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넘이 마을의 개, 곡예사 황순원 전집 2
황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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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전집- 목넘이 마을의 개. 곡예사>
책표지 하나가득 담겨진 곡예사. 구겨진 한지로 알록달록 장식하고 있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내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낼듯한 생동감이 넘쳐흘러 곡예사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재미있는 표정이라 생각하면 재미있는 얼굴로 보이고, 슬픔을 감추고 있다 생각하면 웃음뒤에 감춰진 눈물이 보일것만 같은 표정의 곡예사.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곡예사가 아닐까.  허공에 붙잡아 매어놓은 외줄 하나에 의지해 아슬아슬 위태롭게 삶이라는 줄을 가로지르고있는 현재 진행형 삶.  출발점에 서서 맞은편까지 건너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곡예사와 꼭 닮아있다.  외줄을 다 넘고나면 허공을 가로지르던 나의 곡예가 지난날의 아픔으로 기억될지, 기쁨과 희망, 환희로 기억될지는 외줄에 의지해 계속 걷고있는 나의 몫인만큼 더 열심히,더 신중하게 진행해보련다. 


<목넘이 마을의 개>는 황순원 전집 두 번째로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술> - 곤욕과 치욕의 세월이었던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8.15 광복 이후 나까무라 양조장을 운영하던 일본인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뽑던 중 스물 초반에 양조장에 사환으로 들어와 주임서기까지 올라온 준호는 자신이 양조장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리저리 지시를 내리며 일본인 대표가 머물던 사택으로 이사를 한다. 대표의 미망인은 머물곳이 없다며 하녀라도 좋으니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기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을하고 한집안 두 가정은 이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깔끔한 성격인 미망인은 매일아침 청소를 시작으로 아침을 알리고 , 미망인의 톡톡톡~ 먼지터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면서도 깔끔해진 집안을 둘러볼 때마다 조금의 불편함을 참기위해 노력하며 점차 아침을 알리는 청소 소리에 익숙해져갈무렵 같이 일하던 건섭은 양조장을 조합으로 운영하기를 주장하고 준호는 대표자리를 포기할 수 없어 불편한 심기에 놓인다.그리고 술 때문에 모든일은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술>은 주인 없이 허공에 떠버린  양조장 운영을 두고 복잡하게 얽힌다. 

<두꺼비>- 현세네 가족은 전재민으로 하루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가는 허기진 난민이다. 남대문에서 양복 한벌을 떼어와 식구들의 주린 배를 채울만큼의 감자를 구입하면 또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삶이 이어지던 어느날 어릴적 동무 두갑이와 반갑게 해후를 한다. 그리고 별명이 두꺼비로 불렸던 친구는 현세의 오갈데없는 처지를 생각해 삼청동 막바지에 있는 집에 방을 얻어주마 약속을 한다. 매월 집세를 지불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재 삼청동 집에 살고있는 여러 가구를 내보내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세가 삼청동 집을 구매한 것인양 연극을 해야하고 그는 친구에게 받은 계약금을 들고 집주름과 함께 삼청동 세입자들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던 옛말처럼 두꺼비는 처음 약속과 다른 속내를 보이는데...

<집>- 송생원의 아들 막동이 아버지는 소사러 웃골에 갔다가 투전판에 빠져 소 살 돈도 잃고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도 이웃집 새지주 전필수에게 팔았다. 조근조근 이치에 맞게 마을의 토지를 사들인 새 지주 전필수는 전 지주의 악덕행위를 듣고 조금만 처신을 잘 하면 순조롭게 땅부자가 되리라 판단하고 서서히 거대한 손을 뻗치는데.. 얼핏 생각하면 전필수의 행동은 일견 지식인답고 넉넉한 지주의 모습이지만  보이지 않는 까만 욕심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 그리고 투전판에 빠져 마침내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막동이 아버지와 늙은 아버지의 고달픈 삶이 담겨진 <집>.

<목넘이 마을의 개> 어디를 가려도 목을 넘어야 했다. 남쪽만은 꽤 길게 굽이돈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 결국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만 했다. 그래서 목넘이마을이라 불리우는 마을에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에  개 한마리가 언제부터 머물기 시작하고 그 개의 이름은 신둥이라 불리운다. 떠돌아다녔기에 원래의 흰색에서 빛바랜 누런색이 되었지만 제법 총기있는 눈망울로 주변을 살피고 방앗간 풍구 아래서 미쳐 거둬지지 못한 곡물 찌꺼기로 배를 채우던 어느날 큰 동장네 검둥이가 남긴 밥그릇을 마저 핥아 배를 채우고 검둥이는 신둥이가 암컷이기에 모른척 묵인한다. 그리고 작은 동장네 바둑이가 남긴 밥그릇도 핥아가며 연명하지만 어느날 큰동장과 작은 동장이 신둥이를 발견하고 미친 개라 소리치며 동네사람들에게 잡아버리자 외친다. 신둥이는 사람들에게 쫓겨 숲으로 들어가고 어느날부터 큰 동장네 개를 비롯한 동네 개들이 한마리씩 하루이틀씩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사라졌다 돌아온 개들은 밥도 먹지않고 기운없이 늘어져있는 모습을 발견한 동장 형제들은 숲으로 사라진  미친개 신둥이에게 병이 옮아진 것이라 믿고 한마리씩 모두 잡아 동네 잔치를 벌인다. 옷자락은 풀어헤치고 기름이 좔좔 흐르는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괸돌 동장과 박초시에게 개새끼 한마리 얻어달라고 말하며 개들을  키워서 또 잡아먹자며 소란스럽게 잔치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간난이 할아버지는 나무하러 들어간 숲에서 신둥이가 낳은 강아지들을 여러마리를 발견한다. 잠들어있는 다섯마리 강아지들 속에는 검둥이도 있고, 누렁이,바둑이가 모두 섞여있었다.간난이 할아버지는 굶주림에 지친 강아지들을 한마리씩 데려와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지금은 없지만 동네를 지켰던 강아지들과 신둥이의 자식들이 또다시 목넘이마을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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