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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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
열 여덟 살 경호는 고도 비만이다. 비만이면서 쥐 떼가 우글거리는 환청이 들리면 어김없이, 어느 자리에서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기절하고 깨어나는 일이 되풀이  된다. 그리고 또 한사람의 고도 비만아 선재. 서로 만나본적 없는 사이건만 어느새 비만이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한 학교 공식 커플이 되었고, 원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학창시절을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쥐떼가 우르르 지나가는 환청이 들려와 운동장에서 뻗어버린 경호는 보건실에서 깨어난뒤 자신의 상태를 보건교사에게 털어놓게 된다. 

군인 출신의 보건 교사는 대학때 들었던 아동심리학을 적용해 경호에게 조언을 한다. 경호의 기억속에 나타나는 검고 긴 머리의 실체가 없는 여자는 실제 사람이 아니며 식구들 중 한명이 노끈이나 실을 이용해 쥐꼬리라고 놀렸고 그 놀림의 기억은 어린 아이의 마음에 커다란 심리적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충격을 받은 어린 아이는 가족들을 폭력이나 원한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를 거부했기에 그 거부당한 존재가 가족이 아닌 미지의 여성, 혹은 환상으로 각인되어 쥐떼와 같이 환청으로 들려올수도 있단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망한 뒤 하녀 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가장, 아파트를 재테크의 수단으로 여기면서도 생활을 위해 강 건너 마장동 전세집으로 이사가야 하는 상황이 못내 슬픈 엄마 , 대학 때 가출한 형, 식구들 모두를 벌레처럼 여기는 천재 동생, 그리고 평범하디 평범한 둘째아들 경호는 이사짐을 싸던 어느날 낡은 수첩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수첩속에 빠져든다. 수첩의 내용인즉, 경호네 집에서 식모를 하던 순애의 일기로 자신은 호랑이 아낙이었으며 어쩌면 마지막 호랑이 아닉일지도 모르기에 깜찍한 일탈로서 자신의 신분, 즉 호랑이 아낙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호랑이 아낙 또는 수상한 식모들에 관한 전설.  곰과 호랑이는 사람이 되기위해 마늘과 쑥을 먹으며 백일을 살아야 한다.  백일을 견딘 곰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환생해 고조선의 시조  단군을 낳고 호랑이는 견디지 못해 동굴을 뛰쳐 나갔다. 뛰쳐나간 호랑이는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미친듯이 동물들을 폭식하고 뱃속에 채워 넣은 무게 때문에 가시밭에 떨어져 상처를 입고  ,험하디 험한 산길을 구르며 온몸은 상처투성이로 변해버린다. 마침내 샘물가에 도착한 호랑이는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인 순간, 상처로 인해 갈기갈기 찢겨진 자신의 몰골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까무러치고 깨어나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면서도 끝내 물 마시기를 거부한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 뒤 혼절과 깨어남을 반복하던 어느날  물가를 바라보던  호랑이는 온데간데 없고 아름다운 여인이 샘물가에 비춰지고 그 여인은 곁에 있던 호랑이 가죽으로 옷을 해 입고 마을로 내려가 범녀가 되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간다. 오갈데없는 여아를 데려다 수양딸로 삼고 그녀가 키운 아이는 호랑이 아낙이 되고 그들은 소외된 여인들 사이에서 대를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경호와 선재는 호랑이 아낙의 후예로서  시대의 변천에 걸맞게 수상한 식모들로 불리우는 순애를 만나면서 부터 예기치 않는 일들을 겪어가는데....

1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았던 <수상한 식모들>은 독서하는 내내 두 마음으로 읽혀졌다. 평범치 않는 발상이 신선하고 충격적적이기도 했지만 ,어딘가 산만하고  비어있는 듯한 느낌도 간간히 (자주) 찾아들어 몰입이 어려웠던 점이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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