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사쿠라바 가즈키: 토막난 시체의 밤>

요즘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추리소설을 즐겨 찾게된다. 일도,생각도,책도 손에 잡히지않고, 그 어떤 재미난 책조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8월의 어느날 읽게된 붉은 표지의 추리소설 한권. <토막난 시체의 밤>또한  몇일전에 읽었던 <죽은 자들의 꿈>과 마찬가지로 중반까지 어영부영~ 건성건성 페이지를 넘겨갔지만 어느정도 두 사람의 엇갈린 시선이 정리될 무렵에는 눈이 반짝 떠졌다. 살인을 저지르는 마흔살의 사토루와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서른 몇 살의 젊고 인형같은 외모의 소유자인 사바쿠.

 

사토루는 굉장히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고 고학으로 도쿄의 대학에 입학하여 어려운 고학생의 신분으로 무엇하나 경험해보지 못한채 힘든 대학생활을 해나간다. 초밥을 먹어본적 없는 초라한 대학생은 부자 아가씨 유노를 만나고 결혼에 성공하여 대학교수이자 번역가가 되었다. 고급스러운 안목을 지닌 유노가 골라주는 타이와 시계,지갑,옷을 입은 그는 어느덧 촌스러운 학생에서 탈피하여 그럴듯한 외모의 소유자로 변신하고 어여쁜 딸과 처가에서 마련해준 요새같은 하얀 집에서 안락한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고학하던 시절에 머물던 나미다테 고서점 이층의 값싼 하숙방을 찾게되고 이층에 하숙하던 조금은 이상한 여인을 만난다. 그리고 느닷없이 한밤중에 그녀를 찾아가 사랑이 아닌 난잡한 성행위에 몰입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 무렵 그녀는 여유있어보이는 그의 외모에 한가닥 희망을 찾고 사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돈  삼백만 엔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한다. 삼백만 엔으로 시작된 사토루와 사바쿠의 위험한 여행...... 그리고 토막난 시체의 밤,,,,  

 

<토막난 시체의 밤>은 단순히 오싹하면서도 재미난 소설이기도 하지만 사회고발성이 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채의 덧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두사람의 삶을 빗대어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대출과 빛, 사채시장의 위험과 금융의 무지와 무분별한 소비와 대출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언젠가 올 파탄의 날에 부들부들 껄면서, 몇 년 동안이나 그 상태로 지냈다. 숨죽이고 꼼짝 않고 있으면, 빚이라는 괴물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어딘가로 가줄지도 모른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사치를 못 해서가 아니라 생활비가 부족해서 곤란했다...중략 ...여하튼, 눈앞으로 다가온 상환일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상환이 곤란하다기보다, 오히려 상환액이 연체되어 다음 번 돈을 빌릴 수 없는 것이 무서웠다. 빌릴 수 있는 돈이 제로가 되는 날을 상상하면 ,불안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205p-

 

-"저소득층의 평범한 사람, 금융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 말하길, 주요 타깃이 되는 이는, 연령이 이삼십대로 비교적 젊고 ,연봉이 이백만 엔대의 고객이래. 왜 그런지 알겠니? 연봉이 사오백만 엔 정도 되면, 모처럼 고금리로 돈을 빌려도,몇 년만 분발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전액 갚아버리기 때문이야. 그런데 금융회사 입장에서 보면, 필사적으로 매월 금리만 갚고, 원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좋은 먹잇감이지. 그것을 '최고의 상환'이라 해. 그런 고객은, 예컨대 오십만 엔을 빌리고 몇 년에 걸쳐 금리만 갚아나가, 총 오십만 엔 이상을 변제했는데도 원금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 2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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