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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변신>
히가시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나를 놀라게 할 것인지...
히가시노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시간이 될 때마다 한 권씩 찾아 읽고 있는 중인데 <변신>은 2005년에 출간되었고 나는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다지 충격적인 내용이나 스릴은 없었지만 처음 부터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고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할지 생각좀 해봤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고, 내가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할까 ? 단순히 이전의 나 자신으로서의 삶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만들어졌던 인격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물론 훗날의 일을 미리 알 수 없고 생사를 선택할 수 없지만 만약에.. 만약에라도..
소심한 청년 나루세 준이치는 방을 구하려고 들렀던 부동산 중개업자 사무실에 난입한 강도를 만난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상황을 지켜보는데 준이치와 마찬가지로 손님으로 와있던 중년 부부의 외동딸이 서서히 창문으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한다. 강도 역시 꼬마 숙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흥분에 휩싸여 총을 난사하지만 소심한 준이치의 마음 속 어느 부분이 꼬마를 구해야 한다고 외쳤는지 준이치의 몸은 어느새 꼬마숙녀를 감싸고 꼬마 대신 총을 맞았다. 그리고 준이치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도와 대학의 도겐 박사 수술팀에서 최초의 뇌이식 수술을 받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생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수면과 각성의 사이클을 반복하던 그는 완전히 깨어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자신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상황을 직시하게 되며 혼란에 휩싸인다. 뇌의 극히 일부분을 이식했을 뿐인데 점점 준이치의 인격은 이식된 뇌에게 잠식당하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전개된다.
-" 그건 죽는다는 거야. 살아 있다는 건 단지 숨을 쉰다든지, 심장이 움직인다는 게 아니야. 뇌파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 그건 발자국을 남긴다는 거야. 자기 뒤에 있는 발자국을 보고, 자기가 만든 것이라고 똑똑히 아는 거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에 내가 남긴 발자국을 보아도 도저히 내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어. 20년 이상 살아왔던 나루세 준이치는 이미 어디에도 없다고! " -300p-
"지금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만약 자네가 죽음의 끝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선택하라고 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살기위해선 다른 사람의 뇌를 이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인격이 바뀔 우려가 있다. 그래도 수술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잠들 것인가...." 30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