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털> 털~! 머리카락도 털이고, 팔다리에 있는 것도 털. 제목을 자꾸 되뇌어보니 털 이라는 단어 자체가 참 우습다. 우습기도 하고 생경스럽기도 했지만 제목이야 어찌 되었건 우리 아이는 호기심 왕성한 청소년 답게 다섯 권 중에서 제목이 가장 독특한 <열일곱 살의 털>을 가장 먼저 들고 읽는다. 잠자기 전 두어시간 꼼짝 안고 읽은 후 내게 쓰윽~ 내민다. 저희 또래의 고민일수도 있고 마음속 가득 쟁여둔 반항도 함께 들어있을텐데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내고 있을지는 미지수. 심각하게 읽다가 푸핫~ 하고 간헐적 웃음도 터져나와 한참 웃어도 보고 그 또래들의 고민도 다시금 생각해보며 억눌려있었던 아이들의 인권까지 폭넓게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던 성장소설이다. 그리고 올해 읽었던 청소년 성장소설 가운데 최고라고 서슴없이 손꼽았던 <완득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비슷한듯 하면서도 서로 다르고, 같은 고민인가 싶으면서도 서로 다른 알맹이를 가진 두 권의 책. 청소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아이들의 고민 한가지쯤 서로 나누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두발 자유화를 외치는 청소년들. 규율이 없는 자유는 결코 날개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우리 어른들은 어쩌면 어린시절을, 십대를 ,지나온 세월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 서울에서 있었던 모종의 사건 때문에 학생 체벌금지법이 생겼다. 그리고 뒤이어 주변 도시로 퍼져나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학생인권 보호 선언문이 도착했다. 송일호가 외치던 학생 인권은 오정고에 두발 자유화를 가져왔는데 왜이리 씁쓸한 기분인지 모르겠다. 그 시기를 지나왔기에 아이들이 못미덥고 , 일정기간 강력하게 자유를 억압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가. <열일곱 살의 털>은 학생 인권을 외치는 십대들이 보내는 메시지인가보다. - 담임은 눈앞에 송일호가 서 있는데도 , 기록부에 남겨져 있는 송일호를 찾느라 애썼다. 담임은 기록부에 있는 내 성적을 잣대로 내 행동을 평가할 것이다. 선생의 가치 기준은 성적표에 있는 과목의 점수다. 국어가 100점인 학생은 욕을 입에 달고 살아도 언어 능력이 폭넓다고 말할 것이며, 수학이 100점인 학생이 싸움질을 하면 논리적인데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까지 갖춘 탓이라 이해할 것이고, 영어가 100점인 아이가 가출을 하면 이문화에 호기심이 많아 항상 새로운 것을 습득하려 애쓴다고 할 것이다. -57p -"체육 선생님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습니다. 학생도 인간입니다. 머리칼이 길다고 라이터를 들이대는 선생님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막은 건 잘못한 일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