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0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박현섭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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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 체호프 단편선>

- 러시아 최고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체호프는 1860년 러시아 항구 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났다. 1867년 타간로크의 김나지야에 입학하였으나 수학 및 지리 성적의 부진으로 낙제하고 13세 되던 해부터는 호펜바흐의 오페레타를 관람하는 등 극장을 출입하였다. 1876년 4월 식료품 가게를 경영하던 아버지의 파산으로 일가족이 모스크바 빈민가로 이주하게 되었지만 안톤은 고향에 남아 고학으로 김나지야를 마쳤다.  1879년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하면서부터 잡지 등에 글을 투고하기 시작하였고 1882년부터 오 년에 걸쳐 유머주간지 [오스콜키]에 약 300여 편의 소품을 기고하였다. 1884년 의사로 개업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기에 접어들었으며 검열과 잡지사의 무리한 요구 등에도 <관리의 죽음>1883,<카멜레온>1884,<하사관 프리시베예프>1885,<슬픔>1885, <거울>1885>,등과 같이 풍자와 유머와 애수가 담긴 단편을 많이 남겼다. -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은 비슷한 시기의 다른 러시아 작가의 단편 소설보다 읽기가 수월했다. 이해못할 부분도 없었거니와 너무나도 난해하여 그 뜻을 전혀 짐작하지 못할만큼의 얽혀듬도 없이 편안하게 시대적 상황 혹은 그 시대를 살았던 러시아 시민들의 삶과 사랑,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안톤 체호프 단편선>에는 관리의 죽음,공포,베짱이,드라마,베로치카,미녀,거울,내기,티푸스,주교 까지 10편으로 구성되었는데 관리의 죽음은 정말 짧으면서도 강렬하다.  

 

체호프가 글을 쓰게된 동기는 예술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단다. 1880년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자신과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의학 공부를 하는 틈틈이 싸구려 잡지나 신문에 콩트와 유머 단편들을 기고하기 시작한 것이 작가로서의 첫 발걸음이었던 셈이다. 1880년~ 1887년 사이에 그가 쓴 단편 소설,콩트,만평이 500여 편에 달한다는 사실을 보면, 어려웠던 시기를 벗어나기 위해 글을 선택한 체호프의 고달픈 삶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은 체호프 본명이 아닌 체혼테 와 지라가 없는 사나이 등 익살스러운 필명으로 유머소설을 발표했고 <관리의 죽음>은 체혼테로 활동하던 시절의 작품이다.  

 

<관리의 죽음>은 6페이지로 이루어졌는데 그 내용은 정말 강력하다.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는 오페라를 관람하던 중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생리현상인 재채기를 하게되고 그 재채기는 앞줄의 대머리 노인이자 운수성 장관의 머리에 튀게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사과를 하고 상대방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우리의 소심한 이반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고~ 또 찾아가고~ 운수성 장관은 자꾸만 찾아와 사과를 하는 이반에게 급기야 화를 내게된다. '나를 놀리는 것이냐고'  운수성 장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이반은 결국 죽었다... 어리석음의 극치인가, 웃을일이 아닌데 6페이지의 짧은 내용을 읽고나니 웃음이 난다. 어이없는 웃음과 허무가 함께했던 작품.

 

<관리의 죽음>도 그렇지만 다른 아홉편의 작품들도 특별한 사건이나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아플때가 있고, 오해할때가 있으며 다툴때, 질투할때,사랑할때가 있다. 이 모든 삶의 모습들을 관찰하듯 그려낸 체호프 단편선. 읽다보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올때가 있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며 모순된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예를들면 <공포>에서는 친구의 아내에게 반해버린 한 남자와 여인,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이 서로 엇갈린 시선으로 관찰하듯 이어지고, <베짱이>는 부인의 허영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밤낮없어 고생하는 남편 드이모프의 처참한 생활을 볼 수 있었다. 허영만 있는것이 아니라 올가는 화가에게 마음을 빼앗겨 밀회를 즐기지만 화가 랴보프스키에게 올가는 한낮의 정염일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에서 올가의 두갈래 마음을 바라보는 독자는 혀끝을 찰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사건과 등장인물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할 수 있었던 <체호프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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