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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
<졸업>, <악의>에 이어서 읽게된 가가형사 시리즈 중 한편인 <붉은 손가락>은 가까이 두고 여러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꽤나 꼼꼼히 읽으면서 점점 고령화가 되어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올 나의 노후까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붉은 손가락>의 마에하라 아키오의 가정이과 우리 가정은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지만 ’ 이렇게 변해갈수도 있겠구나,.. 이런 가정도 있을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여 고민되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그저 제3자의 눈으로 고령화 시대를 바라보며 했던 고민이 아니라 끔찍한 상상이 한없이 펼쳐져 가슴이 찢어지는듯한 통증에 힘들기도 했다.
여차저차하여 혼기가 꽉찬 아키오는 맞선으로 만난 야에코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고 평범한 아들이자 가장으로 살아간다. 가정의 소소한 골칫거리들은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회사와 사회생활, 가족들의 생계수단인 월급과 일이라는 막강한 방어벽을 설치하고 자꾸만 일 뒤로 숨어버린다. 내집하나 마련하는 것이 꿈인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가장.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빌미로 부모의 그늘로 들어가고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얻게 될 집 하나를 바라보며 인내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고부갈등은 나날이 심해져만 가고 아버지와 비슷한 치매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는 부인과 여동생에게 일임한 채 여전히 ’일’이라는 방어벽 뒤에 숨어 가정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한 남자에게 어느날 부인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 그게, 저어, 이래저래 일이 있어서, 당신, 집에 빨리 좀왔으면 좋겠는데..." 39p
그리하여 술한잔 기울이려던 한 남자는 귀가를 서두르고 전철역에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갈분떡을 사려고 멈칫 거리지만 아내의 못마땅한 눈초리가 한 남자의 발목을 잡던 그 때 ,허둥지둥 달려와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다니는 또 한사람의 평범한 직장인과 마주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가장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한낮의 살인사건을 알게되고 고민끝에 수습할 방도를 찾는다. 내 자식의 앞날을 위해 아무 연관성 없는 사건으로 꾸미고자 했던 부부의 결단 까지는 그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 그래도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살인 사건은 좁디 좁은 동네에서 금방 밝혀져 수면위로 떠오르고 피하려 했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 앞에 평범한 이들 부부는 차마 인간으로서는... 자식으로서 해서는 안 될 또하나의 사건을 꾸미고야 마는데....
<붉은 손가락> 한 권을 읽는 동안 마음 속에 뿌연 안개가 한아름 침입해 온통 제집마냥 헤집고 다녀 마음이 아프다. 아프고 또 아파와 먹먹해진 가슴을 때문에라도 오랫동안 내게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 될듯 하다.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몰입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