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껜 아이들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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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껜 아이들>
-멕시코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 이민자들의 후손들을 찾아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물론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였으니, 당시에 이민을 간 사람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멕시코로 이민을 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해서 이민을 택한 이민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들이었다. 바로 영국인 중개업자 마이어스와 일본인 다시노 가니찌에게 완전히 사기 이민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계약노동을 주선한 이들은 비밀협정을 맺고 이민자들이 분홍빛 환상을 가지도록 이민자 모집 과정에서부터 거짓 선전을 했다, 거짓 선전에 속아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들 대부분은 모국어조차도 글로 쓰지 못하는 문맹인이었기 때문에 계약서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당시 대한제국 정부는 이들의 사기 음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들을 낯선 땅으로 떠나 보냈고, 그들이 돌아오려고 했을 때는 이미 국권을 일본에게 빼앗긴 뒤였다. 결국 그들은 순수 이민자들이 아니라 노예로 팔려 가서 기민이 된 기막힌 디아스포라였다. -277p  작가의 말에서 발췌- 

멕시코 이민 100주년을 기념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의 마음에 몽글몽글 솟아나 <에네껜 아이들>로 그려진 이민 1세대 이야기. 못 먹고, 못 배우고, 천민이라 업신여기는 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들의 혹독한 이민생활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 내 마음을 채워간다.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했던 국민, 배움의 길을 그토록 열망했던 덕배 아버지의 한이 한데 어우러져 가슴 한켠이 짠하게 아파오고, 본문 중 어느 페이지를 옮겨와야 이 책의 느낌을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짧디 짧은 글로 <에네껜 아이들>을 모두 풀어놓을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짧게 풀어놓으련다.

밧줄의 원료가 되는 어저귀 농장에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덕배 아버지는 열심히 일 해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고 15세 미만 아이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준다던 이민 선전문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난다. 멀건 옥수수가루 한줌으로 허기를 때우며 커다란 가시가 울퉁불퉁 솟아난 어저귀 잎을 베며 이민올 때 빌려다 썼다던 빛을 탕감하기 위해 정해진 물량을 채우기에도 버겁다. 그런 아버지의 힘겨운 현실에 보탬이 되고자 어린 덕배와 봉삼이도 동참하고, 조선 황족이지만 딸아이의 미래를 위해 이민을 택한 윤재네 가족도 덕배 아버지와 여러 이민자들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적응해나간다. 그리고 덕배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놓지 않았던 희망 한자락은 십시일반 이민자들의 도움으로 <메리다 조선인 학교>가 세워진다. 

- 조선 사람들은 쌀과 김치가 있어야 밥을 먹는데 쌀밥은 돈이 없어 못 해먹고, 김치를 담글 배추나 무우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안 먹고 아껴도 외상값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민자모집 신문에는 하루  품삯이 1환 30전이라 했고, 일을 잘 하면 하루에 3환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에서 쌀 한 가마에 4환이었으니 닷새만 일해도 쌀 한가마니를 벌 수 있다는 환상에 젖은 건 당연했다. 그러나 전표를 바꾼 돈은 하루 품삯이 조선 돈으로 1환은 커녕 많아야 10전이었고, 일요일 빼고 한달 내내 일해 봐야 겨우 쌀 반 가마 값도 못 되는 액수였다. 어저귀 가시에 찔린 상처는 높은 기온에 곪아 터져 약값에 , 생활용품까지 마련하려면 죽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110p- 

- " 조선과 일본이 조약을 맺었소. 을사보호조약이라 하오. 조선의 외교권이 일본에게 넘어갔다 하오. 아마도...그래서 편지가...내 알기론 아마도 그 일 때문에..."
"일본이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했다면 외국에 있는 우리의 권리도 왜놈들 맘대로 한다는 말 아니요? " 

-남자들은 쉬는 날이면 메스깔이라는 술을 외상으로 가져다 취하도록 마셨다. 술에 취하면 고향을 생각하며 울었다. 감초 아저씨는 지리산이나 금강산으로 약초를 캐러 다니던 얘기를 했고, 소리꾼 방씨 아저씨는 한바탕 소리를 하며 마음을 달랬다. 술판의 마지막에는 으레 아리랑을 불렀는데 노래가 끝날즈음이면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눈물을 흘렸다. 조선을 버리고 왔으니 날마다 어저귀 밭에서 가시에 찔려 발병이 난 것이라며 울었다. 눈물은 새로운 힘을 솟게 하는 보약처럼 그 다음날 또 어저귀 밭에서 피땀을 흘리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았다. - 123p- 

푸른책들에서 2009년에 출간된 책으로 나는 출간 즉시 읽어봤고 일년 후 다시 눈에 띄어 또한번 읽게되었다. 그때의 감동이 두배가 되어  부풀어 올랐고 ,아프고 저린 가슴 또한 두 배가 되어 나를 잠식한다.  학급문고로 지정되어  보다 많은 아이들이 이민 1세대의 현실과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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