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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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제 1회 창비 장편소설상 수상작으로 서유미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데 탐구생활이 생각났다.   이랬어요. 저랬어요. 그렇게 했어요.  라는 억양 없는 어법이 대표적인 남녀 탐구생활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탐구했다는 뜻이다.  이렇다할 사건도 없고 , 특별한 느낌을 가지게 만들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느낌으로 읽게된다.  

아주 어릴적에 동네에 제법 큰 하천이 흘렀다.  억수같이 내리는 장마가 끝나면 하천은 황토빛 물색으로 넘실넘실 넘나들고  지면과 맞닿을 정도로 불어나 물살도 제법 강하고, 세상을 온통 황토색 물로 끌어들일것만 같았던 하천.  빗줄기가 가늘어질 무렵이면 나가지 말라던 어머니의 말을 한쪽으로 흘려들으며 기어이 우산을 쓰고 하천 앞에 서서 물의 무서움과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염없이 바라보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왜 갑자기 하천의 센 물살이 생각났을까. 엉뚱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서유미 작가의 작품< 쿨하게 한걸음>을 읽으며 어린시절에 보았던 하천이 생각났다. 그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물과 동화되어 내가 흐르고 있는듯한 느낌. 이 책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애인과의 만남이 타성에 젖어 안만나고 지나친  하루는 너무 길고 , 만나도 그날이 그날인 변화 없는 생활에서 주인공 연수는 애인과 이별을 한다. 딱히 이렇다할 사건이 있었다기 보다 정해진 수순대로 모텔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녀에게 애인의 후줄근한 등짝은 한 대 쳐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고 헤어져도 그만, 만나도 그만인 관계에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애인이 없는  하루 하루는 길기만 하고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가족 구성원이 가지는 문제, 고민을 마주한다.  영원히 자식들을 지켜줄것만 같았던 부모님의 나약함을 보았고, 외로움을 보았으며 부모님이 흘리는  눈물의 맛을 느껴간다. <쿨하게 한걸음>은 서른세 살의 노처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폭풍 같은 질주는 아니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발을 뺄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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