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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잔해를 줍다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10/31/11/haben0_2258819704.jpg)
<바람의 잔해를 줍다>
이 소설은 2005년 여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직접 겪었던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열다섯살 소녀의 눈에서 마음으로 흘러가듯 그려지는 소설의 대부분은 가족 안에 있었고, 큰오빠 랜들의 친구인 매니를 사랑하는 소녀 에쉬는 매니와 자신의 관계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에 대입해 상상하며 홀로 외로운 사랑을 해나간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면서 가난한 흑인 소녀 에쉬에게 성욕을 풀어내는 남자 매니.. 그의 아기를 임신한 에쉬...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무릎이 아파도 농구에 전염하는 큰오빠 랜들, 투견 핏불 테리어인 차이나에게만 정성을 다하는 작은오빠 스키타, 아기를 낳다가 돌아가신 엄마, 엄마를 모르고 자라나는 주니어, 언제나 술에 취해있는 아빠...그리고 이들의 가족을 곁에서 지켜보며 도움을 주는 랜들의 친구들 빅 헨리,마키즈...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가난 때문에 힘겨워하는 이웃은 어디에나 있다. <바람의 잔해를 줍다>에서 에쉬 가족은 늘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배를 안고 ,엄마가 돌아가신 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달걀과 통조림 뿐이다. 허물어져가는 집과 마당 어딘가에 닭들이 낳은 달걀을 찾아내는 일은 늘 엄마를 생각하게 만들고 엄마의 부재는 가족 모두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열쇠고리 같은 역할이기도 하다. 무엇을 하든 엄마의 존재를 기억해내고, 무엇을 먹든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며 생활하는 사춘기 아이들과 아빠는 곧 다가온다고 예보되었던 허리케인을 대비하기 위해 집안을 판자로 막아내려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된 물건이 없어 어설프기만 하다. 돈이 넉넉치 못해 가장 싼 통조림을 비축해야하는 상황에 핏불 테리어 차이나에게 먹일 먹이만은 가장 좋은 것으로 준비하는 스키타. 그 소년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진가는 진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드러나게 된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생명은 그 무엇이라도 다 소중하다는 굳은 마음. 그 마음으로 인해 임신한 동생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고 그렇게도 아끼는 차이나를 허리케인에게 내어주고 또다시 차이나와 강아지들을 찾으러 뛰어든 소년의 마음이 손에 잡힐듯 다가와 애닯기만하다...
-"뭐든 산 것들은 다 살아야 해. 차이나랑 강아지들도 살아야 하고."- 320p-
<바람의 잔해를 줍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으로 걸어들어간 에쉬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매니와의 관계가 주된 이야기로 구성되었지만 아버지와 가까워질 수 없었기에 차이나에게 애정을 쏱는 스키타와 아버지의 관계가 교묘히 겹쳐지며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한다. 엄마의 기억과 현실이 마치 트라이앵글처럼 삼각 구도를 이루며 에쉬 가족을 안으로 밀어넣듯 진행되기도 하고 강력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린 소설이기도 하다. 마당 한 가운데서 출발한 에쉬 가족이 꼬물꼬물.. 느리고 느리게 저쪽 끝까지 다다르는 모습으로 다가왔던 이 소설을 진행할때는 자잘한 물결 같이 다가왔지만 모두 읽고 나니 잔잔한 감동이 함께 했던 소설이기도 하다.
- "너 엄마랑 닮았어. 그거 알아? "
"아니."
"닮았어. 엄마처럼 크지는 않지만 ,얼굴이 똑같아. 입술하고 눈이. 크면서 더 비슷해질 거야."
나는 무슨 말을 해아 할지 몰라서 살짝 인상을 쓰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엄마는 늘 여기 있잖아. 맞지? 나는 엄마가 너무 그리워서 목구멍으로 또 짠 물을 삼켜야 했다. 상처 위로 레몬즙이 흘러들어 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지금 내 가슴이 쓰라려서였을까. - 3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