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사다리
정초신 지음 / 소리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하늘 사다리>

정초신 작가님은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영화 <귀천도>,<엑스트라>,<퇴마록> 등의 영화감독이셨단다.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듯도 한데 영화를 보면서도 감독의 이름은 눈여겨보지 않았기에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라면 이 작가님을 알고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 프로듀서 일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늘 사다리>를 읽어가는 내내 글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오랫만에 가져봤다. 그냥 의미 없이 읽어가는 까만 글자가 아닌, 뭐라고 이 느낌을 표현을 해야겠는데 단순하고도 짧은 내 감성이 따라주지 않음이 안타깝다.

 

태어나서 한번밖에 만나보지 못한 아버지. 항상 곁에 없었기에 아버지의 부재조차 느낄 수 없었던 아이. 떳떳한 출생이 아닌 불륜의 씨앗이기에 평범한 가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믿었던 아이. 그 아이가 느껴갔을 상실감,외로움,세상을 향한 비릿한 분노, 그 분노를 넘어선 무기력을 작가님의 손끝이 빗어낸 한권의 책으로 살며시 더듬어본다. 서빈이가 느껴왔을 고독을, 고통을 내 마음에도 담아본다. 사형수 아버지가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손에 들고 갈등하는 장면에서는 서빈이와 동화되었고, 짧은 주소 한장 남겨진 편지를 들고 아버지가 다녔던 길을 찾아 떠나는 그의 곁에는 독자가 함께 달려갈것이다. 바이크를 전혀 탈줄 모르는 나조차도 그가 모는 할리 데이비슨의 커다란 소리들이 , 스쳐가는 자연이, 그 자연이 소근대는 말없는 소리들이 들리는것만 같았고, 석양의 아름다움이 눈에 보일듯 그려진다.

 

아버지가 보낸 짧은 편지 속 주소한장에 다다르면 그곳에는 또다른 지인에게 보내진 아버지의 편지가 기다리고, 목적지에 이르렀을때마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아버지의 지인들과 서빈은 동행하며 긴 여행을 시작한다. 지독한 가난과 목적없이 걸어왔던 삶에서 서빈은 아버지가 보낸 사다리를 하나씩 건너며 삶에 대해,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에 대해 , 소통에 대해 , 삶의 목적에 대해 서서히 깨달아가는 과정은 특별한 사건이나 들쭉날쭉한 굴곡은 없지만 평화로운 안도감을 내게 전해준다. <하늘 사다리>를 읽는 젊은 세대들 또한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을듯하고 외로움에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한줄기 빛이 되어줄듯도하다.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신에게 깊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마련해줄듯도 하다.

 

-꿈을 가진 사람은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결단이 필요하다네. 아니 두 글자를 더 넣는 것이 났겠네. 사생결단.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하는 것이지. 자네에게 보내진 이 편지,아니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자네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지인들에게 보낸 이 편지 속에 자네가 찾아야 할 것을 적어 놓은 거지.  184p-

 

-사다리는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가기 위한 도구이지. 자네 아버지는 자네에게 사다리를 건네주고 떠나간 거야. 사다리를 세워놓고 지붕 위로 올라가든 지하실에 걸쳐놓고 땅 밑으로 내려가든 그건 자네의 선택이야. 대개의 인생에 주어진 도구들은 사용하기 쉬운 것들이야. 그것을 받은 사람들이 제대로 쓰지를 못할 뿐이지. 올라 갈 것인지, 아니면 내려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결단'인 게야. 185p-

 

-"너도 달려보면 알아. 천천히 들리면 무엇을 잡을 수 있는지, 천천히 달리면 세상이 네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고,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는지 , 느껴보면 알아. 2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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