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 이순원 장편소설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
청소년 소설이라 하기에는 적나라한 표현들이 거슬려 성인용이라는 표시를 붙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좀 된다. 성인용 영화에도 붙여있는 19 금. 19세 이상 가능하다는  빨간 글자.  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나이 19세. 그 숫자에 이끌렸음인지 두녀석이 눈을 반짝인다. 저 반짝거림이야 내가 잘 알지~. 녀석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잘 알고 말이다~. 하루종일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건설적인 생각 보다 야리꾸리한 생각이 꽉 차있어 세상이 온통 빨갛게 보인다는 것쯤은 이미 부모가 파악하고 있다는 걸 우리 순진한 두 아이들은 알고있을까.  큰녀석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크리넥스 한통 넣어주며 네 방 청소는 직접~! 청결이 우선~! 이라고 넌지시 일러두었을만큼 녀석들 머리꼭대기에 올라 앉았는데 말이다.  

열 권의 새 책을 앞에 두고 무얼 먼저 읽을까 뒤적이던  작은녀석이 제일 먼저 찜해놓은 이 책. 하지만  아직 어리기에 열 두어 페이지 읽다말고 ’ 나 이 책 안읽어~!’ 라고 소리치며 냅다 벽으로 집어던지고~ 동생이 던진 책을 주섬주섬 들고 이런 책을 벌써 읽느냐는 눈짖을 보낸다 .내가 너무 앞서갔나?   "  너도 곧 중학교 입학할 나이인데 아직은 너무 빠른가? 그렇담 너는 <선플 특공대>를 읽고 네티즌이 가져야 할 덕목을 배워보렴~! "하고 추천해줬다. 

<19세>천재 형을 둔 아우 정수는 이제 13살이 되었다. 생일이 빨라 한살 먼저 입학한 중학교. 시골에서 올라온 촌티를 내지 않으려고 콘사이스 사전을 언제나 책상 위에 올려두던 어느날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질문을 한다. 문교부 장관 이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조숙한 주인공 정수는 국어책 맨 뒤에 표기된 검정필을 발견하고 자신있게 외친다. 그리고 포복절도.ㅋㅋ 나도 참 많이 웃었던 대목이기에 옮겨본다. 앞뒤 상황을 더 자세히 읽어야만 큰 웃음이 터져나올텐데 간단히 소개하면 . 

- " 이 반에는 문교부장관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나? "
검씨라는 성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우리 반에도 감씨와 견씨 성을 가진 아이가 있는데 높고 훌륭한 사람들 중엔 더러 그렇게 우리가 잘 들어보지 못한 귀한 성을 가진 사람도 있는 법이라 생각한 정수의 대답.
" 우리나라 문교부 장관의 이름은 검정필입니다."
" 으허, 으허, 그건 말이지. 문교부장관의 이름이 아니라, 으허.으허... 그 책을 너희들이 배우는 교과서로 문교부에서 검정을 필했다는 , 그러니까 문교부의 검사를 받고 허락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런걸 으허, 으허, 문교부장관 이름이 검정필이라고, 으허, 으허, 살다가 이렇게 배꼽 빠지게 웃는 날도 , 으허, 있네."-15p-

그리고 검정필은 정수를 대변하는 별명이 되었고 정수는 입학 당시 구입한 커다란 교복이 날로 작아지며 2차 성장 징후로 인한 고민이 시작된다. 학년은 같지만 2년 재수 끝에 입학한 덩치 큰 친구 승태에게 도움을 청하고 정수의 고민상담을 전담하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고교 입시를 앞둔 어느날 천재 소리를 듣는 형보다는 덜하지만 정수도 공부를 제법 잘 하는데 인문계가 아닌 상고를 가겠단다. 

공부로 출세하는 것은 형 몫이고 자신은 일찌감치 돈을 벌어 성공을 하겠단다. 대화 와 타협, 협박과 타이름 끝에 자신의 고집대로 상고에 진학한 정수. 하지만 그 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아이는 급기야 대관령에 배추농사를 지어보겠다고 가출을 결심한다.  그 후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이 겪어가는 과격한 성장통.. 그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은 공감하며 읽겠고, 그 혼돈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청소년들도 공감과 이해, 고민과 갈등을 여러차례 맛보리라. 

모든 일은 때가 있지만 현재라는 시간에 갇혀 방황이라는 거대한 물살을 기어이 타야 한다면 한 바퀴쯤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다 해도 괜찮긴한데...  끝까지 믿고 지지해 줄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까.  평범함 속에서는 버팀목도 지지도 가능한 일이지만 튀어나가려는 청소년 아이를 둔 입장이라면 어떨까. 

- 한 해가 지나 스무 살이 된다고 해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된다 해도 그 일에 대한 어떤 후회거나 미련 같은 것이 남는다면 그 때에도 내가 하는 짓은 여전히 어른 노릇이 아니라 어른 놀이일 것 같은 생각이 들던 것이다.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를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이 다하고 있는 어떤 것을 나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야 들어 오던 것이었다. - 219p~ 220p 

<19세>는 청소년 보다 아들을 둔 부모가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아들의 마음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기에 본문이 조금 심하다 생각될지라도 눈감고, 아들의 마음을 읽는다 생각하면 그다지 별스럽지도 않다. 아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