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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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곽세라 작가, 묘한 매력이 있네...첫 페이지 부터 한글자 한글자 온갖 미사여구가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싫지 않고 주인공이자 글을 이끌어가는 류의 행동,생각,주변상황이 묘사될 때마다 글이 참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 곳의 풍경, 사물과 사람과 사람들의 마음을 저리도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 부러웠다고나 할까... 이런 생각으로 가볍게 읽었다. 곽세라 작가의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그저 마음가는 대로,펜이 움직이는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손가락이, 생각이 움직이는 대로 그렇게 써내려간 그녀만의 몸짓이 섞인 언어의 향연이었고 그녀의 마음 어딘가에 흩어져있던 편린들이라 여겨졌기에 그녀의 글자들을 읽어가는 나 역시 무엇인가를 찾으려, 누군가의 행위를 마음졸이며 기다리고 ,찾아 헤메지 않은 채 작가가 풀어놓은 글자들 사이를 유영했다.

 

보라빛 머리카락, 어디에서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없었던 류. 상처입은 영혼, 결핍이 가져온 고통,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사람들은 또다른 내가 되려고도 하고,가지지 못했고, 이루지 못했던 순간들을 재현하기 위해 소수의 사람들은 극단 츠키의 뮤토를 찾는다. 츠키의 전속 미용사였던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 류는 츠키에 준단원으로 머물고 어느날 단원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며 뮤토가 되었다. 이름모를 고객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그들이 갈망했던 그 순간을 재현하여 치유하는 뮤토. 그런 그녀가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다. 보라빛 머리카락도,대본도,특별한 고객도 없는 곳에서 내가 나인 채 사랑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러 떠난 어느 바닷가 마을. 그곳에 머물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느껴간다.

 

맛 없는 카레를 만드는 카레집 주인 카레. 그가 하는 행위는 내 머릿속의 나와 겹쳐지고 , 양파를 넣은 들쩍지근한 맛없는 카레를 먹어가는 류의 마음에 다다르면 나도 그 맛 없는 카레를 먹어간다. 그녀가 표현하고 안내하는 글을 따라가다보면 약간은 지치고, 또 약간은 졸립고, 그러면서도 한줄 또 한줄 끌려가는 내가 낮설어 점시 책장을 덮고 내 안의 나를 살펴본다. 그녀가 했던 그 방식 그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나, 과거 속에서 헤메이는 나, 알 수 없는 미래의 나. 곽세라 작가는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중반을 넘어서니 미사여구 속에 숨겨진 참 의미가 궁금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많은 사람들, 가족들,지인들에 둘러쌓여 말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지만 근본적인,, 아니 조금 더 원초적인 외로움은 사람들 깊은 곳에 웅크리고,도사리고 앉아 부지불식간에 그것이 내게 있었는지도 모를 순간에 불현듯 찾아온다. 두 팔을 벌려 껴안기에는 너무나도 시린 그것. 그것을 잠재우고자,잊고자 관계를 만들고 사랑을 하고 , 사랑을 쏱아부을 존재를 찾아 헤메이며 잠들다가 깨어나고 또 잠재우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려니..하는... 생각을 해본다.

 

- 결국 우리는 모두 삶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변덕스럽고,난폭하고,불친절한 이 세상의 순간들이 좋아서 어디로도 가지못하고 가슴을 찢으며 자꾸만 자꾸만 그 장면 속으로 뀌어들었던 것이 아닐까. 추억보다 깊은 강, 사랑보다 뜨거운 노래를 느끼고 싶어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243p

 

그리고 우리 모두는 0.35밀리미터씩 영혼을 밀어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혼을 팔아서라도 머물기 위해, 내가 나인 채 사랑하고 ,사랑받고,머물기 위해 오늘도 0.35밀리미터씩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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