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유리고코로>

애완견카페의 주인이자 평범한 아버지,어머니,남동생이 함께하는 가족의 장남이자 미래를 약속한 애인 지에와 함께 카페를 꾸려나가는 료스케. 그런 그의 주변으로 이상한 일이 하나 둘 씩 일어난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고사, 애인의 실종, 아버지의 췌장암 소식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그 모든 슬픔을 뒤로한 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가끔 아버지를 찾아 본가에 온다. 그러던 어느날 사용하지 않던 장롱 문이 열려있음을 발견하고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무심코 들여다본 옷장에서 여러개의 낡은 상자를 발견한다. 열어보면 안 될 것 같은 마음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지만 결국 상자를 열고만다. 그리고 상자에서는 하얀색 핸드백과 어머니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 검은 머리칼 한 줌이 나왔다. 흰 핸드백을 보는 순간 어린시절의 어떤 날이 떠오르고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기억의 거짓말인지 모를 영상이 스쳐간다. 혼란스러운 기억을 뒤로한 채 상자의 맨 밑바닥을 살펴본 그는 두툼한 노트4권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수기.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던 한 사람의 고백. 살인의 현장을 세세히 기록한 수기에 료스케가 놀랐듯 나 또한 놀라움에 숨을 멈추었다. 아버지의 집에서 찾아낸 낡은 상자는 판도라였으며 료스케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기억의 봉인이 풀리며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오래된 기억 저편에서는 어머니가 뒤바뀐 어린시절과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 남동생과 자신의 기억이 사뭇 다름에 그는 수기의 내용이 허구가 아닌 진실임을 믿게되어 사건의 실체를 찾아나선다. 리스트 키트, 스스로의 몸에 피를 내어 흐르는 그 느낌을 즐기던 수기 작성자의 친구와 그녀의 기괴한 행위,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시절의 수기 주인공을 마음을 잠식했던 유리고코로, 그로인해 살인의 길을 걸었던 수기 작성자. 수기 작성자는 어머니일까? 아버지일까? 수기의 내용이 사실일까, 허구일까?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 다소 밋밋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웠다.

 

누마타 마호카루, 살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물 흐르듯 써내려갈수도 있구나 싶다. 또한 가족과 사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점은 히가시노와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누마타 마호카루 작가는 56세의 늦은 나이에 <9월이 영원히 지속되면>으로 2012년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소설에 수여하는 오오야부 하루히코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유리고코로>는 그녀의 최신작으로 '수기'의 내용은 섬뜩하지만 담담하고 ,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지만 묘한 안타까움도 함께 한다. 단순히 살인에 대한 고백과 료스케 가족의 일상이 진행되고 해결되는 것으로 책이 마무리 된다면 괜찮은 작품이지만 심심하다는 평을 내릴것이나 , 후반부의 반전은....밋밋했던 전반부를 충분히 상쇄했고 흥미와 재미 면에서 괜찮았다. 다음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또다시 찾아 읽어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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