500p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술술~ 흘러 내 안에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