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베이컨시 세트 - 전2권
조앤 K. 롤링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캐주얼 베이컨시>

해리포터로 유명한 조앤 롤링의 새 작품을 만났다. 책표지는 매우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내용은 어둡고 침침한 터널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블랙 코미디.. 1권을 넘어 2권을 읽어가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건 코미디야. 웃음을 안겨주는 코미디가 아니라 쓰디 쓴 코미디야.' 블랙 코미디 같은 이 소설을 읽어가며 왜이렇게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영국의 가상 도시 패그포드의 주민들의 겉과 속을 읽어가며 '나는 이렇지 않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면 마음 속 깊은 곳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것도 같았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잘 정돈된 자갈길이 펼쳐진 아담한 마을, 아름답게 꾸며진 아기자기한 집 처럼 단정한 마을의 모습 만큼 주민들도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감성과 이성이 적당히 버무려진 평범한 사람들 처럼  아무 탈이 없는데 그 속마음은 이리저리 뒤틀려 꿈틀대는 징그러운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소설의 전반이 어둡고 침침하며 음습하게 다가올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어둡고 음습한 가상의 도시 패그포드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껴본다.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나라 보다 조금 더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함이 있는 외국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패그포드의 10대 청소년의 비행 아닌 비행은 약간 이질감을 가지게도 만들었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세상 속의 세상이 있겠지만 소설 속의 10대 아이들을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작가의 표현이 약간 과한면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조앤롤링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해리퍼터의 마법을 떠나서 어른들을 위해 <캐주얼 베이컨시>를 써야만 했다는 점에서 볼 때, 중점을 두고 읽어야할 부분은 따로 있다고 느꼈다.

 

1권은 인물을 파악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정도로 등장인물이 많았고, 패그포드의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알아야만 1권 후반부와 2권의 내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 지루하기도 했다. 비슷비슷한 일상이 그만큼 많이 겹쳐졌다는 이야기인데, 뒤집어 생각하면 그 비슷비슷한 일상 과 인물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후반부를 진행하는데 어려울것이라 생각했고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부분을 이해하기에 필요한 장치였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목가적인 가상의 마을 패그포드의 자치 위원회 의원 배리 페어브라더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 메리와 저녁식사를 하러 가던 중 급성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평온했던 마을은 배리의 의석을 두고 술렁인다. 그가 자리에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의 사망이 불러온 의회 공석은 주민들이 저마다 그 공석의 주인이 되고자 욕망을 내비치고 그 욕망은 이기심을 넘어 이웃과의 불신을 가져왔으며 ,각 가정의 십대 자녀들은 부모들의 겉과 속을 모두  알고있기에 비뚤어진 마음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자치위원회 홈페이지에 '배리 페어브라더의 유령'이 쓴 게시글 하나가 발화점이 되어 점점 불씨는 커져가고 평온했던 패그포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가난한 필즈의 주민과 부유한 패그포드 주민들 사이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불신하며 공격하는 후보자들의 이야기와 그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듯 불안한 가정의 아이들이 서로 맞물리며 소설은 펼쳐진다.  

 

<캐주얼 베이컨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저마다 이유와 욕심이 어우러져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와 불신,겉과 속이 다른 마음이 한 갈래라면, 또하나의 갈래는 십대 청소년을 둔 부모와 자녀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청소년들을 하나하나 표현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듯하여 생략하고, 아이들이 왜 가정을 등지고 방황하며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세계를 불신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해보면 조앤 롤링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을듯하다. 조금은... 아니 많이 아픈 소설이었고 어두운 소설이었지만 조앤롤링의 또다른 면을 본듯하여 만족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