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김병수 지음 / 프롬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서른 아홉에서 마흔을 넘기던 그 시간들이 참 힘들었다. 힘들면서도 내 안에 힘듬을 꼭 꼭 감춰둔 채로 평범함을 가장하며 그렇게 견뎌냈다. 그리고 마흔을 넘어 또 한 해를 지날무렵 문득 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뭇잎과 가녀린 나뭇가지가 아파보여 한참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길어졌고, 또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나를 추스리며 또 한해를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내 나이 마흔 둘. 때론 이런저런 생각도 많았고, 또 때로는 아무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어 진공 상태와도 같은 하루를 살아갈 무렵 죽음도 생각했더랬다. 죽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죽음이 내 곁에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하나도 무섭지 않을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 느낌은 진행형이면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날을 바라보던  내게는 너무나도 생경했다. 생경스럽다 못해 내 생각이라는 자각 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 공허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만 그런걸까. 나만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친구에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넌지시 말을 꺼내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런 생각으로 하루에 또 하루를 보태며 살아가는 내가 너무 이상한 상태인지 궁금했지만 그 친구도 비슷한 느낌으로 하루를 ,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해답은 찾지 못했다. 공허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것 같고, 삶의 권태라고 하기에는 넘쳐나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나를 힘겹게 만든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무엇을 새로이 시작하고 싶지도 않은 상태. 이것을 무엇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저자가 풀어놓은 한 권의 책 속에서 답을 얻길 바랬지만 시원한 답은 얻지 못한듯하다. 그저 흔들리는 마흔의 다리를 건너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지켜봤을 뿐..

 

그래도 흔들리는 마흔을 살아내고 있는 내게 위로가 되는 글이 많아 감사했다. 내 공허를 채워줄 만큼은 아니지만 곳곳에 흩어져 달래듯 안아주는 글귀들이 나를 감싸는 것을 느껴가며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저자는 흔들리는 마흔을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수 많은 중년들에게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준비하란다.

 

-'권태롭다,허무하다,공허하다'로 표현되기도 하고 '가슴이 뚫린 것 같다,삶이 흑백이 된 것 같다, 뭘 해도 흥이 나지 않는다;로 표현되기도 한다. 때로는 "인생이 고작 이게 다인가? 이렇게 살려고 힘들게 살았나?"며 허탈해하기도 한다. 이것을 실존적 공허라고 한다. 인간은 안락하고 평화로우며 긴장이 하나 없는 상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인가를 위해 노력하고 분투할 만한 것을 언제나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45p-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우를 봤다. 목적이 있었던 20,30대에는 치열하게 그 목적을 향해 달려갔고 어느정도 목표를 눈앞에 둔 시점에 공허함을 느끼는 그런 상태. 나도 그런걸까.. 목표를 아직 다 이루지 못했는데 벌써 실존적 공허가 찾아온걸까. 그럴수도 있나... 중년은 지금까지 쫓아온 성공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란다.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는 시기. 내가 느끼는 흔들리는 마흔에 대한 해답은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생각해본다.

 

빈둥지 증후군, 우울증,갱년기로 표현되기도하는 중년. 흔들리는 마흔을 살고 있는 많은 사례들을 지켜보며 답을 얻기를 바랬지만 답 보다, 책갈피 처럼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그림과 짧막한 글 몇 줄이 내게 위안이 되어주었으며,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의 삶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하는 마흔의 사춘기를 또한번 겪어가고 있는 중인가보다. 사십대,오십대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삶의 목표를 찾을 수 있다거나 해답을 찾기보다 그저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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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은 그낭 아픕니다.

휑하니 구멍이 난 것처럼 가을 한자락 바람에도

가슴이 시려옵니다.

 

돌아보면 소중한 것들을 곁에 두었기에

아프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마흔,

그것은 먹먹한 한숨입니다.

눈물이 뒤섞인 가슴을 들킬까 봐 무서워

감추고 있는 시린 한숨입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습니다.

고뇌의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가는

마흔은 없습니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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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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