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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거미여인의 키스>
마누엘 푸익은 1932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북서쪽 헤네랄 비예가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56년 이탈리아 협회의 장학금을 받아 로마의 치네치타 실험영화센터에 입학하였다. 시나리오를 쓰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하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따라서 자연히 영화와 문학 작품을 연결시키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품으로는 <리타 헤이워스의 배반>(1958)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프랑스 [르 몽드]지의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두 번째 소설 <색칠한 입술>(1969) 역시 고국에서는 금기시되었으나 외국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대표작으로는 <거미여인의 키스>(1976) 이며,<천사의 음부>(1979),<이 책을 읽는 자에게 영원한 저주를>(1980),<보답 받은 사랑의 피>(1982), 열대의 밤이 질 때>(1988) 등이 있다.
마누엘 푸익의 작품은 처음 읽어본다. 본문에 인용된 여섯 편의 영화도 작가의 상상에 의한, 필요 장치에 의한 포석이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작품 해설을 읽고 나서야 왜 영화 이야기가 본문에 그리 자주 인용되었는지 어느정도 이해를 했다. 또한 본문 중 영화 이야기를 발렌틴에게 해주는 몰리나의 내면을 이해하는데 해설의 도움이 컸으며, 마누엘 푸익이 영화와 문학 작품을 연결시킨 작품이 바로 <거미여인의 키스> 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이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몰리나가 언급했던 영화를 봐야만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책 속에 소개된 영화의 디테일한 장면 묘사라든가, 다음을 이어갈 때 기억이 안 난다는 대화 내용은 기본 영화 틀에 몰리나 개인의 상상이 더해진 또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의 시작은 감옥이다. 발렌틴은 게릴라 활동을 하는 정치범이고, 몰리나는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감옥에 갇힌 동성애자다. 음습하고 비좁은 감방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위태로운 줄타기는 몰리나가 이야기해주었던 영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자유를 갈망한 몰리나의 행위와 발렌틴을 향한 몰리나의 사랑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이중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이야기해주었던 영화를 먼저 봤었더라면 어느 부분이 진짜 영화인지, 어느 부분이 몰리나의 변형된 영화 이야기인지 짐작을 했을수도 있었겠지만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발렌틴 처럼 몰리나의 이야기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여하튼..몰리나가 변형된 영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의도는 중반을 넘어설때까지도 파악하지 못했기에 첫 반전의 묘미를 맛보았다.. 또한 몰리나의 의도대로 조금씩 변해가는 발렌틴은 극도의 냉철한 이성을 자랑하는듯 보였지만 결국 몰리나가 의도한 세계로 발을 내딛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모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동성애 이외에도 인간의 본성과 자유 의지,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